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오전 4시 기상. 새벽형 인간이 됐다. 트레일러 바퀴는 여전히 바람이 좀 빠진 상태다. 주차장에 나 말고는 없더니 지금은 트럭이 여럿 들어왔다. 빈 자리도 있었다.
90번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달렸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트레일러 타이어에는 좋은 일이다. 타이어 공기압이 낮으면 도로와 마찰면이 많아져 높은 열이 난다. 심하면 타이어가 찢어 지거나 불이 나기도 한다. 커다란 분무기 앞을 달리는 것 같다. 가는 빗방울이 와이퍼로 닦아 내기 바쁘게 시야를 가렸다. 그러다가 한동안은 거센 물줄기가 퍼부었다.
저 앞에서 경광등(警光燈)이 번쩍였다. 공사 중이거나 경찰차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왼쪽 차선으로 옮겨 진행한다. 옆 차선에 차가 있어 이동할 수 없을 때는 속도를 줄여 서행한다. 네이슨에게 배운 내용이다. 좌측 깜빡이를 넣었다. 바로 옆에 더블 컨테이너를 단 트럭이 나보다 조금 빨리 달리고 있어 옮겨갈 수 없다. 아예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 그 뒤로 붙기라도 할텐데. 속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경찰차를 지나간 순간 바로 앞에 차량이 멈춰 서 있는 게 보였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옆 차선으로 급히 꺾다가는 뒤에서 오는 차량과 부딪힐 수 있다. 아니 그 전에 트럭이 전복(顚覆) 될 수 있다. 짐을 가득 실은 트럭을 급정차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추돌 사고를 예상했다. 거짓말처럼 충돌 직전에 히마찰이 멈췄다. 충돌 방지 장치가 일부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앞서 차량은 사고난 차량을 싣고 움직이려는 토잉 트럭이었다. 그러면 경찰차가 갓길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 토잉 트럭이 사고 차량을 끌고 길 가로 나갈 때까지 차선을 막고 있어야 한다. 경찰차가 갓길에 서 있으면 다른 차량도 갓길에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른 아침이라 정신이 말짱했기에 망정이지 졸음운전이라도 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꺼진 시동을 켜고 트럭을 움직여 얼마 떨어지지 않은 휴게소로 들어갔다. 대쉬캠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내 개인 타임라인과 회사 페북 클럽에 각각 올렸다. 반응이 확연히 달랐다. 타임라인에는 모두들 놀라며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회사 클럽에서는 우선 순발력 있는 대처를 칭찬하는 반응, 빗길에서 과속을 했다는 반응(실제 과속은 하지 않았다. 동영상이 실제보다 더 빨라 보일 뿐), 경찰차의 위치 오류를 지적하는 반응 등 다양했다. 나는 종일 운전하느라 한 마디도 댓글을 달지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격렬히 토론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일기 쓰고 당시 상황을 댓글로 올려줘야 할 것 같다. (일반인과 트럭커의 반응이 다른 것은 전문영역 차이도 있고, 내가 올린 비디오 버전 차이도 있는 듯 하다. 프라임 그룹에는 사고를 모면한 이후의 상황이 조금 더 들어가 있다. 그래서 더 많은 토론 거리를 제공하지 않았나 싶다)
펜실베이니아에 들어서 TA 트럭스탑에 들렀다. 트레일러 타이어 좀 점검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단다. 일하는 기술자가 지금 1명 뿐이란다. 그럼 됐고. 다시 출발했다. 타이어를 만져보니 조금 열이 나기는 했지만 금방 어떻게 될 것 같진 않았다. 시간 계산을 해보니 목적지에서 5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TA에 갈 수 있을 듯 했다. 운전 중에 졸리면 트레일 믹스로 군것질을 했는데 졸음은 달아나지만 배가 너무 부른 단점이 있다. 오하이오를 지나 미시건에 들어 섰다.
TA 트럭스탑에 들어섰다. 카서비스로 가서 트레일러 타이어 공기압이 낮은 것 같아 체크 좀 해달라 했더니 에어펌프가 무료이니 그냥 넣으라 했다. 종업원이 성의가 없다. 트레일러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처럼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트레일러를 에어펌프에 가까이 대고 일하는 중인 기술자를 불렀다. 트레일러 타이어에 어떻게 공기 넣는 지 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흔쾌히 일하다 말고 나와서 봐줬다. 그가 타이어를 보더니 트레일러 밑으로 들어가 무엇인가를 만졌다. 타이어 공기압 조절 스위치가 꺼져 있었다고 했다. 트레일러 타이어는 자동으로 공기압을 조정하는 장치가 있다. 그런데도 공기압이 계속 낮아서 이상하다 생각했다. 나는 그에게 스위치가 어떤 것이냐 물었다. 그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한 20분에서 1시간 반 정도 트레일러 브레이크를 푼 상태에서 시동을 켜 놓으면 공기가 찰 것이라 했다. 나는 감사를 표하고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수 백대가 들어가는 큰 규모다. 오후 5시면 반도 차지 않을 시간이다. 전진 주차로 편한 자리에 댔다가 멀찍한 곳에 후진으로 다시 댔다. 그 잠깐의 시간으로도 타이어는 눈에 띄게 제 모양을 찾았다. 타이어 가장자리가 마모된 정도로 봐서 한참을 그 상태로 달렸던 모양이다.
이제 샤워할 시간. TA에는 잘 오지 않았다. 적립카드가 없기도 했고, 다른 트럭스탑으로 모느라 그랬다. 네이슨도 TA에는 잘 안 다녔다. 나는 며칠 전에야 적립카드 만들고 임시 카드를 받았다. 혹시 이것으로 샤워가 가능한지 물어봤다. 키오스크 가서 샤워 신청하면 된단다. TA는 웬만하면 다 무인단말기로 처리하네. 신청할 때도 키오스크에서 했는데. TA의 장점이 있었다. 60갤런만 넣으면 무료 샤워가 가능했다. 현금으로 샤워하려면 15달러다. 러브스나 파일럿은 100갤런 이상을 넣어도 샤워 포인트가 모자랄 때가 있다. 지금은 러브스에서 늘 무료로 할 수 있지만 한시적 혜택이다. 오늘 오면서 파일럿에서도 주유를 해서 1회 샤워권을 확보했다.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가급적 여러 트럭스탑의 샤워포인트를 갖는 것이 운행 계획 짜기에 편리하다.
내일도 새벽 4시 기상이다. 프라임 페북 그룹의 토론이 격화(激化)되는 모양이다. 가서 중재해야겠다.
현진건 단편 소설 ‘운수 좋은 날’은 역설적 표현이다. 주인공에겐 운수 나쁜 날이다. 아내가 죽었기 때문이다. 나도 딱히 좋은 일이 생긴 것은 없다. 나쁜 일을 피했을 뿐이다. 나쁜 일이 안 생긴 것으로 운수가 좋은 날이라면 이 세상 대부분 사람들에게 거의 매일이 운수 좋은 날이다. 사람들은 이럴 때 운수 좋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안 좋은 일이 생기다 말았을 때 운수 좋다고 한다. 고통을 겪지 못한 사람은 행복도 잘 모른다. 고통과 행복은 한 쌍으로 다닌다. 동전과 같다. 이쪽이 나오면 기뻐하고 저쪽이 나오면 슬퍼하고. 고통과 행복이 동전의 양면임을 깨닫는다면 기뻐할 일도 슬퍼할 일도 그다지 없다. 오늘 그다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었다면 그대는 운수 좋은 날이었다. 범사(凡事)에 감사하라.
슬럼프라기에는 미안한 실력
오늘 조짐이 좋지 않았다. 제발 별 일 없이 넘어가기만을 바랬다. 다행히 그렇게 될 것 같다.
언제나처럼 오전 4시 기상. 배달처로 향했다. 5시 15분쯤 도착했다. 그런데 6시에 문을 연다고 했다. 트럭을 돌려 근처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야했다. 6시에 가보니 트럭이 줄을 섰다. 아침마다 이 시간이면 난장판이겠구나. 정문을 통과하고 나서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내 컨디션이 안 좋은 모양이었다. 후진이 잘 안 됐다. 그리 어려운 곳도 아닌데. 파란 불이 들어오면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한참 후에 트레일러가 흔들거렸다. 얼마간 조용하더니 다시 흔들렸다. 일을 띄엄띄엄 하나보다. 나는 밖으로 나가 운동을 했다. 너무 앉거나 누워서만 생활한다. 하체 운동이 필요하다. 30분 정도를 마당에서 걷거나 뛰었다. 그래도 파란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 화물 예약이 들어왔다. 오하이오에서 오후 1시가 약속 시간이다. 거리는 80마일이다. 여기서 언제 끝나냐에 달렸다. 트레일러 세척도 해야하고 가는 시간도 1시간 반은 잡아야 한다. 11시가 넘어 디스패처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직 짐 안 내렸냐고. 안 내렸다하니 알았다며 예약을 취소했다. 아까워라. 가만히 보니 파란불만 안 들어온 것이 아니라 빨간불도 안 들어왔다. 아까 닥에 댈때는 파란불이 들어왔었다. 다른 트럭들은 다 떠났는데 나만 이렇게 오래 기다릴 리가 없다. 나는 사무실로 갔다. 15번 닥에 아무 불도 안 들어왔는데 작업 안 끝난 것이냐고 물었다. 여직원은 하역 인부들에게 물었다. 다들 잘 모르는 눈치였다. 서류를 찾아보더니 하역이 끝났다고 말했다. 이런 하필 내 자리가 그랬을까. 서류 작업 마치고 짐 받을 준비가 됐다고 알렸다. 1시간 정도 기다려도 금방 작업이 들어오지 않았다. 마냥 있을 수는 없어 가까운 트럭 세차장으로 향했다. 트레일러 세척을 마치자 마자 다음 작업이 들어왔다. 불과 얼마 안 떨어진 거리다. 며칠 전에도 그러더니. 글렌은 내가 향하는 곳 근처에서 화물을 주는 재주가 있나? 그런데 시간이 7시~9시 약속이다. 그 시간은 내 업무시간 이후다. 일단 가보자.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 가면서 4거리 교차로에서 좌회전 하다 두 번이나 시동을 꺼트렸다.
정문 통과는 아무 문제 없었다. 야드 자키가 오더니 9번 닥에 대라고 했다. 그리 어렵지 않게 보였는데 만만치 않았다. 하필 건너편에 트럭이 한 대 서 있어 어떤 각도로 틀어도 진로에 걸렸다. 게다가 오늘따라 후진이 무진장 안 된다. 이걸 슬럼프라고 부르기에는 내 본래 실력이 턱없다. 후진하다 옆에서 훈수 두는 야드자키의 트럭이 트레일러에 부딪혔다. 트레일러 옆 면 테두리가 살짝 휘었다. 야드자키 트럭은 별 탈 없어 보였다. 그 사고를 겪더니 그는 가버렸다. 오늘 제발 하루 아무 일 없기를 바란다. 어렵게 닥에 대고 사무실로 가니 33번 닥에 있는 트레일러를 가져가라고 했다. 작업이 끝나면 연락주겠다고 했다. 밥테일로 주차하고 기다렸다. 여기도 함흥차사(咸興差使)다. 하긴 원래 약속이 7시 이후다. 기다리며 시간 계산을 해봤다. 2시간 30분 남았다. 오늘은 어차피 운전이 힘들다. 1차, 2차 배달처 모두 코네티컷이다. 내일 밤 11시까지 가야할 거리가 710마일이다. 불가능하다. 글렌에게 연락했다. 내일 리파워를 해야 한다고. 휴식 끝나는대로 출발해 최대한 가라고 했다. 자기네들이 리파워를 맞춰보겠다 했다.
근처에 월마트가 있었다. 걸어가도 30분이 안 걸리는 거리다. 운동 삼아 걸어갈까? 그러다 연락이 오면? 밤 12시에 문 닫으니 이따 짐 받고 가볼까? 트레일러 끌고 주차장에 들어가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한밤중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 잠이 들었다. 자다 생각해보니 밥테일로 지금 그냥 가면 되잖아 싶었다. 밥테일 트럭은 그냥 큰 차일 뿐이다. 얼른 트럭을 몰고 나갔다. 걸어갔어도 20분이면 충분할 거리였다. 주차장에 트럭을 세우고 들어가 쇼핑을 했다. 별로 살 것은 없었다. 티셔츠 두 벌, 청바지 한 벌, 식품 약간을 샀다. 옷 값만 40달러 정도 들어 총액은 70달러가 넘었다.
다시 발송처로 돌아와서도 시간 여유가 있었다. 8시가 넘어서야 전화가 왔다. 화물은 야채였다.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각각 온 것들이다. BJ와 홀푸드로 간다. 어차피 나는 시간이 지나 못 움직인다. 자정이 넘어야 출발할 수 있다. 여유롭게 서류 작업하고 출발 전화도 했다. 화물이 가벼워 무게 신경 쓸 일도 없다. 무게와 상관 없이 운전하기 편하게 11번 홀에 트레일러 바퀴를 맞췄다. 오늘 트레일러를 바꾼 것만으로도 홀가분하다. 타이어 문제로 신경 쓰게 하더니, 이제는 오른 쪽 문을 혼자 힘으로 닫기 어렵다. 오늘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겨우 닫았다. 래치를 잠그기 위해 벽돌까지 사용했다. 막판에는 자키 트럭과 충돌까지 하고 수난의 트레일러다. 새로 연결한 트레일러는 손쉽게 열고 닫힌다. 오늘은 1시간 운전했으니 거의 일을 못한 셈이다. 그래도 아까 화물을 놓친게 다행이겠지? 오늘 컨디션으로는 운전 안 하는 게 좋았을테니. 별 일 없었으니 운수 좋은 날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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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대신 제거
다시 밤낮이 바뀌었다. 자정 지나 출발했다. 어디서 리파워 할 지 모르지만 가는데까지 가보는거다. 밤샘 운전은 졸음을 불렀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입구부터 출구까지 트럭으로 가득 차 주차할 곳이 없다. 3시간 정도 달린 후 고속도로변 응급주차구역에 트럭을 세웠다. 2시간 동안은 세워 놓을 수 있다. 40분 알람을 맞춰 놓고 쪽잠을 잤다.
80번 하이웨이를 따라 동쪽으로 가는 길. 평지인 오하이오를 지나 펜실베이니아에 들어서도 속도는 줄지 않았다. 짐이 가벼우니 히마찰의 움직임도 그만큼 자유롭다. 오전 6시가 지나니 고속도로 휴게소에 한두 자리 정도 공간이 났다.
졸음을 떨치기 위해 매번 잘 수는 없는 법. 김어준의 팟캐스트를 오랜만에 들었다. 효과가 있다. 글렌에게서 전화가 왔다. 핏스톤 터미널에 트레일러를 내려 놓으라 했다. 노 프라블럼. 200마일 가량. 4시간 거리다. 오전 중으로 도착할 수 있겠다.
예상대로 11시 40분쯤 터미널 입구에 도착했다. 인바운드 베이 두 칸 모두 트레일러가 서 있다. 한 쪽은 타이어를 갈고 있고, 다른 쪽은 뭔가 수리를 하고 있다. 기다리다 화장실에 다녀왔다. 스프링필드는 인바운드 베이가 대여섯 개 정도 된다.
내 차례다. 차량을 점검한다. 나는 트레일러를 내려 놓을 것이라 하고 서류를 건냈다. 트랙터 드라이브 타이어 커버 휜 것을 수리하겠다고 했다. 점검 요원은 수리 사항을 양식에 적어 트랙터 샵 사무실에 접수하라고 했다. 야드에 트레일러를 내렸다. 오늘은 후진이 잘 된다. 트랙터 샵에 가서 그리즈팩과 엔진오일 한 통을 받았다. 엔진오일을 점검해보면 계속 조금씩 줄어든다. 주기적으로 보충해야 한다. 수리 예약을 하니 대기자가 5명이라 했다. 순서가 되면 전화를 준다.
건물로 가서 화장실 이용하고 빨래, 샤워, 건조,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카페테리아에서 가장 비싼 메뉴인 립아이 스테이크를 시켰다. 그래봐야 15달러 정도.
트럭에서 자고 있자니 5시경 전화가 왔다. 트랙터 샵이다. 트럭을 몰고 가서 수리를 시작했다. 그냥 커버가 휜 것이 아니라 안에 지지대도 부러졌다. 쇠가 많이 녹슬어 있었다. 정비공은 부품이 없다며 다른 멀쩡한 세 바퀴의 커버를 제거했다. 반짝이는 휠커버는 히마찰의 그나마 자랑거리였는데. 속살이 그대로 들어난 듯한 느낌이다. 이건 혹 붙이려다 혹 뗀 것도 아니고.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야드에서 짐이 실린 트레일러를 연결해 내일 오전 11시까지 노스캐롤라이나에 배달하는 일정이다. 450마일 거리니까 9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중간에 30분 휴식 취하고 한 번 주유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10시간은 잡아야 한다. 예비시간도 둬야 하니 밤 11시에는 출발해야 시간 여유가 있다.
미리 위치나 확인해 두려고 트레일러를 찾아 야드를 다 뒤졌는데 없다. 아직 오는 중인가? 트레일러샵에 위치를 물어보려고 갔다. 점검을 받았는지 거기에 있었다. 위치 확인했으니 됐다. 이따 10시에 일어나 준비하기로 했다. 잠이 오려나 모르겠다.
오늘의 사건 사고
하루라도 사고를 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가?
고속도로 갓길에서 다섯 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다.
어제밤 10시 경에 일어나 트럭을 세차했다. 트레일러샵에 갔더니 이미 트레일러를 다른 곳에 옮겼다. 야드를 걸으며 찾아다녔다. 마지막 장소에 가서야 트레일러를 찾았다. 트레일러 연결하고 무게를 측정해봤다. 트레일러에 하중이 과했다. 6번에 물려 있는 텐덤핀을 뒤로 물려 12번 홀에 걸었다. 아웃바운드 야드에서 서류를 받고 저울에 달아보니 32,000 파운드 내외로 드라이브와 텐덤에 무게가 고르게 나뉘었다. 11시 조금 넘어 터미널을 출발했다.
낮에 충분히 자지 않았기 때문에 중간에 졸음이 올리라 예상했다. 중간에 한번 쉬면서 30분 동안 잤다. 몇 번을 웨이스테이션에 불려 들어갔지만 이내 출구쪽으로 통과 신호를 받았다. 아까 무게를 맞추길 잘 했다. 중량 측정소에 들어설 때 도로에 간이 저울이 있다. 거길 통과할 때 하중이 많이 나간다 싶으면 저울로 유도한다. 나는 규정 이내 무게라서 통과 신호를 받았으리라.
오전 6시 조금 넘어 어느 도시(이름을 까먹었다)를 지날 때였다. 커브를 도는데 속도가 조금 빨랐나? 운전대 조절이 원활치 않다고 느꼈다. 이거 까딱하면 차체가 넘어갈 수 있겠다. 순간 계기판에서 어떤 불빛이 깜빡하더니 차체가 한번 휘청했다. 차량 안정화 기술의 하나다. 전에도 고속도로 진출구에서 한 번 이런 적이 있다. 그리고는 critical event alarm 메시지가 들어왔다. 차량이 급정거를 한다든지, 중심을 잃는다든지 할 때 회사로 메시지가 전송되고 퀄컴 단말기로 차량에도 들어온다. 얼마 후 글렌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 있냐고? 아무 일 없다. 나중에 전화하겠다.
11시 약속이지만 9시에 도착했다. 접수 사무실로 가니 바로 14번 닥에 대라고 했다. 오늘은 웬일인지 후진이 잘 됐다. 나 미친 것 아냐? 두 번의 전후진으로 닥에 댄 후 침대에 누워 잤다. 밤샘 운전으로 피곤했다.
11시 즈음에 직원이 문을 두드리며 서류를 건냈다. 트레일러에 가보니 로드락이 2개가 있었다. 깨끗한 것이 새 물건 같다. 방식도 내가 쓰는 것과 조금 다르다. 난 로드락이 3개 있다. 1개는 어제 내려놓은 트레일러에 들어있다. 로드락은 트랙터 뒷 벽에 4개까지 걸 수 있다. 새 로드락을 갖고 헌 것 하나는 트레일러에 넣어두기로 했다. 누가 필요한 사람이 쓸 것이다.
발송처를 떠나려는데 글렌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아침의 일을 물었다. 모르겠다. 그냥 가는데 차가 흔들렸다. 아마 도로 상태가 불안정했나 보지? 알았다. 수고해라. 회사에서는 차량 전복이나 교통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운전 형태에 대해 주의를 기울인다. 플릿매니저들의 인사고과에도 반영되나 보다. 나도 코너링할 때 더 주의해야겠다.
가까운 트럭세차장으로 가기로 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설정했다. 마음이 급해서 일까 발송처에서 나와 좌회전해야 하는데 우회전했다. 회전각이 좁았다. 길모퉁이에 있는 무엇인가를 트레일러 바퀴가 친 것 같다. 소화전 같기도 하고 우체통 같기도 했다.
고속도로에 막 들어서려는 순간에 트레일러 타이어 압력 경고 메시지가 들어왔다. 뭐지 싶어 사이드 미러로 확인해보니 오른쪽 트레일러 타이어가 내려 앉았다. 아까 코너 돌 때 타이어가 찢어진 모양이다. 네이슨이 수련 기간 중에도 여러 번 주의를 줬던 부분이다. 나는 얼른 도로 가에 트럭을 세웠다. 여기까지 오면서도 몰랐다니. 회사 시스템에 랙이 걸리는지 문제가 생겨도 10분 이상 시간이 지나야 퀄컴 메시지가 들어온다. 일단 머리를 한번 부여잡고 으악 소리를 질렀다. 일단 화는 냈고,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직전 트레일러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 사이드 미러로 계속 주시했던 경험이 있어 오늘은 한 번에 알아차렸다. 안 그랬으면 고속도로를 그냥 달릴 뻔했다. 그랬다면 림까지 손상이 갈 수 있다. RA(로드 어시스트)에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도 찍어 보냈다. 잠시 후 연락이 왔다. 인근의 업체에 연락해 사람을 보낸다고 했다. 90분 후에 도착할 것이라고. 사고 보고도 하라고 했다. 퀄컴 양식으로 간단히 사고 보고를 마쳤다. 지난 달에도 트레일러 문짝 부수어 사고 보고 했는데 이번 달은 타이어네. 잠시 후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 안전부서에 전화하라는 메시지가 왔다. 사고 보고를 하면 의례적으로 온다.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좁은 곳에서 코너를 돌다가 날카로운 물체에 부딪힌 것 같다. 그럴 수 있지. 그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하긴 트레일러가 넘어가거나 다른 차량과 부딪힌 것에 비하면 타이어 찢어 진 것은 사고 축에도 안 끼겠지. 타이어 파손은 워낙 빈번한 일이기도 하고.

함흥차사. 두 시간이 넘자 다시 연락했다. 다른 업체로 바꿨으며 곧 도착할 것이라 했다. 그래도 안 온다. 출발한 거 맞냐고 연락했다. 30분 내로 도착한다고 약속했단다. 1시간 넘어도 안 온다. 밤에 운전하려면 좀 자둬야 하는데 습관이 안 돼 잠도 안 온다. 5시가 넘어서야 사람이 도착했다. 젊은 남자 혼자다. 혼자서 할 수 있나? 트레일러 아래에서 스페어 타이어를 내렸다. 그런데 에어스커트에 걸려 안 빠져 나온다. 이리저리 용을 쓰더니 가져온 새 타이어를 끼어야겠단다. 그가 전화하러 간 사이에 타이어를 보고 있자니 텐덤타이어는 뒤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타이어를 물리면 에어스커트와의 사이에 공간이 생긴다. 음 너도 머리는 그리 좋지 못 하구나. 나는 그 남자에게 얘기하고 타이어를 뒤로 물렸다. 혼자서 거대한 타이어를 꺼내느라 끙끙대기에 나도 장갑을 끼고 도왔다. 그 이후 작업은 비교적 수월했다. 타이어를 드느라 힘을 쓸 때만 거들었다.
기다리는 동안 다음 작업도 들어왔다. 여기서 50마일 거리에서 저녁에 픽업해 일요일 저녁에 오하이오 주 블루 애쉬(Blue Ash)에 배달하는 일정이다. 블루 애쉬라 동네 이름이 멋지다.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트럭 세차장을 향해 달렸다. 원래 세차장 갈 때는 일반 드라이빙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업무 시간이 없다. 10시간 휴식 중이다. 트럭 스탑에 도착하자 1시간 오프듀티 드라이빙이 끝났다. 트레일러 세척을 마치니 10시간 휴식이 끝나 업무 시간이 리셋됐다. 9시 30분 약속이지만 미리 간다고 잘 못 될 것은 없다. 7시에 도착해 사무실로 가 체크인 했다. 9시가 넘어서 25번 닥에 대라는 연락이 왔다. 그 자리에서 짐을 싣고 떠나려던 다른 프라임 드라이버가 내려서 적극 도왔다. 그냥 돕는 정도가 아니고 아예 강의를 했다. 그는 트랙터와 트레일러의 각도, 타이어의 위치 등을 설명했다. 100%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됐다.
일요일 오전에 배달도 가능한데, 저녁 약속이라 시간은 널널하다. 약속 시간 두 시간 이전에 오면 안 된다고 써 있다. 어차피 일요일이라 약속시간 변경도 어려울 것이다. 오늘 여기서 자고 출발해도 되고, 천천히 밤새워 가다가 아침에 트럭스탑에 들러 자도 된다. 상황봐서 결정하자. 잠깐 눈은 붙이는 것이 좋겠지. 죽지만 않는다면 모든 경험은 도움이 된다. 오늘도 여러 실수를 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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