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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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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녀 냉장고’를 부탁해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7-12 (목) 12:30:16

   

지금 내 옆 조수석에는 검은 피부에 자그마한 몸집의 그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속은 차다. 내가 원할 때 그녀는 자신을 열어 자신이 가진 것 모두를 내어 줄 준비가 돼있다. 그녀를 맞아 들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썼다. 그녀가 이렇게 위안이 될 줄 몰랐다. 그녀가 흔들리지 않도록 묶어둘 끈을 마련했다. 그녀의 머리에는 미세한 물결 모자를 씌웠다. 그녀는 비버를 좋아한다.


차도녀1.jpg

 

7일인 토요일 밤 11, 나는 프라임 본사를 출발했다. 10시간 휴식이 끝나려면 자정이 넘는다. 8/2 split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8시간 침대 휴식을 취했으므로 어제 남은 운전 시간 3시간 30분을 사용할 수 있다. 월마트에 도착하면 2시간 휴식이 가능할 것이다. 그 이후로는 11시간 중에 내가 운전한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이용 가능하다. 내일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아 서둘렀다.

 

회사를 나서며 저울을 달아봤더니 내 생각보다 드라이브 타이어에 무게가 더 실려있다. 그래도 한계 중량 이내다.

 

해리슨빌 월마트 DC까지는 2시간 조금 더 걸리는 거리다. 연결 도로에 들어선 이후에는 직선으로만 달리면 된다. 하지만 초장부터 낭패를 봤다. 고속도로 진출구로 나가 우회전 하는 순간 연결도로가 아니라 주택가로 들어섰다.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밤 운전의 어려움을 새삼 느꼈다. 밤에는 낮에 비해 시야 정보가 10% 정도 밖에 안 된다. 주택가에서 유턴은 상상하기 어렵다. 8차선 정도 넓이의 공간이 있어야 트럭 유턴이 가능하다. 꽤나 곤경에 처할 수 있다. 핸드폰을 꺼내 구글맵을 살펴봤다. 작은 도로가 있긴 한데 트럭이 다닐 수 있는 지 모르겠다. 시도해봤다.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해리슨빌 월마트에 도착하니 130분 경이었다. 앞에 다른 트럭이 기다리고 있었다. 2시 조금 넘어 들어갔다. 드랍 앤 훅이었다. 입구 경비가 트럭을 세우라고 한 위치가 헷갈려 한참을 헤맸다. 결국 입구 초소(哨所)로 다시 돌아가 핸드폰으로 지도 사진을 찍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겠다. 서류 작업 마치고 빈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한 후 2시간 휴식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본사로 돌아오니 오전 6시다. 트레일러 세척하고 지정된 장소에 떼어 놓았다. 밥테일로 본사 내부를 돌며 주차 공간을 찾았다. 디테일샵 앞에 자리가 있었다.

 

프라이버시커튼1.jpg

 

 

 

잠깐 눈을 붙였는데 금방 깼다. 피곤하지 않았다. 밀레니엄 빌딩으로 가 아침 식사를 했다. 냉장고 설치는 오후 630, 화물 인수는 오후 630분부터 자정 사이. 낮에 필요한 물건 구입을 마쳐야 한다.

 

한인식품가게는 차로는 15분 거리지만 걸어서는 1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월마트까지 셔틀 버스를 타고 나갔다. 거기서는 1시간 15분 정도 소요. 한인식품가게 옆에도 약간 작은 규모의 월마트가 있다. 운동 삼아 걸어가기로 했다. 중간쯤 갔을 때 후회했다. 기온은 89. 다행히 태양은 구름에 가렸다. 걸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는 동안 맞은 편에서 오는 흑인 한 명을 만났을 뿐이다. 서로 반가워 손을 흔들었다. 스타벅스가 보였다.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냉커피 한 잔으로 더위를 달랬다.

 

월마트부터 들렀다. 구입 목록(目錄)을 적어갔는데 직접 보니 그 외에도 살 것이 많았다. 카트에 담았다. 그러다 내가 한 살림 장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 들고 갈 수도 없다. 다음에 사기로 하고 꼭 필요한 물건만 남겼다. 그래도 많다. 150불 가량 나왔다.


차도녀6.jpg

 

한인식품가게에 들렀다. 전에는 백인 처녀더니 오늘은 흑인 청년이 가게를 보고 있다. 햇반, 김치, , 카레 등을 샀다. 청년에게 박스를 달라고 했다. 그는 친절했다. 우버 택시 타는 곳까지 짐을 같이 들어줬다.

 

우버 기사가 자신은 20년 트럭 운전 경력이 있고 2~3년 전에 그만뒀다고 했다. 원래는 입구에서 짐을 들고 옮길 생각이었는데 그가 트럭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줬다.

 

1시간 정도 시간 여유가 있다. 가서 샤워를 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하는 게 좋다. 디테일샵에 약속시간 보다 조금 일찍 가니 앞의 작업이 아직 덜 끝났다. 창고로 쓰는 트레일러에서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가져왔다. 조수석에 설치할 수 있도록 받침대를 바닥에 박았다. 고정끈은 내가 따로 사야했다. 진작 알았으면 월마트에서 샀을텐데. 일단 조수석에 싣고 화물을 받으러 나갔다. 본사에서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차도녀4.jpg

 

여기도 드랍 앤 훅이다. 마찬가지로 트레일러 주차 위치가 헷갈려 좀 헤맸다. 물건 싣고 나오니 9시가 넘었다. 다음 주유소까지는 6시간 정도 거리다. 일단 달렸다.

 

3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트럭스탑에 들르기로 했다. 심야지만 주차 공간이 100대가 넘는 큰 곳이라 자리가 있을 수도 있다. 아니더라도 냉장고 고박 끈은 살 수 있다.

 

놀랍게도 자리가 많았다. 밤이라 선이 잘 안 보여 후진 주차가 쉽지 않았다. 주위에 다른 트럭이 없는 널널한 곳에다 세우기로 했다. 몇 번이고 내려가며 뒤를 확인한 후 주차를 마쳤다. 여기서 10시간 휴식을 취하고 내일 출발하자. 일단 월마트에서 산 전기주전자에 물을 끓여 컵라면에 부어 먹었다. 그래 이 맛이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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