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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의 횡설수설
분단 된 조국, 한반도의 남쪽에 사는 일은 고립된 섬과 같은 무의식으로 늘 외로움의 관성이 있습니다. 평화로 하나 된 한반도를 꿈꾸고, 그 실현을 위한 움직임으로 대륙을 지향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일은 의미가 크다고 믿습니다.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의 흔들림에도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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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절친

‘눈이 부시게 살아가세요’
글쓴이 : 황룡 날짜 : 2019-03-24 (일) 14:11:30

   

어머니의 절친(김순O, 85)께서 우리 옆 동에 사시는 어머니(김복O, 86)댁에 놀러 오셨다. 100km 거리를 두고 떨어져 사시는 두 분은 몸도 불편하시고, 이제 한 번 더 만나지도 못하고 세상을 뜨겠구나 생각하셨단다.

 

그 집 사위가 볼일 있어 가까이 오는 길에 모시고 왔고, 34일 동안 그리움을 풀며 지내시는데, 안타깝게도 서로 마지막 만남이 될 것 같은 예감(豫感)에 애틋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가까운 곳으로 이사 갔을 때는 자주 오가며 관계를 유지했으나, 수 년 전 멀어진 곳으로 자식 따라 이사 가신 뒤로는 불편하신 다리로 혼자 오시기도 힘들어 그리움만 키우셨단다.

 

두 분은 우리가 어릴 때 십 수 년을 옆집의 이웃으로 사셨다. 오죽하면 음식이 왔다갔다 하는 심부름도 힘들어 두 집의 벽을 헐어 통하는 문까지 내고 한 집처럼 가깝게 지냈을까.

 

그러다보니 서로의 살림살이와 음식의 취향까지도 훤하게 꿰고 있는 것은 물론 희노애락도 함께 했고, 멀리 있는 친척들 보다 가깝게 지낸 형제 이상의 사이였다.

 

두 분을 모시고 예전에 즐겨 드시던 막국수를 대접하기 위해 갔다가 서로의 전화번호를 단축번호로 입력해 드리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분을 늘 '아주머니'라고 불렀고, 가족내에서는 'OO엄마'라고 호칭했다. 그 쪽 집에서도 아마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머니는 그 분을 늘 '동생'이라고, 아주머니는 어머니를 늘 '형님'이라고 부르셨다.

 

전화번호를 입력해 드리는 과정에서 두 분은 80대 후반의 연세로 인생을 정리하는 싯점에 이르러서야 서로의 이름 석 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순간 믿을 수 없었고 절친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두 분이 50여 년을 교류하면서 사시는 동안 서로 알 필요가 없었던 이름처럼, 자신들의 삶 보다는 OO의 엄마로서의 삶만 사셨던 것이다. 어쩌면 두 분은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시게 될 수도 있었다. 두 분은 오로지 자식이 전부였던 것이다.

 

저녁 늦게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의 결말을 보다가 아내가 눈물을 훔치는데, 갑자기 두 분의 애틋한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나도 그만 터지고 말았다. 자세한 내막(內幕)을 모르던 아내는 자신 보다 더 울면 안된다며 놀렸다.

 

 

드라마는 배우 김혜자의 다음과 같은 독백으로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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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캡처>

 

 

"지금 삶이 힘든 당신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드라마는 그렇게 끝났어도 두 분의 애틋한 우정은 오래 지속되기를 빈다.

 

앞으로는 통화하실 때 서로 꼭 이름을 부르면서 하시라 당부드렸고 웃음으로 답하셨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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