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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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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트럭 ‘히마찰’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7-06 (금) 22:30:16


히마철1.jpg

      

HBO 채널 영화 보느라 3시 넘어 잤다. 그래도 8시에 일어났다. 식당 가서 평범한 호텔식 아침을 먹었다. 플릿매니저 글랜에게서 문자가 왔다. 11시 회사에서 보자고 답장을 보냈다. 식사 후 셔틀버스 기사에게 전화하니 30분 후에 호텔 로비에서 보자고 했다. 20분 만에 왔다. 오늘도 혼자 타고 간다.

 

10시반에 터미널에 도착하니 글렌은 회의실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오피스 옆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누가 나와서 내 트럭이 배정됐다고 했다. 사실은 어제 이미 배정돼 있었는데 주말이라 그랬는지 얘기를 못 들었다. 그는 트럭번호와 시동 비밀번호를 적은 종이와 몇 가지 내가 숙지해야 할 서류를 주었다.

 

글렌을 만나 간단히 얘기했다. 내가 받은 트럭은 light weight(경량) 트럭이다. 글렌은 지금 차량이 달리니 우선 이 트럭으로 시작하고 새 차량이 마련되는대로 바꾸자고 했다. 나는 그런가보다 했다. 트럭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열쇠는 정비장 사무실에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내일 다시 만나 로그 클래스를 마치고 정비장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받기로 했다. 일부는 구입해야 한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스프링필드에 있다고 얘기했더니 첫 운행을 그쪽으로 주겠다고 했다. 글렌은 덩치가 좋은데다 팔뚝에는 커다란 문신(文身)을 했다. 출신은 어디라고 확정하기 어려웠다. 백인은 아니고 남미나 다른 어느 나라 혈통인 듯하다. 액센트가 없는 것으로봐서 여기서 태어난 2~3세로 보인다.

 

마당에 주차된 트럭을 둘러보며 내 트럭을 찾았다. , 그런데 인터내셔널 제품이다. 미국 상용 트럭 4대 메이커에 들어가지만 가장 아래로 친다. 프레이트라이너를 받을 줄 알았는데. 내부를 한 번 봐야할 것 같아서 정비장에 갔다. 부품 프론트에 가서 열쇠를 받으라 한다. 아주머니가 있길래 트럭 번호를 말했더니 열쇠 2개를 건넨다. 다시 돌려줘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다 끝났다고 가지란다. 트럭을 열어 보니 조수석 의자가 없었다. 슬리퍼 공간도 작았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를 수납할 공간이 없다. 침대는 단층으로 비닐 커버가 씌어진 매트리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게 다였다. 트럭 계기판은 기계식인데다 많이 낡았다. 스테레오도 싸구려였다. 다행히 블루투스 연결은 된다. 네이슨의 트럭은 여기에 비하면 5성급 호텔이었다.


히마철3.jpg

 

트럭은 2016년 모델이다. 2015년에 출고됐을 가능성이 크다. 주행거리는 289,511 마일. 트럭치고 많이 뛴 거리는 아니다. 트럭의 내구성은 백만 마일도 넘게 견딜 수 있다. 프라임 같은 대형 트럭회사들은 대게 트럭을 리스해서 2~3년 마다 새 모델로 교체한다. 그 기간을 넘어가면 유지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트럭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 배달 지연(遲延)의 원인이 된다. 배달 실패는 회사의 신용을 깎아 내리기 때문에 대형 회사들은 최신 모델로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아직 멀쩡한 트럭은 2차 시장으로 넘어간다. 소형 회사나 개인이 주요 구매자다. 대형 회사는 트럭 관리도 정기적으로 잘 하는 편이라 트럭 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히마철5.jpg

 

트럭이 중고라서 문제는 아니다. 이미 회사에서는 퇴역할 시기가 지났지만 신규 물량이 달려서 연장해서 타는 것이니만큼 빠른 시일내에 다른 차량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이 트럭이 매뉴얼이라는 점이다. 네이슨의 트럭이 오토였기 때문에 면허 실기시험 볼 때 연습장 트럭 빌려 탄 것이 전부다. 실전에서는 매뉴얼로 운행해 본 적이 없다. 게다가 피터빌트와 계기판이나 조작 스위치가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숙지 되겠지만 당장 운행이 걱정이다.

 

수납 공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인터넷 게시판에 물어보니 LW 트럭은 조수석 자리에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설치한다고 했다. 아들 녀석과 여름 방학 동안 다닐 계획은 무산이다. 앉을 자리가 없고 침대가 하나 뿐이니 어쩔 것인가. 좁은 침대에 같이 눕기도 그렇다. 그래도 인터내셔널은 프레이트라이너 경량 트럭보다는 수납 공간이 많은 편이란다. 면허 시험볼 때 LW 트럭으로 연습하기도 했다. 그때는 처음 보는데다 아무 내부 설비가 없으니 그저 그런가보다 했다. 오히려 풀사이즈 트럭 슬리퍼 공간의 높은 천장이 부담스러웠다. 남자 둘이서 꽉 찬 짐을 이고 몇 달을 지내고 보니 결코 넓은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LW 트럭을 타면 마일당 5센트를 더 준다. 하지만 운전사들은 다시는 경량 트럭을 타지 않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회사에서 경량 트럭을 권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슬리퍼 공간을 줄여 트럭 무게를 줄였기때문에 연비가 높고 짐을 더 실을 수 있다. 대신 출력은 달려 냉동 트레일러 즉 리퍼 디비전에서만 사용한다. 플랫베드나 탱커 디비전에서는 풀사이즈 트럭을 사용한다.

 

 

 

히마철4.jpg

 

워낙 내장 편의 설비가 없어 혹시 공사가 안 끝났나 싶어 정비장 사무실에 가 다시 확인했다. 내 트럭 다 끝난 것 맞냐고. 아까 다 끝났다고 했잖아 하면서도 다시 확인해준다. 다 끝났다고. 매트리스 하나 달랑 있는 트럭을 타라니.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는 나중에 설치한다고 쳐도. 인터넷과 TV는 어쩔건데. 네이슨이 그 얘기는 한적이 없기에 나는 회사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건줄 알았다. 인터넷에 알아보니 개인이 사용료 내고 설치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그 정도는 기본으로 해줘야 하지 않나? 내가 올린 질문 포스트에 이 문제를 두고 사용자들끼리 의견이 나뉘어 긴 필전이 오갔다. 발단은 한 사용자가 너는 뭘 기대했냐? 그런 걸 회사가 왜 해줘야 하느냐는 식으로 무례한 답글을 달았다. 다른 사용자가 거기에 반박하며 논쟁이 오갔다. 나는 빠져서 구경만 했다. 금방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개중에는 내게 도움되는 정보도 있었다. 지금도 몇분 간격으로 계속 댓글이 달린다. 페이스북 프라임 그룹 가입자들 참 열성적이다.

 

연습장 트럭으로 시험 준비할 때의 막막한 기분이 다시 든다. 트럭 내장(內裝) 상태가 거의 그 수준이다. 처음부터 혼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물론 네이슨에게 배운 그 경험이 어디 가지는 않겠지만 달라진 환경에 적용하는 것은 순전히 내 혼자 몫이다.

 

트럭 이름은 정했다. ‘히마찰(Himachal)’이다.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인도 북부의 히마찰 프라데시 주에서 따왔다. 인터내셔널이란 이름이 인도를 떠올렸고 인도 히말라야의 성자(聖者)들이 많이 사는 곳이 히마찰 프라데시다. 그래서 히마찰로 정했다. ‘희마철로 한역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히마찰로 쓰기로 했다. 발음하기가 편해서. 히딩크를 희동구로 부른다고 뭐가 달라지나.

기대했던 회사의 기대했던 모델에 기대했던 내장은 아니지만 중고라서 오히려 부담이 적은 측면은 있다. 큰 돈은 아니라해도 수입도 더 생긴다. 히마찰아 인연이 다 할 때까지 잘 맞춰보자.

 

 

 

히마철2.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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