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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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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집으로

면허 취득 일주일 째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5-16 (수) 23:36:32


면허취득일주일1.jpg

      

일요일. 일주일 전에 CDL 실기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오늘은 저녁에 운전할 일이 없어 오전에 1시간 15분 가량 운전을 했다. 트랙터와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일을 배웠는데 아직 부족하다. 배울 때 노트에 적어 놓아야지 하면서도 매번 까먹는다.

 

어제 저녁 구글북스에서 트럭킹에 관한 책이 두 권 있길래 구입해 읽었다. 둘 다 70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이었다. 이미 아는 내용도 있고 새로운 내용도 있었다.

 

인디애나주 그린필드에서 Fresh Meat이 실린 트레일러를 연결해 출발했다. 인디애나 - 오하이오 - 웨스트 버지니아 - 펜실베이니아로 이어지는 경로다. 배달처가 두 곳이다. 네이슨은 내 운전이 자기가 지난 번 가르쳤던 학생이 7개월 지났을 때보다도 더 부드럽다고 했다. 그는 21살이었는데 지시를 따르기보다는 변명을 하거나 토를 달았던 모양이다. 네이슨은 자기 성미가 급해서 그런 것을 잘 못 참는다고 했다. 21살이면 그럴 법한 나이다. 미국식 교육이 원래 자기 의견 당당히 내세우는 것 아닌가. 나야 배우는 입장에서 지시를 거부(拒否)할 일이 있나. 다만 주유기에 차를 댈 때 내 눈에는 분명히 중앙으로 가고 있는데 조수석에 앉은 네이슨의 눈에는 왼쪽으로 붙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러니 이제는 아예 일부러 오른쪽으로 좀 더 붙여준다.

 

70마일 정도 달린 후에 교대했다. 나는 침대칸에서 잤다. 중간에 깨어보니 네이슨이 CCM 채널을 듣고 있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그런가. 아니면 원래 CCM 좋아하는데 내가 락음악 좋아한다고 해서 들어준 것인가 모르겠다.

 

웨스트 버지나아 주에 위치한 한 트럭스탑에서 점심을 먹었다. 간신히 주차 공간을 찾았다. 낮시간에 이렇게 트럭스탑에 자리가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아마 피츠버그 인근에는 변변한 트럭스탑이 없어 여기서 배달시간까지 기다리는 트럭이 많은 것 같았다. 네이슨이 뷔페를 샀다.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신선한 샐러드를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피츠버그에 도착. 그런데 배달처가 주택가에 있다. 도저히 트레일러가 다닐 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90도 우회전을 하는 순간에는 길가에 선 교통표지판에 트레일러 옆이 긁히는줄 알았다. 간신히 벗어났다.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마당은 좁고 울퉁불퉁했다. 그곳은 그냥 냉동창고일 뿐이었다. 지게차로 짐 내릴 때 화물을 확인해보니 페퍼로니 박스였다. 지난 번처럼 핏물이 줄줄 흐르지 않는다 했더니 이미 일차 가공이 된 것이다. 출발할 때 트레일러 뒷문이 닫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땅이 평평하지 않아 트레일러 뒷문이 틀어진 것이다. 이리저리 차를 돌려 간신히 트레일러 문짝을 맞췄다. 나 혼자 다닐 때 이런 곳에 배달 오라면 못 할 것 같다.

 

최종 배달지는 50마일 떨어진 뉴스탠튼.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굉장히 넓은 곳이다. 원래 새벽 230분 배달이고 오버 나이트 파킹이 안 된다고 발주서에 써 있었다. 네이슨은 이렇게 큰 곳은 일단 가서 물어보는 것이 좋다며 그곳으로 향했다. 과연 네이슨 말대로 한쪽 편에 주차할 수 있었다. 공간은 널널했다.

 

내일 화물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뉴욕에 갈 시간이 결정된다. 롱아일랜드 같은 곳으로 배달을 가면 내 입장에서는 가장 좋다. 그럴 확률(確率)은 없겠지만.

 

 

면허취득일주일2.jpg

 

다시 미시건으로

             

뉴욕으로 가야하는데 반대로 미시건 주로 왔다. 디트로이트 왼편에 위치한 리보니아(Livonia). 피츠버그에서 밤새 다섯 시간을 달려 왔다. 여기서 오늘 낮에 화물을 받아 뉴욕주 체스터(Chester)에 내일 오후 7시까지 배달이다. 600마일이 좀 넘으니까 12시간 거리다. 팀드라이빙이니까 문제는 안 된다. 체스터에서 집까지는 2시간 거리인데 어떻게 갈 지는 아직 모르겠다.

 

여길 오다보니 지난 번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왔던 툴레도 시를 지나왔다.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스쳐 지나기라도 하게 되네. 이번에 뉴욕 방면으로 화물을 이어 싣고 오면서 지난 달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스프링필드로 왔던 도로를 반대로 거슬러 왔다. 그 당시 반대편에서 오는 트레일러 트럭을 유심히 봤던 기억이 났다. 프라임 트럭도 몇 대 봤는데 어쩌면 나처럼 훈련 과정에 있는 사람이 운전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의 누군가도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내가 운전하는 트럭을 보겠지.

 

      

물건을 받은 후 종일 달렸다. 우리가 배달할 물건은 캐나다산 오이였다. 물량이 많지 않아 무게는 그다지 나가지 않았다. 낮에는 네이슨이 운전했고, 밤에는 내가 운전했다. 밤 운전도 점차 익숙해졌다. 차선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신경을 써야했던 처음과 달리 이제는 어느 정도 무심결에 운전한다. 내리막길 곡선구간에서의 코너링 속도도 어제보다 빨라졌다.

 

네이슨은 연비(燃費) 향상을 위해 무척 신경 쓰고 내게도 그것을 주문했다. 연료비는 자신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바람도 강하지 않고 중량도 덜 나가 연비는 평균 8.8마일 정도를 유지했다. 상당히 좋은 수준이다.

 

밤운전에서 어려운 부분은 공사 구간이다. 차선을 하나 정도만 열어 놓는데다 노면이 경사진 곳도 있어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잘못하면 컨트롤을 잃을 수 있다. 어제 미시건으로 가는 중에는 노견으로 한참을 달린 구간도 있었다.

 

후진은 아직 내게는 큰 장벽이다. 도로주행과 달리 네이슨에게 계속 꾸중을 듣는다. 원리를 몸으로 깨우치면 될텐데 아직 그 감이 올 듯 말 듯 잡히지 않는다.

 

체스터(Chester)에는 새벽 3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약속시간은 오후 7시다. 미리 배달할 수 있냐고 입구에서 물어보니 물류센터가 새벽 3시에 문을 닫아 오후 3시에 연다고 했다. 그래서 들어오는 입구 근처 도로에 주차한 트럭이 많은 것이었구나. 아침까지 회사 내부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네이슨은 이런 부분에서 사람들과 얘기를 잘 풀어나갔다. 나는 그게 어려울텐데 어쩌나.

 

자 이제 집으로 갈 차례다. 버스편을 알아보니 체스터에서 뉴욕시로 가는 버스가 있다. 그것도 배달처에서 불과 차로 5분 떨어진 거리다. 통근자들을 위해 공영주차장과 연계된 버스편이었다. 아침 이른 시간에는 차편이 집중돼 있고 그 이후로는 1시간이나 2시간 간격으로 편성돼 있었다.

 

일단 잠을 청했다. 아침 7시가 좀 넘어서 일어났다. 네이슨이 트럭을 몰아 버스가 서는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나를 내려주고 네이슨은 20여분 거리에 있는 트럭스탑에서 오후 3시까지 기다릴 요량이었다. 주차장 근처에 가니 마침 버스가 출발하려 했다. 네이슨은 주차장 안으로 트럭을 몰아 버스 앞을 가로 막았다. 그리고는 버스 운전사에게 손짓으로 나를 태워줄 수 있냐고 물었다. 버스 운전사가 손짓으로 답을 해서 그런가 보다 했더니 트럭을 비켜주자 그냥 가버렸다. 다음 버스는 1시간 후에 있다. 나를 내려주고 가라고 했더니 네이슨은 주차장을 나가다 말고 후진해서 트럭을 주차했다. 버스가 올 때까지 안에서 기다리는 것이다. 다시 트럭에 타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아까 간 버스는 뉴욕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었다. 다음 버스는 약 15분 후 도착이었다.

 

버스에 타고 요금을 물어보니 인터넷에서 확인한대로 $18.50 이었다. 통근자들은 월 패키지로 사면 1회당 약 8~9달러 사이에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버스는 이후로도 주차장 두어 곳을 더 들러 승객을 태우고 뉴욕으로 향했다. 얼마 후 낯익은 풍경이 보였다. 멀리서 보이는 마천루(摩天樓)의 숲들.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포트 오서리티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7번 지하철을 탔다. 플러싱 메인스트릿에 도착하니 오전 1030분이다. 위장 내시경 검사를 마친 아내와 연락해 병원 근처에서 만나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느라 8일 가량 약을 매 6시간 마다 먹어왔는데 약이 잘못 됐다는 것을 알게됐다. 아내에게 우편으로 약을 받고 처방전과 약 종류의 갯수가 달라 병원에 이메일로 물어봤는데 답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먹었는데 오늘 아내가 병원에 직접 물어본 이후에 이메일로 답장이 왔다. 다시 처방전을 발행했으니 4가지 약을 반드시 같이 먹어야 한다고. 지난 번에 1차 치료가 실패했기 때문에 옵션이 별로 없다는 말과 함께. 나는 3가지 약만 먹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냐고 답장을 보냈지만 역시나 답이 없다. 아마 내 위장속의 헬리코박터균은 내성이 생겨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죽을 때까지 헬리코박터균들과 함께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걔들도 무슨 이유가 있어 존재하는 것일텐데 굳이 궤멸해야 할 필요까지 있을까. 항생제를 먹는 동안 다른 유익균들도 함께 죽어 그런지 변 색깔이 녹색으로 나왔다. 지난 몇 달 동안 먹은 항생제의 양이 지금껏 살아오며 먹은 항생제 총량의 수십 배는 됐을 것이다. 이제는 약 복용을 중단하고 몸이 자생력을 갖도록 해주자.

 

저녁에는 현재 내 유일한 사교활동이라 할 수 있는 대학동문회 정례 모임에 나갔다. 이번에는 어찌 시간이 맞아 참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주 참가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술도 좀 마셨다. 잘 안 가는 2차까지 가서 노래도 불렀다. 트럭 운전을 하는 동안 마지막 술이 될 것 같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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