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가장 떨린다. 아내도 이번이 제일 허전하다고 한다. 버스 정류장까지 차로 태워줬던 지난 두 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배웅도 하지 않았다. 아내가 지난 밤을 꼬박 샌 탓이다.
새벽 같이 일어나 딸 아이를 맨해튼까지 라이드 해줬다.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총기규제 촉구 행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오면서 홈디포에 들러 목재와 나사 등 몇 가지를 샀다. 아들 녀석의 침대에 지붕을 만들어준다고 아내는 밤새 나무를 썰고 자르고 했다. 딸아이 먹으라고 삼각김밥도 만들었다. 전동 드릴 작업은 내 몫이다.
샤워 할 때 아내가 내 꼬랑지 머리를 싹둑 잘랐다. 그냥 다듬기만 해도 될텐데. 졸지에 평생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 단발머리가 됐다. 이 나이에….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아저씨....!!
침대 지붕 조립작업을 하다보니 시간이 빠듯해 퀸즈빌리지에서의 출발은 포기했다. 아직 짐도 안 쌌다. 맨해튼으로 바로 가기로 했다. 4시 출발이다. 2시쯤 나서면 넉넉할 것이다.
점심 먹고, 간식 챙기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한 번 다녀온 터라 요령이 생겨 필요한 짐만 챙겼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포기했다. e-book을 읽기로 했다. 배낭도 없앴다. 쌌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짐을 최적화 했다.
17번 버스를 타고 플러싱 메인스트릿으로 가는데 다 와서 길이 막힌다. 이러다 또 버스를 놓칠까 긴장됐다. 플러싱에 도착해 7번 지하철을 탔는데 다행히 맨해튼까지 바로 간다. 지난 몇 년간 주말에는 7번 지하철이 맨해튼까지 가지 않아 중간에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야 했었다. 버스 출발 시각 15분 전에 도착했으니 결과적으로는 적절한 시간에 도착한 셈이다. 게다가 4시가 넘어도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
앞에서 두 번째 열에 앉았다. 발 아래 소화기가 비치돼 있어 살짝 불편했으나 별 문제는 아니다. 아울렛(전원 콘센트)도 작동했다. 전에 탔던 버스는 아울렛이 고장이 났거나 없는 좌석도 있었다. 예정 시간을 넘겨 출발했지만 다음 정류장인 뉴왁에는 제 시간에 도착했다. 젊은 운전수는 그 이후로도 예정 시간보다 항상 먼저 도착했다.
필라델피아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이 번화가라 먹을 곳이 많다. 차이나타운도 있다.
버스는 지난 번 갔던 코스를 그대로 갔다. 이번에는 흥이 나지 않아 사진도 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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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미주리로
뉴욕에서 세인트루이스까지는 잘 왔는데.
6시에 출발했어야할 연결편은 멈춰 있고, 식권을 나눠준다.
들리는 얘기론 10시반에 출발한다고.
도착하면 새벽 3시다. ㅠㅠ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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