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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의 향기 서린 땅 간쑤 성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98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8-07-16 (월) 03:51:31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달 밝은 밤에 고향 길을 바라보니 뜬 구름은 너울너울 그곳으로 돌아가네

 

그 구름 편에 편지 한 장 부쳐보지만 바람이 거세어 돌아보지도 않네

 

내 나라는 하늘 끝 북쪽에 있고 타국은 서쪽 끝에 있네

 

따뜻한 남쪽나라에는 기러기 오지 않으니 누가 계림으로 가 내 소식을 전할까?“

 

 

 

 

이 시는 혜초 선배가 남천축국에 있는 산 속 절을 바라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서 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에서 남긴 5개의 시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이 시는 단순히 시가 아니다. 이 시가 그의 여권이 되었고 사후 1300여 년이 지난 후 한국 국민들에게 보내는 부고가 되었다. 이 시가 그의 사후 그의 국적을 찾아주었고 나와 우리 국민들의 가슴 속에 부활하여 혜초라는 대선배를 가진 자긍심을 갖게 해주었다.

 

간쑤 성(甘肃省)의 첫 도시 꽈조우에 들어왔는데 같은 중국이라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아직도 거친 사막이 끝난 건 아니지만 독립투쟁을 하는 사람과 그것을 억누르려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신장 위구르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호텔입구에 들어갈 때 비행기 타고 출국할 때와 같은 검문도 사라지고 자동차 주유소나 공원의 철조망도 없다. 무장한 경찰특공대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조금 답답하던 가슴이 펴진다. 나도 이제 드넓은 중국의 일그러진 모습이 아니라 제대로 된 중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간쑤 성, 이제 정말 우리의 앞마당 같은 기분이 든다. 혜초 선배의 향기가 서린 땅이다. 어린 나이에 먼 길을 떠나 지금 내가 감내하는 고통과 인내로는 비교도 하기 힘든 고초를 헤쳐 나갔을 그의 담대함을 이곳에서 만난다. 그가 뼈에 사무치게 꿈꾸었던 평화로운 세상을 바람결에 만난다. 소설 혜초에서 작가 김탁한은 같은 시대를 살았고 그래서 같은 지역에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있었으리란 상상만으로 고선지 장군과 혜초의 만남을 설정하면서 우리민족의 활동이 그토록 광활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문무대왕의 능 비문에는 그의 선조라고 밝힌 김일제의 고향이 무위(武威)라고 말하고 있다. 문무대왕의 능 비문의 기록이 맞는다면, 그 선조의 원적(原籍)은 간쑤 성인 것이다. 어떤 역사학자는 광대토대왕의 활동무대가 이곳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이 바로 이곳 깐쑤 성 장량현 사람으로 이곳에서 불리지를 만나 결혼하여 주몽을 낳았다.

 

혜초가 바닷길로 인도에 갔다가 불경을 가지고 중앙아시아를 지나 간쑤에 도착한 것은 727년이었다. 신라의 승려이자 모험가이며 이 땅에 평화의 구원을 이루고자 했던 혜초는 모든 것을 묻어버리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 그의 꿈과 함께 1300여 년간 묻혔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신비 속에 감추고 긴 지구여행을 마쳤지만 1908년 프랑스인 동양학자 폴 펠리오에 의해서 중국 간쑤성의 둔황(敦煌) 17, 61굴에서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되면서 극적으로 부활한 인물이다.

 

발견될 당시 두루마리 필사본은 제목은 물론 작가의 이름조차 낡아 떨어진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다 7년 후 왕오천축국전에 혜초가 신라 사람이라고 밝힌 사람은 일본 학자 다카구스 준지로였다. 이 시에 나타난 계림에 그는 주목했다. 혜초는 지금 중국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일대일로의 육상실크로드와 해상실크로드를 1400여 년 전에 이미 모두 거쳐서 생존한 유일한 인물이다.

 

혜초는 704년 신라에서 태어나 16세의 나이에 지금의 평택에서 바랑을 하나 둘러멘 채 중국의 광저우로 건너간다. 당시 신라는 20세 전 후의 남자들 중에서 잘생기고 말 잘하는 사람을 화랑으로 선발하여 명산과 대천을 찾아다니며 심신을 단련하게 하였다. 그 중에서도 다시 선발하여 원행(遠行: 세계 여행)을 명하였다. 세계 여행의 먼 길을 떠나는 원행은 천부도의 수신(修身)이며 옛 고조선 삼한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제도이었다.

 

그는 거친 파도가 으르렁 거리는 바다를 건너고 이글거리는 사막의 뜨거운 햇살과 파미르의 혹한의 추위를 넘는다. 밀려오는 고독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며 도적떼는 메치고 낯선 여인의 유혹은 뿌리치면서 바다 건너엔 무엇이 있을까? 아득한 설산 너머엔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을까? 허기진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났다. 그 호기심을 왕오천축국전에 오롯이 담았다. 거기에 꿈꾸는 자의 갈망, 세상에 대한 호기심, 더 나의 미래의 희망을 담았다. 그는 구도승이기 이전에 나에게 모험의 선배였고 꿈과 영감을 가져다 준 선지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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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주유(周遊)하며 다니는 것만큼 젊은이들에게 산교육이 없다는 것을 당시 신라인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스님들을 포함한 많은 젊은이들이 당나라로 유학을 오게 된다. 소설 혜초에서 한 구절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저는 머물러 경전을 파기보다 그 경전이 만들어진 자리를 손과 발과 몸으로 만지고 싶었습니다. 언어가 지닌 미망(迷妄)을 걷어내고 깨달음 중에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깨달음의 자리에 있는 날!”

 

우리 상고시대의 앞마당이었을 이 땅을 달리는 기분은 참으로 묘하기 그지없다. 이제 무력으로 옛 고토를 회복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의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 창의력을 발휘하고 평화의 불길을 온 세상에 확장시켜나가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의 활동영역을 넓게 펼쳐 문화의 힘을 발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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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는 장안에 다시 돌아온 후 다시 스승 금강지와 함께 밀교 경전을 연구하며 여생을 보내다가 787년 입적했다고 전해진다. 나의 생각은 그는 왜 귀국을 하지 않고 이곳에서 입적했을까?’란 의문으로 변한다. 혜초가 귀국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안타까워진다. 그가 귀국해서 젊은 화랑들에게 그가 듣고 보고 만난 사람들과 아름답고 넓은 세상과, 역경과 공포와 눈물을 뻥을 치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당시 우리 젊은이들은 더 많은 꿈을 크게 꾸었을 텐데! 그러면 그 피 끊는 젊은이들이 한반도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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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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