문재인 대통령의 6.25 70주년 기념사는 그의 통일철학 부재(不在)와 희박한 민족의식이 잘 드러나 있어 우리 민족의 앞날이 크게 우려된다. 그는 남측 겨레의 대통령이기에 우리 민족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존재라는 점에서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 중 민족진영이 기대했던 내용은, 남쪽 대통령이 북쪽 위원장과의 약속 불이행을 사과하는 것이었으나 불행히 사과 관련 발언은 한마디도 없었다. 가장 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원인이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사항들을 이행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면 ‘사과’는 상식에 속하며 신뢰회복의 지름길일 터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이는 통일해야 할 대상을 이웃나라로 규정한 발언으로 그의 희박한 민족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남북은 1991년 고위급회담의 기본합의서에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고 규정했으며, 그 후 남북 선언들에 그 규정이 적용되어 왔다. ‘좋은 이웃’은 다른 나라인 일본이나 중국에 적용되는 개념이고 ‘북한‘은 남의 나라가 아닌 통일을 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의 GDP는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습니다.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습니다”라고 했음은 ‘1국가 2체제 연합, 연방 통일 원칙’을 위배한 발언이며 남쪽의 경제력을 과시, 북한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우리의 조국이 평화 통일 되는 훗날, 지금 2020년을 돌아보며 나는 북쪽 동포들을 어떻게 대했었나? 내가 주장했던 반통일 의식은 옳았는가? 자기네 국익만 챙기려고 한국을 착취했던 미국에 나는 왜 굴종(屈從)으로 일관했던가? 등을 자문했을 때에 대비, 보다 떳떳한 민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북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발표 다음날인 6월 24일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북남관계 전망에 대하여 점쳐볼 수 있는 이 시점에, 정경두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북의 군사행동 계획이 보류가 아니라 완전 철회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음은 도를 넘는 실언이며 경박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위협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에는 재미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는 일방의 자제와 선의적인 행동의 결과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상호존중과 신뢰에 기초한 쌍방의 노력과 인내에 의해서만 비로소 지켜지고 담보될 수 있을 것”이며 ‘자중이 위기극복의 열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약속 이행 안 하면, 북 군사행동 보류 중단할 수도
그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 간 해왔듯이 말만 앞세우고 약속 이행을 안 한다면 북측은 ‘보류’를 중단,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비준하면서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현재 북한은 “군사행동 보류” 발표 후 대남 비난이 사라진 반면 주민들의 생활 보장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6월 22일 또 다시 50만장의 전단 살포를 막지 못했다. 군을 동원해서라도 북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원인 중 하나인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적극 막았어야 했다. 다행히 풍향 탓으로 모두가 남쪽으로 떨어졌지만 북에서 보기에는 이 또한 문재인 정부의 방관 내지 무성의로 비치지 않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 중단과 엄중 처벌, 현대판 미국 총독부인 한미워킹그룹의 즉각적 해체 또는 탈퇴를 단행한다면 북한은 이른바 ‘대적사업’이 아닌 한반도 평화-통일을 함께 이루어야 할 “우리민족끼리”의 ‘대남사업’으로 바꿀 것이다.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하루에 수십 번씩 트위터를 날리던 트럼프와 북의 각종 미사일 발사 때마다 충격 끝에 불쾌한 목소리를 냈던 아베는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음은 예전처럼 대응시,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판단이었다고 보인다.
하긴, 6월 11일 권정근 북 외무성 미국국장은 “미국이 남의 집(남북한)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 “(침묵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 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다”라고 사전 경고한 바 있다.
‘전쟁광’ 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은 트럼프의 재선 실패를 목적으로 쓴 그의 회고록에서 ‘북미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끈질긴 중재 덕분에 내키지 않았던 트럼프를 설득, 성공시킨 것’이라고 오랜만에 예쁜 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노고를 인정하고 지난 72년 내내 평화 통일을 갈망해온 8천만 겨레의 슬픈 눈망울을 의식해서 다시금 그와 손 맞잡고 한반도의 봄을 앞당기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코리아 위클리’ 제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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