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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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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씸한 미주리 휴게소

프라임 본사 반짝 방문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12-10 (월) 05:24:51

 

1029 프라임본사 방문.jpg

      

 


잘 쉬고 출발한다. 본래 여기는 오버 나이트 파킹은 안 된다. 나는 낮에 주차한 것이니 상관 없다. 내가 출발할 무렵에는 한산해서 아무런 활동도 없었다.

 

Aurora에 트레일러 세척하는 곳이 있다. 처음 가보는 곳일텐데 웬지 한 번 와본 것 같다. 비슷하게 생긴 곳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발송처에 도착했다. 여긴 트레일러가 미리 준비돼 있다. 밤새 열심히 달리면 된다. 낮에 잠을 잤기에 밤운전이 쉬웠다. 새벽 2시가 되기까지는 말이다. 2시 넘어가니 또 힘들고 졸리다. 낮에는 밤보다 잠을 덜 자게 된다. 잠이 모자란다.

 

새벽 2시에 미주리 주에 위치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세웠다가 근처 월마트가 있길래 이동했다. 위성사진을 보니 주차장도 넓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위성사진에 나오지 않은 것이 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모든 입구에 높이 제한 구조물을 세워 뒀다. 트럭의 출입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그래서 주차장에는 트럭이 한 대도 없었다. 그냥 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옆의 쇼핑몰 주차장에 댔다. ALDI를 비롯한 몇 개의 매장이 있는데 모두 영업시간이 지나 문을 닫았다. 월마트만 24시간 운영한다. 괘씸해서 다시는 여기 월마트에 오지 않으리라. 우유와 과일, 야채, 도넛, 과자 등 간식을 샀다. 전기 스토브도 하나 샀다. 이번에 집에서 인버터 스토브를 가져 왔는데 트럭에서는 작동을 안 했다. 집에서 테스트까지 했는데 이상하다. 트럭 전압이 낮아서 그런가?

 

새벽 610분 전 미주리 주 Republic에 도착했다. 정문 입구 도로에 트럭을 세우고 경비실에서 체크인 했다. 9시에 닥이 배정됐다고 전화가 왔다. 이곳은 프라임 본사에서 19마일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잘 됐다. 배달 마치고 본사에서 필요한 몇 가지 일을 처리해야겠다. 샤워도 사흘째 못 했다. 매일 잠을 거래처에서 자다 보니 샤워 할 시간이 없었다. 프라임에서 해야 할 일을 적어보니 약 열 가지 정도가 됐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기대일 뿐이었다. 오후 2시가 돼서야 서류를 받았다. 다음 화물은 오후 8시 픽업 약속이다. 본사와는 반대 방향이라 오후 6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프라임에 도착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빨래 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생략했다. 먼저 트레일러와 트럭 세차부터 했다. 다음은 샤워를 했다. 트럭이 씻었으니 사람도 씻어야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카페테리아에서 저녁도 먹었다. 트럭 부품 샵으로 가서 그리즈 팩을 받았다. 스노우 체인은 드라이브 라인에서 받으라고 했다. 출발 준비하고 드라이브 라인으로 갔다. 리퍼 연료를 채우고 스노우 체인과 Anti Gel 용액을 달라고 했다. 겨울철이 다가와서 그런지 스노우 체인을 쌓아 놓았다. 풀 세트로 받았더니 이게 무게와 부피가 장난이 아니다. 하나 들기도 힘들 정도다. 수납할 공간도 부족하다. 내가 이걸 사용할 것 같지 않았다. 눈이 많이 오면 운행을 안 하고 말지. 가격은 380달러 정도였다. 사용을 안 하고 반납하면 환불해 주는 모양이다. 비싸도 갖출 것은 갖춰야지. Anti Gel은 연료에 섞어 쓰는 연료첨가제다. 날씨가 추워지면 디젤유가 젤처럼 걸쭉해져 시동이 안 걸린다. 이걸 넣으면 젤 현상을 막아줘 시동이 걸린다. 하나에 5달러 정도인데 2개만 샀다. 2시간 정도 본사에 있는 동안 계획했던 일의 절반 정도는 완수했다.

 

스프링필드에서 서남쪽에 위치한 Cassville에 왔다. 여기도 닭 잡는 곳인 모양이다. 냄새가 났다. 내부 공간은 좁고 복잡했지만 닥킹에는 무리가 없었다. 이제 어지간한 곳이면 닥킹을 해낸다. 모레 오전 10시까지 미시건 주 Warren에 배달한다. 오늘도 밤새 부지런히 달려야지. 한번 일정이 밤으로 잡히니 같은 패턴이 계속된다. 14시간 일하고 10시간 쉬는 형태라 그렇다. 실제로는 10시간 쉬는 시간에도 일을 한다. 배달처에 도착해 기다리는 동안 14시간이 지난다. 10시간 휴식 시간 중에 짐을 내린다. 짐을 다 내리면 배달처에서 기다리거나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이동한다. 10시간이 지나면 다음 화물을 인수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런 패턴은 24시간을 업무에 활용해 벌이는 되지만 바쁘고 심신이 피곤하다. 내가 530달러짜리 주차티켓 받은 것 벌충해주려고 글렌이 일부러 그러나?

 

 

 


102118 Elkton, MD 트럭스탑.jpg


 

 

리파워를 기다리며

 

 

시월의 마지막밤, 리파워를 기다린다.

 

어제밤 받은 화물을 싣고 달리다가 미주리 주의 한 휴게소에 들렀다. 11시 가까운 시간인데도 자리가 있었다. 잠깐 커피나 마시고 쉬어가려던 참이었다. 앉으면 눕고 싶다고 주차를 하고 나니 자고 가고 싶어졌다. 이틀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자고 가도 시간이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착오(錯誤)였다. 잠이 모자라 판단력이 흐려졌나보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9시에 출발했다. 운전을 하며 계산해보니 내일 오전 8시까지 도착할 수 없다. 게다가 미시건은 동부 시간이라 1시간 더 빠르다. 빨라도 오전 11시에나 도착한다. 어제 계속 달렸어야 했다.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고 30분 휴식을 취하는 동안 글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정오 경 도착 예상이라고. 글렌은 알았다면서 혹시나 배달처에서 약속 시간 연기가 안 될 수 있으니 리파워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글렌에게선 이후 연락이 없었다. 오후 5시인데도 주위가 어둑하다했더니 인디애나 주도 동부시간이다. 오후 6시가 넘었다. 시간 내에 배달처까지 갈 수 없으니 잘 곳을 찾아야 한다. 제법 규모가 큰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다. 그 다음 휴게소는 200마일 이후에 있다. 중간에 트럭스탑이 몇 곳 있지만 밤에 자리가 없을 듯 하다. 오후 8시경 Pipe Creek Rest Area에 들어왔다. 자리는 많았다. 한적한 곳에 세우고 저녁을 먹었다. 이곳은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이 잘 나와서 좋다. 정수기에서 물도 보충하고 설거지도 했다. 월마트에서 산 전기 버너는 잘 작동했다. 화력이 그리 강하지는 않지만 내가 쓰기에는 충분했다.

 

야간 담당 알렉스에게서 연락이 왔다. 도착 예정시간이 여전히 12시인지 묻는다. 11시에서 12시 사이라고 했다. 거래처인지 세일즈인지 모르겠으나 그들이 리파워를 원한다고 했다. 내가 있는 곳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보통은 고속도로 휴게소는 트레일러를 바꿔 달기에 좋지 않지만 이곳은 충분히 넓어 문제 없다. 아마도 리파워를 할 트럭이 정해지면 연락이 올 것이다. 새벽 3시 전에는 리파워를 해야 8시까지 도착할텐데.

 

 

 

101918 휴게소1박.jpg

 

네바퀴운전자들에 부탁한다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알람 보다 일찍 깼다. 비가 내렸다. 리파워 연락은 없었다. 약속 시간 연기가 된 것인지, 주변에 마땅한 트럭 드라이버가 없었는지. 이제 이 화물은 내 손으로 끝내야 한다. 10시간 휴식이 끝나자마자 출발했다. 최선을 다하면 10시 조금 넘어 도착하리라.

 

오전 7시가 넘어도 캄캄했다. 730분 무렵에야 주위의 형체가 흐릿하게 드러났다. 8시가 가까워지니 실루엣이 살아났다. 동부 시간대의 가장 서쪽인데다 비까지 내려 날이 더디 밝았다.

 

가민과 퀄컴은 거의 같지만 약간 상이한 경로를 안내했다. 주로 퀄컴을 따랐다. 교통사고 현장 한두 번 빼고는 큰 정체 없이 갔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할 무렵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고속도로 공사로 진출로가 막혔다. 그것도 몇 마일에 걸쳐. exit을 몇 개나 그냥 통과했다. 이러다가 다른 도로를 타고 엉뚱한 곳으로 가게 생겼다. 간신히 빠져 일반도로로 나왔다. 가민과 퀄컴 모두 다시 같은 고속도로로 안내했다. 쓸모가 없다. 길 모르는 낯선 도시에서 이를 어쩐다. 최후의 희망 구글맵이 있다. 과연 구글맵은 공사로 폐쇄된 구간까지 파악했다. 덕분에 로컬 도로를 타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시간은 1030. 체크인 하러 갔더니 별 얘기 없이 바로 21번 도어를 배정해줬다.

 

여기서 또 한 번의 낭패. 닥 공간이 무지 좁다. 양쪽 폭은 넓지만 맞은편 트레일러와 닥 도어 사이 길이가 짧다. 잘못하면 트레일러를 치기 십상이다. 거기다 양쪽에 모두 트럭이 주차하고 있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각도가 제한적이다. 조금 시도하다 금방 결론을 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른 트럭 드라이버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그는 여기 소속이었다. 자기는 규정상 다른 트럭을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들어갈 자리 오른쪽에 주차한 트럭의 문을 두드렸다. 젊은 흑인 기사였다. 그는 흔쾌히 나와 도와줬다. 그의 도움에도 한참을 씨름해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그동안 그는 밖에서 비를 맞았다. 고마워서 도넛과 사과를 갖다 주니 끝내 사양했다. 참 괜찮은 친구다.

 

짐을 다 내리고 보니 트레일러가 비교적 깨끗하다. 안에 들어가 자세히 확인해보니 고기 국물이 조금 흘렀다. 영하의 온도로 왔더니 얼어 있었다. 가까운 트럭 세차장으로 갔다. 가격은 36달러. 세차하고 나니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미시건 - 켄터키 - 플로리다로 이어지는 장거리 코스다.

 

얼마전에 왔던 LivoniaMastronardi. 픽업 약속 시간은 오후 9시부터 11시 사이지만 일단 왔다. 마땅히 있을 곳도 없고 여기서 시간을 보낸 후 자정 넘어 출발하면 된다. 오늘은 한산하다. 닥에도 댈 수 있는데 오늘은 야드 자키가 요청을 안하네. 역시나 화물은 준비가 안 됐다. 약속 시간에 와도 늦는 곳인데 어련할까. 마지막 남은 식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밥테일로 월마트에 다녀왔다. 살 게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가보니 이것저것 사다가 정신 차리고 목록에 적은 것만 담아왔다.

 

가을 장마인가 계속 비가 내린다. 다시 Mastronardi에 돌아와서 짐 정리를 했다.

 

그동안 미뤘던 주차티켓 온라인 히어링을 신청했다. 스마트폰 앱이 새로 나와서 편리했다. 아직 티켓은 전산에 올라오지 않았다. 2~3주 지나야 올라온다. 그래도 미리 신청은 할 수 있다. 내용은 주로 읍소(泣訴). 사실 관계를 다퉈봐야 내 손해다. 그냥 몰랐다. 앞으로 안 그럴테니 한번 봐주라. 힘들게 일하는 트럭커다. 530달러는 너무 큰 돈이다. 뉴욕시에 살면서 그동안 여러번 주차 티켓을 받았다. 항상 온라인 히어링을 신청했고 확률은 반반이다.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런지 좀 읍소하면 티켓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고 뻣뻣하게 따지면 내가 졌다. 생판 처음 들어보는 규정이지만 내가 어겼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저 봐달라고 빌밖에.

 

티켓 히어링 신청을 이제서야 하는 이유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좋아하는 일이면 마음이 저절로 움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에너지가 든다. 어떤 일은 많이 든다. 마음에 에너지가 실려야 일이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 정성이 하늘에 닿았다고도 한다. 마음 에너지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기도나 염원일 수도 있고, 개인의 시간과 돈의 형태로 들어갈 수도 있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쓴 마음이 있을테니.

 

오늘 빗길에서 운전하다 바로 옆에 붙은 승용차를 못 보고 칠뻔 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돈 벌었다. 네바퀴 운전자들에게 제발 부탁한다. 가급적 트럭의 오른쪽으로 추월하지 마라. 사각지대에 들어가면 안 보인다. 굳이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돈이 나갈 때는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냥 순순히 보내주는 편이 낫다. 억지로 막아보려 애를 썼다가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더 큰 금액이 나간다.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오늘 사고 모면한 댓가로 기꺼이 지불한다. 물론 티켓이 기각되면 기쁜 마음으로 받겠다. 두 장 다 기각이면 좋고, 한 장만 되도 좋고, 설령 안 되더라도 좋다. 수시로 들고나는게 돈이니까.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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