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스탑에서 일어나 프리트립 연습을 한 후 배달지로 향했다. 배달지에 도착하니 다른 프라임 트럭이 짐을 내리고 있었다. 서류업무를 마치고 트럭이 빠진 자리에 후진으로 대는데 Nathan이 아무리 내려서 설명을 해도 근처까지는 가도 정확하게 대기는 어려웠다. 결국 Nathan이 운전대를 잡고 Dock에 정확하게 댔다. 후진 잘하는 트럭커들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나는 언제 저런 경지(境地)에 이르나. 봉인을 확인하고 뒷문을 열고 또 뭔가 트레일러에 무슨 작업을 하는 과정도 있었는데 지금의 나로서는 복잡하기 그지 없다.
차를 대놓고 기다리며 월마트에서 산 햄버거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 맛이 형편 없었다. 다시는 사먹지 말아야지. 얼마 후에 트레일러칸에서 우당탕 소리가 난다. 지게차로 팰럿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짐을 다 내렸다는 얘기에 다음 작업을 확인했다. 위스콘신주에서 조지아주까지 가는 일정인데 거리가 거의 1,000 마일에 달했다.
2시간 반 정도 거리를 더 북쪽으로 올라가 운송지에 도착했다. 네슬레 공장이었다. 아이스크림인지 영하 10도로 컨테이너를 미리 냉동해오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 곳에서는 공간의 여유가 좀 있어 차를 이리저리 돌려 직선 후진을 만들어 독에 대는데 성공했다. 짐이 많은 지 한참을 쿵쾅거리더니 다 실었다고 했다. 중간에 쉬어갈 트럭스탑을 정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운전이 어제보다 훨씬 편해졌다. Nathan은 오늘은 별 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중간에 자기 볼 일을 잠시 보기도 했다. 지난 번 학생은 2주차에도 이렇게 마음을 놓지 못했다며 내 운전에 만족을 표했다. Nathan은 구글맵을 보더니 밀워키 부근에서 길이 막힌다면서 다른 길로 돌아가게 했다. 그런데 그 길로 나가보니 밀워키 시내를 가로지르는 길이었다. 큰 트럭을 몰고 좁은 시내를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해준 코스였다. 다시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달리는데 Nathan이 소변이 마렵다고 난리다.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갔는데 어제 우리가 샤워했던 곳이었다. Nathan이 지금부터는 자기가 하겠노라고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면서 일년만에 운전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늘 우리가 쉴 곳은 인디애나주에 있는 TA 트럭스탑인데 바로 옆에 자기가 먹어본 중 가장 맛있는 필리스테이크를 파는 집이 있다고 했다. 이번 트럭스탑은 지금까지 우리가 묵었던 곳보다 몇 배나 넓은 곳이었다. 오후 8시30분에 도착했는데 자리가 거의 없었다. 자리 한 곳을 발견해 주차를 하려는데 Nathan도 애를 먹었다. 결국 옆에 주차한 트럭의 범퍼 가드를 스크래치를 낸 것 같은데 어떻게 수습(收拾)했는지 옆 트럭 운전자와 별 얘기 없이 넘어갔다.
필리스테이크는 맛있었다. 같은 샌드위치라도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서브웨이 같은 패스트푸드와는 비교가 안 된다. 바로 그 자리에서 구워서 만드는 음식이니까. 값도 저렴한 편이었다. Nathan은 배가 고팠는지 게눈 감추듯 빨리 먹어치웠다. 저렇게 하루 한끼 정도만 먹고 어떻게 버티나 싶다.
수요일 오전 8시까지 배달해야 하는 일정이라 내일은 갈 길이 멀다. 아마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달려야 할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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