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부터 뉴욕시 전역에서 콴자 행사가 한창이다. 이제는 한인 커뮤니티에도 어느 정도 익숙한 콴자(Kwanzaa)는 미국 흑인 축제이다.
1966년 흑인 민권 운동가 마울라나 카렝가(Maulana Karenga)가 창시한 일종의 문화 운동이다. 콴자는 사하라 사막 남쪽 동부 아프리카에서 널리 사용하는 스와힐리 언어 (Swahili)에서 나온 말로 추수(秋收)에서 얻은 첫 곡식(과일)이라는 뜻이다.
즉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노예로부터 미국에 정착한 흑인 커뮤니티가 이제는 추수의 결실을 걷을 때가 되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콴자의 시작은 당시 60년대 역사적 배경에 더불어 매우 급진적인 사상에서 출발했다. 기독교를 백인만의 종교로 규정한 다음 ‘미국의 흑인들은 기독교 사상을 배척해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백인들의 축제이므로 거부해야 한다’는 등 극단적인 주장을 해서 주류 사회는 물론, 흑인 사회에서도 배척(排斥)을 받았다.
가장 큰 비난의 소리는 예수를 정신병자로 규정한 초창기 카렝가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30년 후 1997년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카렝가가 공식 선언을 통해 콴자는 종교적 전통과 무관하며 콴자 축제를 기독교의 크리스마스나 유태교의 하누카와 경쟁을 하는 종교 행사가 아님을 강조함으로써 중대한 전환점을 이뤘다. 이후 콴자는 주류 사회에서 미국 흑인들의 축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해서 2000년대에 크게 활성화 되었다.
뉴욕시를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이 콴자 축제에 따른 크고 작은 행사가 1월 1일까지 계속된다. 요즘 주류 방송국 언론인들과 흑인 커뮤니티의 유명인사들이 TV 쇼에 나와 밑도 끝도 없이 “하바리 가니 (Habari Gani?)”라고 한국어 발음과 비슷한 인사를 주고받아 의아해한 동포들이 많을 것이다. 이는 스와힐리어로 “뭐 좋은 소식 있니?(What's the News?)”라는 뜻이다.
아직 인지도가 높은 축제는 아니지만 자마이카와 캐나다에서도 열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국, 프랑스, 브라질 등에서도 도입(導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상 사진 www.en.wikipedia.org
엉뚱한 소리를 잘 하는 일부 흑인 지도자들은 콴자 축제를 3천만 명이 즐기는 세계적인 축제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10% 정도인 3-400 만명이 즐기는 축제라는 것이 학계의 추정이다. 게다가 원조격인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에서도 콴자를 지키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많은 실패와 과장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흑인 커뮤니티에서 불과 40년 만에 흑인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와 전통을 일구어 냈다는 획기적인 사실이다. 우리 동포 사회도 이런 전통 창조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