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골적인 반이민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미국의 보수정치인들과 이에 동조(同調)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진정한 주인이다. 그들이 누구인가. 바로 이 땅에서 수만년의 세월을 살아온 원주민, 네이티브 아메리칸이다. 미국의 대중문화와 한인사회의 오만을 통해 비춰진 이들 원주민들의 역사를 바로 잡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선 미 원주민의 3만년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다음 회에 본격적으로 미국의 원주민들의 역사와 애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설명을 해보겠다. 특히 원주민 땅 찾기 운동과 이를 제지하는 미국의 Blood Quanta 법에 대한 허실도 들여다 보겠다.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의 원주민을 ‘인디언’이라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아직도 미국 사회 일부에서 American Indian이라고 이들을 지칭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류 사회의 공식 명칭은 네이티브 아메리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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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버스를 비롯한 초기 탐험가들이 마르코 폴로가 주장한 금으로 뒤 덮인 시방고(인도의 고대 명칭)를 찾으러 대서양을 건넜고 처음으로 정박한 캐리비안 섬들과 남미 대륙의 원주민들을 인도 사람들로 잘못 지칭한데서 인디안의 관행(慣行)이 시작됐다.
미 원주민들의 기원에 대해서는 고고학적 정설은 약 3만년 전 빙하기 때 시베리아 원주민들이 큰 사냥감의 이동을 쫒아 알라스카로 넘어왔고 이들이 남하해서 현 북 남미 대륙의 원주민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들이 베링 해 바다를 건넜을까. 빙하기 때에는 바다가 얼어붙어 수면이 내려갔고 비교적 수심이 낮은 시베리아와 알라스카 사이에서는 육로가 형성되어 짐승과 이를 좇는 사냥꾼 가족이 모두 걸어서 넘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인류학에서 북미 원주민의 혈액과 이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단지 시베리아와 아시아 계통의 혈통에서는 찾을 수 없는 소위 유전자 X가 존재하며 이 유전자는 현대 유럽인들에게서만 발견된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콜럼부스 이후 유럽인과 미 원주민의 피가 섞인 것이라고 치부했지만 이 유전자는 단순이 몇 백년의 짦은 역사가 아니고 수 천년에 걸친 특이한 유전인자라 해서 몇 년전 인류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특히 클로비스(Clovis) 사람들은 오레곤에서 뉴 멕시코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점령한 초기 원주민들이었는데 이들의 역사는 1만 5천년 이전이고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돌촉 무기 클로비스 포인트를 사용해서 맘모스 등 대형 사냥감을 멸종시킨 사람들로 추정된다. 길죽한 나뭇잎 모양으로 생긴 이 돌 촉은 일단 사냥감 몸에 밖히면 살을 계속 뚫고 들어가 장기를 훼손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들 원주민들은 일부 알라스카에 남아 현재 에스키모(이뉴잇 Inuits)이 된 종족, 북미 대륙에 남아 미 원주민이 된 종족, 멕시코 등 중남미에 자리잡아 아즈택 문명을 일으킨 종족, 더 밑으로 내려가 남미에 마야와 잉카 제국을 일으킨 종족 등 유럽인들이 16세기 신대륙에 출몰하기 이전에는 고립(孤立)된 생활을 했었다.
많은 분들이 왜 미국을 비롯한 신대륙에는 문명이 없느냐고 의문을 표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우월주의(優越主義)에 따른 착각이다. 500년전 신대륙을 침공한 유럽인들이 아즈택, 마야, 잉카의 문명을 이해 할 수가 없자 이들의 유적을 철저하게 파괴해 버렸다. 현재 인류학의 역할도 당시 파괴된 문명의 잔해를 해독하는데 지나지 않을 정도로 무식하게 부셔버렸다.
두번째로 미국 대륙의 지정학적 특성상 유럽과 아시아와 같은 문명의 교류가 힘들었다. 같은 위도에 속해 있는 유럽, 아시아, 북 아프리카는 같은 기후대를 동서로 이동만 하면 된다.
이에 반해 아메리카 대륙은 혹독한 추위의 알라스카와 대 평원의 북미, 열대 밀림인 중미,
해발 3천 미터 이상인 안데스 산맥 등 동질의 문명 교환이 불가능한 남북의 축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로 인해 같은 시간을 보내고도 구대륙의 문명처럼 끊임없는 전쟁, 무역 등의 교류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다.
마지막으로 북미 원주민의 경우를 보면 사냥감도 풍부하고 땅이 워낙 비옥(肥沃)하여 힘들게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었다. 500년전 유럽인들이 미국에 상륙하여 원주민들을 미개한 석기시대 사람이라고 업신여긴 이유에는 어찌보면 풍요로운 땅에 사는 이들에 대한 질투섞인 감정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