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다시 시작이다.
4년 8개월 전, 트럭 운전을 배우기 위해 지원한 회사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내일 그 회사의 오리엔테이션에 다시 참석한다. 그때와는 여러모로 사정이 다르다. 장소부터 그레이하운드 버스로 하루 반나절이 걸렸던 미주리가 아니라, 집에서 승용차로 세 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펜실베이니아다. 당시 CDL 면허도 없었던 생초짜는 이제 초보자에게 트럭 운전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다.
아버지께서 암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퇴사 후 약 한달간 한국에 다녀왔다. 곧바로 복직(復職)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입사 과정을 다시 밟아야 했다. 중도에 트럭을 반납하고 퇴사 후 한 달이 지난 때문이다. (리즈 계약을 마친 상태라면 60일까지 여유를 준다.)
대기자가 많아 오리엔테이션 날짜까지 한 달이 더 걸릴 상황이었는데, 취소자가 나와 자리가 생겼다고 며칠 전에 연락을 받았다. 일주일 앞 당겨진 게 어딘가.
간간이 흩뿌리는 눈길을 달려 호텔에 도착하니, 룸메이트가 있다. PSD 과정에 있는 학생이다. 흑인 청년인데 업스테이트에서 왔단다. 지난 달 22일에 도착해서 내일 CDL 실기 시험을 본다고 하니 약 3주가 걸린 셈이다. 나쁘지 않다. 행운을 빈다. 나는 굳이 내가 경력자임을 밝히지 않았다.
나는 오리엔테이션만 마치면 된다. 관건은 트럭이 얼마나 빨리 나오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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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테이션 이틀째, 내일 오전 수업 하나만 남았다. 빠르면 내일 오후에 트럭을 받는다.
오리엔테이션 참석자 중 CDL 소지자는 나를 포함해 6명, 그 중 3명은 프라임 재입사자다. 프라임 경력자다보니 대접이 남달랐다. 밖에서 CDL 면허만 따온 무경력자도 있었는데, 그는 오리엔테이션 후에 PSD과정은 생략하고 TNT로 바로 넘어간다.
첫날은 제법 바빴다. 2개의 수업을 들었고 63개의 컴퓨터 학습(CBT) 과제를 수행했다. 4년 전보다 내용은 더 늘어 처음 듣는 과정도 있고, 달라진 부분도 있다. 요령 부리지 않고 제대로 했다.
어제 호텔로 돌아오니 룸메이트 흑인 청년이 방에 있었다. 어 떨어졌나? 이 친구. 그런데 내게 인사하는 그의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난 네가 떠났을 줄 알았는데."
그는 씩 웃으며 수요일이 시험날짜라 했다. 그렇구만 내일 하루 더 같이 자야겠네.
오늘 오전 수업은 내일로 연기됐고, 시뮬레이터 시험을 봤다. 이 정도야 껌이지. 그래도 간만에 핸들을 잡으니 살짝 긴장됐다. 시뮬레이터의 성능은 꽤 좋다. 약 85% 정도로 실제 운전 느낌이다. 기계 한 대당 실제 트럭 가격이라고 했으니 못 해도 10만 달러는 넘게 주고 구입했으리라. 스프링필드에는 더 많은데 핏스톤에는 달랑 2대다. 이쪽 인원이 적다보니 별 문제는 없다. 시험 담당자인 토니는 내 얼굴을 알아봤다.
시험은 93점으로 가뿐하게 통과. 공사 구간에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7점 깎였다. 7초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고.
호텔로 가봐야 할 일도 없어, 터미널에 남아 CBT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며 월드컵 아르헨티나 vs 크로아티아 전을 시청했다. 전반 중반까지 잘 버티던 크로아티아는 한 점을 실점하더니 급격히 무너졌다. 메시는 역시 이 세상 클래스가 아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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