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눈이 떠졌다. 빠트린 것이 없나 짐을 챙겼다. 식품 때문에 짐이 많아져 들고 가기 어렵다. 호텔 체크아웃하고 기다렸더니 Nathan이 트럭을 몰고 왔다.
본사에 있는 운전연습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Freightliner 트럭과 컨테이너를 빌렸다. 2시간 가량 후진(後進) 연습을 했다. 직선 후진은 큰 문제 없이 금방 익혔다. 시뮬레이터와 달리 실제 트럭은 클러치와 브레이크 감각이 달랐다. 차가 오래되고 많은 사람에게 혹사(酷使) 당해서인지 기어도 잘 안 들어갈 때가 많았다. 오프셋 후진도 배웠는데 여러 번 반복해도 매번 헷갈린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야 하나 왼쪽으로 꺾어야 하나. 강의 동영상 보면서 한번 차분하게 생각해봐야겠다.
나머지 2시간은 회사 근처 거리에서 주행연습을 했다. 기어변속은 대략 큰 문제는 없었지만 다운쉬프팅에서 몇 번 실수를 했다. 기다란 트레이너를 끌고 회전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입술이 바짝 말랐다. Nathan은 소리 지르는 일 없이 차분하게 이런저런 지시를 했다. 마지막에는 고속도로 주행까지 했다. Nathan은 나보고 처음 치고 잘 하는 편이라고 했다. 트립을 마치고 돌아와 연습장에서 몇 번 더 훈련하면 시험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다. 지난 번 훈련생은 쉬프팅이 서툴어 3주 반이 걸렸다고 했다.
차를 반납하고 이제 트립을 떠날 차례다. 사무실에 들러 서류작업을 했다. 정비부서에 들러 라면 액상스프같이 생긴 손바닥 크기의 비닐 두 봉지를 샀다. 하적장에서 컨테이너를 찾아 트럭에 연결할 때 비닐을 fifth-wheel 위에 올려놓았다. 컨테이너와 연결될 때 터지면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한다. 세차장에 들러 세차를 하고 주유장에 들러 연료를 채우면서 무게도 쟀다. 컨테이너 냉동기도 사전운행검사 과정이 있었다. 냉동기가 자체 진단을 하는데 15분 정도 걸렸다. 문제가 있으면 한번 더 실시해보고 그래도 불합격이면 보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우리가 끌 컨테이너는 한번에 통과했다. 나는 도무지 이 모든 과정이 혼란스러웠다.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2% 정도만 아는 느낌이었다. PSD 단계에서는 운전 기술 위주로 배우고 이런 트럭킹에 관련한 실무는 TNT 과정에서 배운다. Nathan과는 TNT과정까지 함께 간다. 어떤 트레이너는 PSD만 하고 어떤 이는 TNT만 하는데 Nathan은 둘 다 했다.
Nathan이 내 나이를 물어보길래 얘기해줬더니 깜짝 놀랬다. 자기는 나를 서른으로 봤다고 했다. Nathan은 마흔이라고 했다. 아이는 4명. 전 부인이 2명이었다. 헐.
우리가 배달할 화물은 의약품이었다. 위스콘신 주에 있는 West Logistics Inc라는 회사까지 배달해야 한다. 시카고 북쪽에 있었다. 배달 시간은 이틀 후인 월요일 오전 8시, 시간은 널널했다. 총 주행시간은 10시간 가량 거리였다. 오늘은 Nathan이 운전하고 내일은 내가 운전할 것이라고 했다. 날씨를 체크해보더니 좋지 않다고 했다. 그쪽에 비가 내리는데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 길이 미끄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프링필드에도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다.
세인트루이스 방향으로 가다가 북쪽으로 가는 코스를 잡았다. 중간에도 비가 내렸다. Nathan은 운전하면서 계속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나를 교육했다. 이런 교통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 코너링은 어떻게 하는 게 좋다 등. 중간에 Nathan의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예전에 살던 곳이 의정부라고 했다.
나는 프리트립 대본을 꺼내서 공부를 했는데 졸음이 몰려와서 도저히 진행할 수 없었다. 조수석에서 잘 수는 없으므로 공부는 포기하고 대화를 했다. 옆에서 사람이 자면 운전자도 졸린 법이다. Nathan은 PSD 기간 중 식비는 자기가 부담하겠다고 했다. PSD과정에는 수입이 없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고마웠다. Nathan은 차는 리즈한 것이라고 했다. 회사차라면 Peterbilt가 아닐 것이라며 자기는 어릴 때부터 Peterbilt 팬이라고 했다.
Hamel이라는 곳에 위치한 트럭스탑에서 묵고 가기로 했다. 오후 2시였다. 트럭스탑은 당연히 널널했다. 일부러 먼쪽에 주차하고 프리트립 연습을 한번 한 후 건물로 걸어서 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장실을 이용한 후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었다. 침대칸에 있던 짐을 정리한 후 2층 침대를 꾸렸다. 내 짐을 2층칸에 올리고도 발을 다 뻗고 누을 수 있을 정도로 길이는 넉넉했다. 눕자마자 기절했다. 7시쯤 중간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왔다. 빗방울이 좀 더 굵어졌다. 트럭스탑은 아직 자리가 있었다. Nathan은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에 출발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