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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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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에 평화의 마음이 쌓이면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23-05-15 (월) 16:37:47



가장 아름다운 산과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서로 만나 부둥켜안고 키스를 나눈다. 그 입술 같은 그 지점에서 또 젊은 두 청춘이 수영복을 입고 낭만과 키스를 한다. 나도 저렇게 좋은 시절이 있었나 하고 색 바랜 추억을 들추고 있는데 한 여인이 런닝복 차림으로 앞질러 달려간다. 뛰는 폼이 참 좋다. 앞질러 가던 여인이 다시 돌아와 내게 큰 길로 가면 갓길도 없고 차량 통행이 많아 위험하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그 길은 옛 기찻길을 포장하여 만든 해변의 산책로(散策路)였다. 멋지고 여유롭고 안전한 길이었다. “당신은 여기서 살아요?” “나는 크로아티아가 고향인데 결혼하고 남편 따라 이곳에 살기 시작했는데 벌써 32년째에요. 당신은 남한에서 왔어요? 북한에서 왔어요?” “나는 하나의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달리는 거예요. 그리고 나의 아버지는 북한 사람이고 어머니는 남한 사람이에요. 그러니 내가 무어라 대답을 하겠어요.”


! 그렇군요. 미국이 당신의 나라를 갈라놓은 거예요. 유고슬라비아 내전도 미국이 뒤에서 꾸민 거예요.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은 전쟁의 설계자에요.” 그러더니 그녀는 어느새 내 유모차를 넘겨받아 밀며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카이로 테라피스트인데 직장을 못 구해서 휴가철이면 이곳에서 도넛 장사를 하고 있어요.”라고 소개하였다. 그렇게 아직 철 이른 해변을 낯모르는 이국의 여인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한 5km를 같이 달렸다. 아침에는 검둥강아지가 슬그머니 따라붙더니 2km를 따라오다 슬그머니 사라져갔다.




티바트라는 마을에서 하루 휴식을 취한 나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언덕을 올랐다. 어제 교황청 대사관으로부터 기분 좋은 소식도 받은 차였다. 교황님이 7, 8월은 휴가라 시간을 못 내시고 6월 중순에 바티칸에 오면 단독면담은 몰라도 교황님이 집전하는 마사의 귀빈석을 마련해주고 미사가 끝나면 인사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 마련하겠다 했다. 애당초 먼발치에서나마 교황님 법복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었다. 이제 교황님께서 판문점에 오셔서 크리스마스 미사를 보시도록 다 함께 뜻을 모으고 마음을 모으는 일만 남았다. 그 일은 분명 통일 역사의 큰 이정표(里程標)가 될 것을 확신한다.


언덕 아래 코토르 만이 내려다보인다. 가파른 절벽과 아드리아의 푸른 바다, 중세풍의 집들이 한 장의 엽서 같이 펼쳐졌다. 코토르 만이 굽이굽이 해안선을 따라 돌라가고 있었다. 저 코토르 만 깊이 서쪽으로는 타라 캐년이 연결되었다. 그 일대에는 100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견뎌낸 수많은 성채와 유적들이 버티고 서 있을 터였다. 타라 캐년은 타라 산맥으로 올라가는 길목이다. 이곳은 내륙으로 들어가는 전략요충지로 전쟁 한번 치루고 나면 주인이 바뀌곤 했다.


4세기 국력이 뻗어나던 로마는 이곳을 통과해야 동유럽으로 갈 수 있었다. 로마 군인들은 타라 계곡을 타고 올라와 타라 산맥의 줄기인 로브첸 산 아래 진을 쳤다. 로브첸 산은 얼마나 기가 세고 영험해 보이는지 어린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검고 험한 산은 그들에게 경외스럽기까지 했다. 거기에 키 큰 노간주나무 숲은 저녁 어스름에 보면 마치 거인 병사들이 열병(閱兵)하는 것 같아 위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이야 아름다운 산과 바다에서 휴양을 즐기려는 많은 유럽인들이 몰려들어 돈을 쓰고 가지만 아름다움이 밥 먹여주지 않던 시절 몬테네그로 인들의 삶이 얼마나 척박했을지 눈에 선하다.

발칸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코토르 만에는 두 개의 작은 섬이 있는데 하나는 성 조지 섬이며, 다른 하나는 바위의 여인(Our Lady of the Rock)이라 불리는 인공 섬이다. 이곳은 원래 암초가 있어 배들이 좌초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던 곳이었다. 1452년 어느 날 어부 형제가 이 암초 근처에서 조심조심 조업을 하다가 암초 위에 성모 마리아가 그려진 성화를 발견하고 신의 계시로 여긴 이들은 이곳에 돌을 가져다 쌓기 시작하였다. 돌을 쌓아 사고를 방지하고 여기서 죽은 영령들을 위로하는 성당을 짓기로 결심한다.




돌이 하나둘 쌓이면서 암초를 확연히 드러나서 더 이상 여기서 사고가 나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어졌다. 어부 형제들은 나이가 들어서 죽었고, 사고가 더 이상 안 생기자 마을 사람들이 혈제들은 숭고한 뜻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 하나둘 죽어갔지만 그들의 자식들이 돌을 가져다 쌓기를 200년 마침내 바다 한가운데 작은 섬이 만들어지고 1630년에는 성화의 발견을 기리는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 들어섰다. 성당 제단에는 당연히 암초에서 발견된 성화를 모셔 두었다.


후대 사람들은 계속하여 바다의 안녕을 기원하고 바위의 여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은으로 판화를 만들어 봉헌(奉獻)하여 벽에 장식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성다의 벽은 은빛으로 빛나고, 은빛처럼 빛나는 선조들의 숭고한 전통은 면면히 후손들을 통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곳 몬테네그로 멋진 풍광과 종교의 믿음이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멋진 곳을 바라보며 이 전쟁의 바다에 암초처럼 자리 잡고 있는 제국주의 위에 평화의 돌을 하나씩 둘씩 쌓아야겠다. 내가 먼저 돌을 주워다 정성들여 쌓으면, 내가 나이 들어 늙고 생명이 다해도 내 이웃들이 이어서 할 것이고 그들의 후손들이 계속 이어 갈 것이다. 마침내 전쟁을 설계하고 부축이고 연출하던 제국의 무덤 위에 평화의 성전을 지을 것이다. 몇 백 년이 걸리더라도!


우리들이 짓고자 하는 평화의 성전은 온갖 고통과 부조리의 원천인 판문점, 우리 역사의 암초와 같이 언제든 평화를 향해 항해를 하는 배는 다 좌초(坐礁) 시키고야 말았던, 역사의 질곡(桎梏) 판문점에 세워야 할 것이다.




남북평화 통일에 대해 깊은 사색 끝에 이 여행을 결심했다. 슬픈 현실이지만 남북의 엉킨 실타래를 남북의 지도자는 풀 수 없다. 그렇다고 바이든이나 푸틴이나 시진핑이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으로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제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황님이 판문점에서 크리스마스 미사를 집전하는 것 그 자체로 우리 통일 역사에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이다.


교황님이 판문점에서 미사를 집전하시면 우리나라 천주교 교도만 어림잡아 백만은 모일 것이다. 세계시민들도 이 역사적인 순간에 같이 하고자 또 백만은 모여들 것이다. 교황님의 결심을 받아 낸다면 나는 바로 BTS를 찾아갈 것이다. “교황님도 우리의 통일을 위하여 판문점에서 평화의 미사를 보신다는데 너희들도 판문점에서 평화 음악제를 벌이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냐?”아마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에서 그들의 역사적인 공연을 보러 또 백만은 모여들 것이다.


판문점에 3백만 평화의 마음이 모이면, 그 기운이 모이면, 아 아!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나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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