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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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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도 늦어도 벌금

트럭킹은 어려워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6-15 (금) 12:27:17

 

0609 다시플로리다.jpg

 


밤새 달렸다. 네이슨은 나를 믿고 잤다. 프리트립이 제 경로(經路)를 찾아 가는데 도움이 됐다. 오전 6시경 고속도로 휴게소에 트럭을 멈추고 교대했다. 1시간 30분 정도만 가면 도착한다. 가는 동안 침대칸에서 잠을 청했다. 소변이 마려워서 깼다. 좀 전에 휴게소에 섰을 때 소변을 봤는데 또 마렵다. 네이슨이 거의 다 왔다고 깨운다. 미리 도킹할 준비를 하라는 뜻이다. 6천 마일 정도 더 주행하면 수련이 끝난다. 일주일 반 정도 걸린다. 물론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면 수련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네이슨의 첫 학생은 7개월을 수련했다니까.

 

어제 발송처와 오늘 배달처 모두 공간에 여유가 있어 도킹이 수월했다. 물론 네이슨의 코칭을 받아서 그렇다.

 

다음 물건은 아이오와에서 아칸소로 간다. 마찬가지로 고기다. 나는 피곤하여 뒤에서 잤다. 그 사이 네이슨은 트레일러 세척하고 두 시간 여를 달려 발송처에 왔다. 3시까지가 약속인데 30분 정도 늦었다. 물건을 실으려면 벌금을 내란다. 그런 회사들이 더러 있다. 보통은 본사에 요청을 하면 Comcheck 계정에 돈을 넣어 준다. Comcheck에 전화 걸어 필요한 금액을 입력하고 인증 번호를 받은 후 수표에 필요한 정보를 적으면 된다. 그런데 이 회사는 현금만 받는단다. 네이슨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본사 FM(Fleet Manager)와 통화해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현금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어쩌라고. 근처 트럭스탑에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기껏 도킹까지 했는데 트럭스탑으로 가야하나. 네이슨이 트럭을 출발시켰다. 어 트레일러 브레이크 안 푸나? 하는 순간 트럭이 트레일러에서 분리됐다. 밥테일을 한 것이다. 맞다. 그런 방법이 있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다. 트럭스탑에 가니 다른 프라임 트럭이 있다. 그 역시 같은 상황으로 왔다. 그런데 우리와 달리 트레일러까지 끌고 왔다. 쯧쯧.

 

 

 

0609 다시플로리다4.jpg

 

화물을 싣고 출발했다. 이미 6시가 가까워져서 내가 운전했다. 목적지까지는 한 9시간 거리. 중간에 30분 휴식, 주유(注油)를 위해 각 한 번씩 멈추면 된다. 주유할 곳은 정해졌고 30분 휴식은 내가 알아서 정하면 된다. 운전에 대해서는 일임하고 네이슨은 잤다. 해질 무렵 아이오와 주 시골 풍경은 아름다웠다. 나는 음악도 틀지 않고 생각에 잠겨 운전했다.

  

    

가장 쿨한 곳

       

      

새벽 3시경 목적지에 도착했다. 경비도 없고 밤샘 주차도 허용되는 곳이다. 네이슨은 전에 와 본 모양이다. 바로 주차장으로 들어가 후진 연습을 겸해 주차했다. 네이슨과 차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지에 대해 심각히 토론했다. 헷갈리는 부분에 대해 궁금증을 풀었다.

 

카톡 화상통화로 부모님께 전화 드렸다. 엄마 생신인 줄 알았는데 음력 날짜라 다음 달이다. 외부에 계셨다. 전화를 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신다. 좀 자주 드려야 하는데. 두 분 모두 많이 늙으셨다. 엄마는 요즘 전화할 때 마다 사랑한다며 애정 표현을 하신다. 자라며 그렇게 많이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사랑을 말로 표현하시는 분들은 아니었다. 다음부턴 나도 사랑합니다라고 말씀 드려야지.

 

자고 있는데 누가 트럭 문을 쾅쾅 두드렸다. 일어나보니 이 회사 직원이다. 발송이냐 배달이냐 묻는다. 배달이라하니 사무실 가서 체크인 하라고 했다. 시간은 6시 반이 안 됐다. 사무실 건물로 먼저 간 네이슨이 나오며 10번 닥이라고 했다. 차로 걸어가며 상반된 생각과 감정이 일었다. 도킹은 내가 할께라고 말하려는 생각과 네이슨이 그냥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네이슨은 바로 조수석으로 향했다. 내가 한다. 아직 내가 부족한 것은 세팅 포인트다. 어느 지점에서 핸들을 돌려 어느 방향을 향해야 트레일러가 제 방향을 잡는지 모르겠다. 트럭과 트레일러가 일직선이 돼야 하는데 꺾여 있기 일수다. 그럭저럭 도킹을 했다.

 

하적(荷積)을 기다리며 진공청소기로 운전석 내부를 청소했다. 처음 만났을 때 네이슨은 깨끗한 것 좋아한다며 매주 한 번씩 진공청소 한다고 했다. 차량 내부가 깨끗했다. 그런데 나와 트레이닝을 시작한 후 한 번도 청소한 적이 없다. 진공청소기가 어디 있는지 알았으면 나라도 쉴 때 청소했을 것이다. (아니 뭐 사실 나도 굳이 청소기를 찾지 않았다.) 네이슨은 직전에 타던 트럭을 잊지 못해 지금 타는 트럭에 대한 불만이 많다. 아마도 그것 때문인 것 아니냐고 물으니 자기도 그런 것 같단다. 내가 워낙 어지럽게 늘어놓고 사는 스타일이라 네이슨도 물들어 그런 것 같다만.

 

다음 화물 목적지는 플로리다다. 짐을 실을 곳은 미주리 주 Carthage에 있는 아메리콜드다. 구글맵으로 위성 사진을 확인해보니 이상했다. 트럭을 댈 공간도 별로 없고 닥도 적었다. 주변이 공사 중이었는데 아마도 옛날 사진인가 보다. 프라임 본사도 위성사진으로 보면 아직 공사 중으로 나온다.


0609 쿨한곳.jpg

 

도착해보니 내가 가 본 곳 중 가장 쿨(Cool)한 곳이다. 문자 그대로 쿨하다. 입김이 날 정도로 서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암반을 파서 조성한 인공 지하 동굴이기 때문이다. 시설이 지하에 있어 구글 위성 사진에도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핵전쟁에 대비해 군에서 만든 시설인가 싶었다. 영화세트 같았다.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차로 동굴을 들어갔다 나왔다 한참을 가야 한다. 동굴에 들어가기 전에 트레일러 냉동 장치를 끄라고 돼 있다. 이곳은 몇 개의 회사가 공간을 나눠 쓰고 있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햇볕 볼 일이 없겠다. 일꾼들은 두툼한 방한복으로 무장했다. 네이슨은 전에 와 본 적 있다고 했다. 첫 학생과 TNT 과정 며칠만에 왔는데 운전을 시켰더니 못 한다고 비명을 질렀단다. 그랬을 법도 하다. 동굴 내에서는 전화 신호도 먹통이다. 닥에 트레일러를 대고도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려 짐을 실었다. 아이스크림이다. 나올 때는 네이슨도 헷갈려 길을 잃기도 했다. 동굴을 나와서 냉동기를 가동시키는데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영하 10도로 유지해야 되는데 화씨 30도다. 아이스크림 다 녹으면 어떡하나. 배터리가 방전(放電)된 모양이었다. 트럭 배터리와 점프하니 가동됐다. 나도 점프 케이블을 가지고 다녀야겠구나. 이미 6시가 가까워져서 내가 운전을 시작했다. 내일 오후 3시까지 가려면 바쁘다.


0609 쿨한곳1.jpg

0609 쿨한곳3.jpg

 

네이슨한테 의외의 얘기를 들었다. 네이슨과 7개월 넘게, 8개월 가까이 수련했던 전 수련생이 연락 두절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가 지금 프라임에서 일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는 수련 마치기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네이슨이 차를 바꾸게 되어 몇 주 쉬었을 때 차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안 된단다. 프라임에서 교육을 무료로 받는 대신 1년간 일을 해야 한다. 그는 이미 8개월을 했으니 넉 달만 더 하면 수업료가 면제다. 그 전에 그만 두면 5천 달러 정도를 물어내야 한다. 트럭커 생활이 21살의 청년이 감당하기에는 벅찼을 지도 모르겠다. 나도 젊은 시절 두려워서 중요한 일에서 도망쳤던 적이 몇 번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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