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九旬을 卒壽라 이르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구순이 지나신 아버지가 갑자기 폴더폰의 전화번호부를 선택해 가나다 순으로 정렬된 이름을 넘기다 전화를 거는 방법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알려드렸더니 얼마전 다리를 다쳤다는 외손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걱정을 덜어내시고는 어머니에게 폰을 넘기신다.
어두워진 귀 때문에 응급통화만 주로 하시는데 일상을 유지하는 기기들 이용 방법이 가끔 깜박깜박 기억나지 않으신다고 한다.
전화번호부를 검색하다 보니 젊을 때 데리고 일했던, 얼마 전 암으로 저승에 간 아들 또래의 K, 동네 이웃으로 살던 고인 P, 친척 H 등 이승에 이름만 남은 사람들이 그대로 있었다.
전화번호부 정리하는 방법을 몰라서 일 수도 있겠으나 이승에서의 관계와 추억을 차마 저승으로 보내고 싶지 않으셨으리라 짐작한다.
죽어서도 가죽을 남긴다는 호랑이는 좀처럼 볼 수 없지만, 사람은 이렇듯 저렇듯 누군가의 폰에, 아니면 SNS에라도 이름을 남기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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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月의 江

해는 서산을 넘고
어둠의 경계엔 떠나지 못한 사람들
바람에 실려 江으로 내려온다
어둠에 갇힌 젊은 영혼들
불꽃이던 세월은 덧없이 흘렀다
강물은 흐르고 흘러도
아직 바다에 닿지 못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거슬러 온다
五月이 오면
서슬 퍼런 그날도 구름에 실려오고
봄은 기약없이 떠나가도
산 자들의 세상은 아직 역병을 앓는다
그날이 오면
천둥 번개 벼락처럼 휘몰아치길 기다리던
五月의 江은 여전히
애기똥풀 노란 눈물 데리고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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