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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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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찰의 새 신발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9-05 (수) 12:31:56


히마찰 새신발3.jpg

      

본사에는 물량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들어오는 트레일러도 많지만 받아서 나가려는 트럭도 많기 때문인지?

 

어제밤 11시에 시작한 타이어 교체는 12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 매카닉이 보더니 옆에 균열이 생긴 타이어보다 트레드가 갈라진 반대편 타이어를 더 염려했다. 둘 다 모두 재생 타이어다. 중고 중에서 상태가 신품에 가까운 것으로 두 개를 골랐다. 그는 처음에는 더 낡은 것으로 추천했다. 리즈 오퍼레이터는 자비 부담이기 때문이다.(트럭 타이어는 상당히 비싸다) 내가 컴퍼니 드라이버라고 하자 그제서야 부담 없이 고르라 했다. 현재 달려 있는 드라이버 타이어보다 상태가 좋았다. 낡은 재생 타이어 두 개는 버리고 뒷 드라이브 타이어를 앞으로 보냈다. (?) 중고 타이어를 뒤에 달았다. 지난 번 후진 사고로 머드 플랩도 약간 돌아갔다. 얘기도 안 했는데 그가 작업하며 바로 잡아 놓았다.

 

7시에 시작한 안전코스는 오전 중에 끝났다. 5시반에 일어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캠퍼스인으로 갔다. 교육을 받는 사람은 20명이었다.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온 경우, 컴퍼니에서 리즈로 바꾼 경우, 리즈에서 컴퍼니로 바꾼 경우, 나처럼 순수 안전교육 등 참가 이유는 다양했다. 교육 내용은 핏스톤에서 업그레이드 할 때 봤던 비디오였다. 다른 점은 시뮬레이터실에서 몇 가지 상황 시나리오에 따른 코스 주행이었다. 이것도 다소 형식적이었다. 20명인데 시뮬레이터는 9대다. 내가 속한 조는 3명이었다. 나는 딱 한 번 운전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방어운전코스(defensive driving course) 수료증을 받았다. 업그레이드를 하는 사람들은 남아서 주행과 후진 테스트를 봐야했다.


히마찰 새신발4.jpg

 

걸어서 근처에 있는 월마트로 갔다. 처음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을 하다가 카트로 바꾸었다. 구입 목록에 있는 것 외에도 눈에 띄는 소소한 몇 가지를 더 샀다. 자꾸 살림이 는다. 운동복 바지는 가볍고 편해서 마음에 든다. 신라면 4봉지 들이 한팩과 사발면 한 개를 샀다. 한국쌀과 맛이 비슷한 칼로스 쌀도 샀다. 다른 월마트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 외 야채, 과일. 식빵, 계란, 감자 샐러드 등을 샀다. 작업용 장갑, 양말, 문구, 탈취제도 샀다. 원룸 생활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트럭 내부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니 냄새가 밴다. 한인마트는 안 가기로 했다. 김치는 남아 있기도 하고 냉장고에 보관할 공간도 없다. 월마트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출발 채비 후 인아웃 베이 옆에 있는 라인업으로 갔다. 현재는 나갈 트레일러가 없다고 두어 시간 있다 오라고 했다. 트럭에 돌아와 퀄컴으로 일할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월요일 오전 6시까지 테네시 주로 가는 화물이 예고됐다. 그것이 최선이란다. 트레일러는 오늘 밤에 들어올 것이라 했다. 466마일이니 내일 아침에 출발해 적당한 거리에서 밤을 새고 새벽에 발송처로 가면 된다. 오늘은 체육관에서 운동도 하며 쉬어야겠다.

 

엔진오일을 찍어 보니 최소 라인 가까이에서 찍혔다. 엔진오일을 보충하지 않고 며칠 타보기로 했다. 일주일에 1갤런씩 오일을 먹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엔진 소리나 진동, 출력으로 봐서 그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는 않다. 유투브에서 보니 엔진오일 게이지 스틱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정말로 오일이 새거나 먹는다면 엔진오일 압력이 떨어질 것이고 경고등이 들어올 것이다. 트랙터샵에서 점검을 받더라도, 며칠씩 기다릴 필요가 없는 핏스톤 터미널을 이용하자.

 

 

 

히마찰 새신발5.jpg

 

 

창작의 즐거움 창작의 괴로움

    

 

역시나 한가한 일요일이다. 어제까지 합쳐서 한가한 주말을 보내고 있다. 새벽 330분에 일어나 출발 준비 마치고 나가려는데 아웃 바운드 베이에서 제동이 걸렸다. 트레일러 수리가 필요 하단다. ? 어제 저녁에 들어온 트레일러여서 난 이미 수리 마치고 야드에 세워져 있는 줄 알았다. 아예 수리는 시작도 안 했다. 여유롭게 가서 적당한 곳에서 쉬고 내일 새벽 출발하려던 계획은 일단 무산(霧散)됐다. 그래도 오전 중으로 출발한다면 중간쯤에서 쉴 수 있으리라. 다시 야드에 트레일러를 내려 놓았다. 트레일러 샵으로 가서 트레일러 번호를 알려주고 수리가 끝나면 전화를 달라고 했다. 잠을 더 자자.

 

아침에 일어나서도 트레일러가 야드에서 움직인 흔적은 없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겠다. 지금 출발하나 안 하나 상관 없이 나에게는 하루 24시간이 있다. 내가 무엇을 하든 이 시간은 지나간다. 그렇다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계획에 없던 여유 시간이 생기면 대부분 그냥 흘려 보냈다. SNS를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했다. 휴식 시간도 중요하다. 재충전은 필요하다. 자발적으로 그런 시간을 보낸다면 좋다. 심심해서 마지 못해 그런 시간을 보내면 우리는 시간을 허비했다고 느낀다. 정치, 연예, 사회 뉴스에 특정인을 질책(叱責)하거나 조롱하는 댓글을 쓰거나 읽으면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는 자책감이 든다. 간혹 좋은 글도 있지만 대부분 말초 감각을 자극하는 저열한 글이다. 모래가 90% 쌀이 10%면 더 이상 쌀이라 부를 수 없다.

 

오늘 무엇을 할까? 할 일은 넘친다. 운동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그러면 질문을 바꾸자. 오늘 무엇을 하면 가장 즐거울까? 감각을 만족시키는 일은 그 순간에만 즐겁다. 평소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웠나? 내 경우에는 창작활동을 할 때 가장 즐거웠다. 시나리오 쓸 때, 영화 찍을 때, 연기 할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름 카메라가 차르륵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창작활동은 무엇인가? 글쓰기가 가장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글을 쓰자. 일기는 일어난 일을 쓰는 것이니 창작에 넣기 어렵다. 상상력을 총가동 할 수 있는 글이 뭘까?

 

국민(초등)학생 때부터 SF 소설을 썼다. 당시 SF 소설을 좋아했다. SF전집 60권 세트 중 첫 10권을 부모님이 사주셨다. 몇 번이고 반복해 읽었다. 나머지 50권도 사달라고 졸랐다. 부모님은 난처해 하셨다. 우리집은 가난했다. 빈곤을 느끼지 못했기에 나는 자라는 내내 우리집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근검할 뿐이라고. 아무튼 추가로 낱권 몇 권을 더 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SF에 대한 관심도 같이 식었다. 그때 60권 세트를 모두 샀으면 SF 작가가 됐을까? 얘기가 빗나갔다. 당시 우주전함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내 배경지식에 한계를 느끼고 중도에 포기했다. 초등학생에게 전함이나 항공기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쓰고 나니 내가 읽어도 너무 부족했다. 그 이후로 소설은 쓰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문집 만든다고 시는 몇 편 썼다. 대학가서는 단편 시나리오를 몇 편 썼다.

 

몇 십년 동안 한 적이 없는 일을 오늘 했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마음 속에 욕구는 있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첫 줄을 쓰기 위해 한참을 생각했다. 쓰고 나니 역시 부족하다. 소설가들은 대단하다. 문장을 다루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다. 창작의 즐거움보다는 창작의 괴로움이 더 크다. 운동 후 근육이 결린 것처럼 기분 좋은 고통이다. 남들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읽으며 이리저리 생각과 감정이 떠다닐 수 있겠으나 남는 것은 없다. 오늘 같은 시간이 쌓이면 허접해도 작품이 남을 것이다. 아직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도 모른다. 작품 속의 인물은 나름의 생명력이 있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 믿을 뿐이다. 영원히 미공개로 남을 습작(習作)이어도 좋다. 한 편의 이야기를 문학 형태로 마무리를 짓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내가 끌 트레일러가 수리창에 들어간 것은 확인했다. 언제 끝날 지는 모른다. 오후 6시 이전에 끝나면 정시 배달이 가능하고, 그 이후라면 배달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아마도 밤새 운전을 할 가능성이 크다. 잠을 좀 자두는 게 좋겠지.

 

모든 상황을 내 계획대로 만들 수는 없더라도 내 시간을 어떻게 쓸 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그러자면 평소 플랜B, 플랜C까지 생각해 두면 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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