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출발. 익숙한 일상이 됐다. 앗! 프리트립 인스펙션 까먹었다. 중간에 차 세우고 쉴 때 수정해야지. 가다보니 오늘도 피곤하다. 3시간 운전하고 휴게소 지나 갓길에 트럭을 세웠다. 1시간 30분을 잤다. 11시에서 12시 사이 도착한다고 했으니 이 정도 휴식도 괜찮다.
시리우스XM 라디오가 안 되는 줄 알았더니 며칠 전부터 작동한다. 트럭 스피커가 음악 감상할 정도는 아니어서 BGM으로 작게 틀고 다닌다. 여유 있는 템포의 음악이 좋다. 트럭의 느린 속도와 저속 RPM에 들어 맞다.
Toledo 19마일 남긴 지점에서 휴게소에 들어섰다. 전국을 다 가본 것은 아니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는 오하이오가 최고다. 거의 트럭스탑 수준이다. 90대 가량 트럭 주차가 가능하고, 주유시설, 드라이버 라운지, 무료 사워실, 푸드 코트 등이 갖춰져 있다. 웬만한 트럭스탑보다 낫다 사실. 아침에 오다가도 한 곳 들러 맥도날드 아침 세트를 사 먹었다. 패스트푸드 먹기 참 오랜만이다. 간만에 먹으니 괜찮다.
글렌에게 문자를 보냈다. 근처 도착했다고. 잠시 후 화물 배정 문자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 근처가 아니다. 여기서 200마일을 더 가야 한다. 미시건 주 켄트우드(Kentwood)다. 얘기가 다르잖아. 3시간 반밖에 안 남았는데. 상황이 달라졌나 보다. 나야 빈차로 와도 똑 같이 거리로 돈을 받으니 상관은 없다만.
픽업 시간은 밤 10시다. 쉬었다 가나, 바로 가나? 잠깐 고민을 했다. 본래는 4시간 거리로 치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시속 60마일로 계산해 3시간 20분 정도면 도착한다고 본다. 글렌이 픽업과 배달 모두 드랍앤훅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된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발송처를 떠나 트럭스탑이나 휴게소에서 쉬자.
도착하니 10분 남았다. 낮에 오길 잘 했다. 밤에 왔으면 헤맸을 것이다. 낮에 와도 입구가 헷갈렸다. 내부는 더 복잡했다. 입구에서 닥까지 찾아가는 약도를 주는데 보물찾기 지도인 줄 알았다. 지도를 보고도 헷갈려서 마지막에는 반대 방향으로 들어갔다. 소화전 옆에 트럭을 세우고 걸어서 사무실을 찾아갔다.
드랍앤훅이 아니었다. -10도로 냉방시켜 놓고 기다리란다. 이곳도 닥킹이 만만한 곳이 아니다. 사실 내 기분으로는 불가능해보였다. 그래도 어쩌랴. 반대방향으로 들어왔으니 블라인드 사이드 백킹을 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트레일러 파킹랏 입구에서 회전이 가능할 듯 했다. 그래 이따 시도해보자. 트럭으로 돌아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한숨 잤다. 밤운전을 하니 잠이 모자라는 편이다. 낮에라도 기회 있을 때 자자.
전화가 왔다. 3013번 닥에 대란다. 아까 생각했던 위치에서 트럭을 돌렸다. 건물을 빙 둘러 원래 방향으로 들어갔다. 3013번 닥은 오른쪽 끝에 있었다. 돌려서 오길 잘 했다. 블라인드 사이드 백킹이 불가능한 위치다. 그나마 3013번 인근의 닥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들어가 있다. 다행이다. 어찌해보면 가능할 것 같다.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데 우측 공간이 너무 좁다. 왼쪽으로 더 붙여서 후진해야 한다. 끙끙 시름하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누가 나왔다. 서류 작업하고 가는 다른 드라이버 같다. 그가 오더니 방향을 다시 잡아 줬다. 아, 이런 공간에서는 이렇게 들어가야 하는구나. 내가 생각한 방법과 비슷했지만 꺾는 위치에서 좀 차이가 났다. 그는 친절하게도 트레일러 뒷문까지 열어줬다. 무사히 닥킹 성공. 최선을 다하니 귀인(貴人)이 돕는구나.
배달지인 펜실베이니아 주 베들레헴까지는 700마일 정도라 하루에 못 간다. 모레 중으로 배달하면 되니까 최대한 가다가 쉬고 또 가면 된다. 거긴 드랍앤훅이 확실해보였다. 이번 화물 배달을 마치면 한 건 정도 더 배달 후 집으로 갈 것 같다.
추요일, 울요일
발송처 내부 길가에 트럭을 대놓고 쉬었다. 1시 넘어 10시간 휴식이 끝나자 출발했다. 고속도로 쉼터를 지나가며 보니 자리가 많다. 이럴수가. 그럼 아까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왔어도 되는 거잖아. 주유를 위해 들른 트럭스탑에도 많지는 않지만 주차할 자리가 있다. 주말이라 그런가? 미시건 주가 밤에 다니는 트럭이 적은 것인가? 북동부 지역에서는 상상도 못할 현상이다.
주유소 인근에 있는 월마트로 갔다. 월마트 앱에서 24시간 영업하는 지점을 찾았다. 월마트라고 다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맵 위성사진으로 주차장을 꼭 확인한다. 트럭 진입이 어려운 곳도 있다. 다른 매장과 함께 있는 대형몰이 좋다. 지금 가는 곳도 그런 곳이다. 며칠 있으면 집에 가니까 많이 살 필요는 없다 해놓고 막상 들어가면 왕창 산다. 이 매장에서도 김치를 확인했다. 눈에 띄지 않아 그렇지 야채 코너에서 김치를 팔고는 있다. 김치 걱정은 덜었다.
밤새 달려 오후 1시에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깊은 산중이라 전화가 안 터진다. 인터넷은 트럭스탑 내부에 가야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 샤워 하고 잤다. 옛날 사람들은 전기가 없어 밤에 일찍 잤는데, 요즘 사람은 인터넷이 없으면 밤이고 낮이고 일찍 잔다.
새벽에 추워서 깼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바깥 온도가 화씨 오십 몇 도다. 어제부터 종일 비가 내려 더 하다. 그제서야 트럭의 히터가 작동하지 않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은 히터 틀 일이 없었다.
2시 반에 출발했다. 트럭이 달리는 동안은 트럭 히터를 틀면 따뜻하다. 중간에 잠깐씩 쉬고 6시 반쯤에 도착했다. 이곳은 드랍앤훅이다. 그런데 지정석이 있다. 98번에 대란다. 보통 드랍앤훅이 쉬운 이유는 아무 곳이나 편한 곳에 대기 때문이다. 지정석에 대는 것은 닥킹과 별 다르지 않다. 양쪽에 다 트레일러가 있다. 처음에 셋업을 하고 어느 정도 비슷하게 들어갔는데 조금 치우쳤다. 다른 프라임 트럭이 기다리길래 먼저 대라고 비켜줬다. 다시 시도하는데 주차를 마친 프라임 드라이버가 다가왔다. 젊은 친구였다. 그는 마치 트레이너처럼 내게 각도와 방향 지시를 해줬다. 젊은 사람에게도 배울 것이 많다.
빈 트레일러가 없어 돌아다니며 찾았다. 하나 발견해서 살펴보니 내부가 깨끗한 편이다. 빗자루로 쓸기만 해도 되겠다. 근처에 세차장이 있고 일요일에도 연다고는 하는데 전화해보니 자동응답기로 넘어갔다. 비가 와서 안 열 가능성도 있다. 위성사진을 확인하니 트럭전문 세차장이 아니다.
제일 가까운 휴게소로 향했다. 거리는 멀지 않은데 가는 길이 불편하다. 고속도로를 나와 톨게이트를 통과해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간다. 페북 그룹에 히터 관련 질문을 올리고 RA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결과는 내 히터가 고장 난 것으로 판명났다. 여름에 받았기 때문에 히터가 고장난 줄도 몰랐다. 알았으면 인수할 때 고쳤지. 터미널로 가야 고치는데 언제 가려나? 여기서 1시간이면 가는데 화물 일정을 따라야 하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빗자루로 트레일러를 쓸었다. 뉴저지까지 배달이다. 거리로 따지면 돈이 안 되는 화물이다. 그런 것을 가릴 처지는 아니다. 디스패처들이 돌아가며 주말 근무를 한다. 아무래도 자기 플릿 소속 드라이버에게 좋은 일감을 주고 싶겠지.
발송처에 왔더니 컴퓨터가 다운 됐다며 기다리란다. 수작업으로 하는 모양이다. 원래 저녁 약속이기는 하지만 드랍앤훅이라 금방 받아나갈 요량으로 왔다. 몇 시간 안 남았는데 걱정이다.
종일 비가 온다. 추워서 추요일, 비오는 일요일이라 울요일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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