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과정부터 숨가빴던 탓일까? 계속 정신이 없고 하나씩 놓친다. 가져가려고 샀던 물건을 안 갖고 온 것은 그나마 낫다. 프라임 ID를 집에 두고 왔다. 회사 건물에 들어가는 신분증일 뿐 아니라 트럭 연료를 구입하는 카드이기도 하다. 눈 앞이 캄캄했다. 다행히 재발급이 가능했다. 카드 번호는 바뀌었다.
배달 오더가 들어왔다. 여유 있는 일정이라 생각했다. 아침을 공짜로 먹었다. 마침 금요일 안전 모임이 있는 날이다. 중간에 일어나 샤워와 빨래를 했다. 핏스톤 터미널은 더 쌌다. 빨래, 건조 각 50센트씩. 1달러면 해결된다. 트레일러 샵에 가서 빈 트레일러를 배정 받았다. 야드에서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했다. 오전 시간이 다 갔다. 트레일러 내부가 더러웠다. 세척(洗滌)을 하고 가기로 했다. 이곳은 wash bay가 한 개 뿐이다. 앞 트럭이 세차할 동안 기다렸다. 오래 걸렸다. 아웃 바운드 베이도 오래 걸렸다. 스프링필드 본사만큼 일처리가 빠르지 않다.
발송처로 향하다 보니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내가 오프 듀티 드라이빙 중이라는 것이다. 집에 가기 전 마지막 운전 상태가 오프 듀티 드라이빙이었다.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사전 차량 점검 과정도 잊어 버렸다. 엉망이다.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는 것인지.
발송처에는 3시 경에 도착했다. 거리는 얼마 안 되지만 산길인데다 제한속도 45마일 구간이 길었다. 드랍 앤 훅인줄 알았는데 라이브 로딩이었다. 한참을 기다렸다. 짐 싣고 나오니 7시가 넘었다. 여유 있는 일정은 이제 빠듯한 일정으로 바뀌었다. 두어 시간 더 달려야 하지만 9시 쯤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멈췄다. 다행히 한 자리가 있다. 지금은 급히 갈 때가 아니라 숨을 고를 때다. 뭔가 놓치고 있다. 그게 뭘까?
집에서 가져온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었다. 전자레인지에 지었던 밥에 비해 특별히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간편한데다 시간도 절약된다. 새로 지은 밥인데다 3분 카레와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맛있다. 개스 버너와 코펠은 짐이 많아 이번에 못 가져왔다.
샤워 걱정 끝
종일 부지런히 달렸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포트밀(Fort Mill) 휴게소에서 쉬어 간다. 목적지까지는 90마일 남았다. 밥을 해먹는 입장에서는 주차하기 편하고, 화장실 깨끗하고, 물 쓰기 편한 고속도로 휴게소가 좋다. 모든 휴게소가 그런 것은 아니고 규모가 있고 제대로 관리되는 경우에 한한다.
그저께 회사 메시지를 받았다. 프라임 드라이버는 러브스 트럭스탑 플래티늄 회원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예전에 시행하다 중단됐는데 다시 연장한 모양이다. 플래티늄 회원은 무슨 혜택이 있나 봤더니 주유 1갤런당 3점씩 포인트가 쌓인다. 이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샤워와 음료수 리필이 무제한이란다. 지금껏 샤워 포인트 쌓느라 힘들었다. 이제 필요하면 언제든 샤워할 수 있다. 오늘 주유 하면서 텀블러에 커피를 리필해 마셨다. 탄산 음료는 안 마시니 음료수래야 커피다. 이번 계약 때문인지 최근에는 회사에서 지정해주는 주유소가 거의 러브스다.
두 번째 밥을 지어 먹었다. 야채와 살라미를 넣은 ‘야살밥’이다. 어제보다 상태가 좋았다. 물을 조금 더 넣었고 평지여서 그런 것 같다. 어제 펜실베이니아 휴게소는 고지대였다.
내일은 장을 봐야 할텐데. 샌드위치 재료가 떨어졌다. 빵, 야채, 샐러드가 필요하다. 쌀도 한번 먹을 분량만 남았다.
트럭 운전을 하면서 일상 모든 용품의 운반 과정에 대해 생각해 봤다. 트럭커를 거치지 않은 물건이 거의 없다. 세상이 거대한 시스템으로 연결됐음을 실감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책으로 쓴 사람이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배송 추적(원제는 Door to Door)의 저자 에드워드 홈스다. 아침에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지구 몇 바퀴를 돌 정도의 운송과정을 거친다. 알루미늄 캔음료도 그렇다. 복잡한 부품이 들어가는 아이폰의 경우는 몇 배 더 먼 거리를 이동한다. 원재료를 채취하기 위해 사용된 장비의 기원을 따지거나 사용된 연료의 시추 및 가공과정까지 따진다면 도무지 끝이 없다. 사소한 일상품 하나가 사실상 온세상과 연결돼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은 현대의 운송시스템이다. 나도 그 운송시스템의 한 부분에서 일하고 있다. 이 구조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것인가? 저자는 자율주행차와 3D 프린터 등 기술 발전이 미칠 영향을 주목한다. 또한 계속 크게, 빠르게, 많이 소비하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자원을 낭비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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