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태어나 벌레로 살다가네..
5일 한 기사에 붙은 댓글이다. 기사를 안봤으면 선문답(禪門答)도 아니고 무슨 뜻일까 고개를 갸웃할 일이다.
다음은 기사의 제목. “댓글알바 민간인에 3080만원 지급 시인”
오호라, 무릎을 탁하고 칠 일이다. 절묘한 경구(警句) 아닌가. 기사인즉슨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인터넷 댓글과 트위터 글로 대선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대북심리전단 요원들을 돕기 위해 민간인들을 고용하고 이들의 활동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처음 공개 시인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한겨레신문 기사.
<국정원은 트위터 글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으로 의심받는 22명에 대해 국정원 소속이라는 것을 시인하고, 이들 가운데 7명을 다음주께 검찰 조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4일 국정원 국정감사 브리핑에서 "국정원은 (심리전단 소속) 김하영씨의 댓글 작업 '알바'(아르바이트 민간인)로 지목된 이아무개씨에게 매월 280만원씩 11개월간 지급했다고 처음 시인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검찰 수사에선 총 9244만원이 지급됐다는 의혹이 있는데, 국정원은 특수활동비로 3080만원을 지급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직속상관과 대학 동기(연세대 정치외교학 90학번)인 이씨는 국정원의 자금지원을 받으며 여론공작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동안 이를 부인하던 국정원이, 관련 의혹이 계속 불거지자 민간인 고용과 자금지원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정 의원은 검찰이 최근 대선개입성 트위터 글을 쓴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했을 때 남재준 국정원장이 진술 거부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남 원장이 진술 거부를 지시한 적은 없고, (국정원 직원 석방요구는) 국정원법에 따라 검찰에 공문서를 보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남 원장은 국정원 직원 22명이 사용했다는 202개 트위터 계정에 대해선 "확인중에 있다"고 밝힌 뒤 "국정원 직원 7명을 다음주에 (검찰에) 보내겠다"고 말했다고 정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대선개입 사건으로 재판받는 직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들의 월급을 '강제 갹출'했다는 정청래 의원의 최근 주장에 대해 형사고소를 하겠다고 반발한 바 있으나, 이날 자발적 모금을 했다고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남 원장은 윤석열 전 여주지청장이 이끄는 특별수사팀이 원세훈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을 법원에 신청하면서 제시한 트위터 글 5만5000여건의 성격과 관련해 “확인 결과 그중 2만여건이 저희 직원의 계정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고, 그중에 선거에 관련된 의심을 살 수 있는 것이 2000여건”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국정원 2차장이 “국정원 직원 계정으로 확인된 것이 2300여건이고, 나머지 2만6000건에 대해서는 계정 여부를 단정할 수 없고 확인중”이라고 이를 번복하자, 남 원장은 “내가 잘못 대답했다. 미안하다”며 정정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되 벌레같은 짓을 했다면 인두껍만 사람 몰골이라는 뜻이다. 분단 68년, 남북관계는 한치 앞을 보기 어렵고, 중국은 미국에 견주는 군사대국이 되었고 일본은 유사시 선제공격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재가(裁可)를 미국으로부터 받는 등 언제든 군국주의로 치달을 수 있는 우경화의 길로 가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나라의 안보를 책임진 국정원과 군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북전략은 물론이거니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에 대한 정보활동을 하기에도 모자른 상황이다. 보수주의자들이 그렇게도 믿고 의지하는 미국조차 이 나라 대통령의 전화를 비롯하여 우방국들의 정상을 엿듣는다고 하지 않는가.
국가간의 관계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법이다.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데도 24시간이 부족한 정보와 안보 최일선의 정예요원들이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해 댓글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국정원 사태도 어이없는 지경인데 국군 사이버사령부까지 여론조작(輿論造作)에 나서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사실이 들통나는 등 나라꼴이 개판 5분전이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妄覺)함으로써 나라와 민족의 안위를 위협하는 반역행위에 준하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선거는 왜 하며 선거법은 왜 있는가. 막강한 정보력과 자금력을 갖춘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는데 그 대선결과를 따라야 하는가?
똥 뀐 놈이 성낸다고 새누리당은 “대선불복이냐?” 고 으름장이다. 누가 누구보고 뱁새눈을 치켜뜨며 위협을 하는가? 멀쩡한 밥 먹고도 상식이 물구나무 선걸까.
5일 나온 ‘정치개입한 군인의 딸’ 논란도 어이상실이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진 민주당 의원이 김관진 국방장관을 상대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사과를 거듭 요구했지만 김 장관이 사과를 하지 않자, 윤 의원은 “정치에 개입한 군인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국방부장관이 이렇게 나와도 되는 거냐"고 비난했다.
▲ 김관진장관 photo by 뉴시스 박동욱기자
그러자 새누리 의원들이 대통령을 모독했다고 고함을 치는 등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는 것이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 대한 브리핑을 통해 “윤 의원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대해 ‘비아냥’에 가까운 막말을 한 것에 대해 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러한 ‘막말 퍼레이드’를 일삼는 의원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면서 "국민이 선택한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에 대한 예의를 지킬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 강은희 새누리대변인 photo by 뉴시스 전진환기자
언론에 보도된 대화록을 살펴보자.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하 윤)
=어제 대국민 사이버전을 수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군이 대국민 사이버전 수행이 정당하고 그것이 내 소신이라는 발언을 이 자리에서 사과하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하 김)
=제 발언은 북의 대남심리전에 대응한다는 말이었다. 사과할 일이 아니다.
윤
=정치 개입한 군인의 딸이 대통령이 됐고 이렇게 나와도 되는가. 대국민 사이버전이라고 했잖아요. 국민을 상대로 전투하나.
김
=그건 사과할 일 아니다. 정당한 업무를 수행한 일이다.
▲ 문재인의원과 대화중인 윤호중의원 photo by 뉴시스 주기철기자
김 장관은 북한이 현재 통일전선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사이버매체로 대남선전여론조작을 모략하고 있기때문에 군이 트위터·블로그 활동을 통해 이를 방어하는 것은 정당한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 의원은 “국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에 끼어들어 이것이 안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군이 월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을 바보로 아나? 북한의 심리전을 상대로 사이버전략을 수행하는 것과 여당 후보를 추켜세우고 야당후보를 종북 빨갱이로 몰아붙인 행위가 같은 임무냐?
김관진은 그렇다치고 대체 새누리가 주장하는 막말의 기준이 뭔가. 욕을 했나? 거짓말을 했나? 박정희가 5.16쿠데타를 일으킨후 민정이양 약속을 어기고 정치개입한 것이 거짓말인가? 군인 아버지의 딸이라는게 막말이라는건가?
그도 아니면 ‘정치에 개입하신 박정희 전 대통령 각하의 고귀한 영양(令孃)이신 박근혜 대통령 각하가 대통령이 되셨다고 국방부장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되시겠사옵니까?’라고 안해서 막말인가?
네티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포탈사이트 다음에 소개된 이데일리 기사(“정치개입한 군인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 발언에 與 '발끈')에 달린 네티즌의 댓글은 5일 현재 3677개가 달려 있다. 아래는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1위부터 7위까지의 반응이다.
1. 화룡젬병님 “원조 빨갱이의 딸이라고 해야 더 정확한데..”(추천 8222 반대1007)
2 April님 “군인 출신 장기독재자(그래서 결국엔 총 맞아 사망)한 그의 딸이 대통령이라~~ 쪽팔리긴 함!” (추천 7538 반대 801)
3. 웃기는세상님 “말은 맞는말이고요 격에 맞지 않은 막말이 아니고요 그런말도 과분합니다요 친일반민족 민족의 뼈와 살을 발라 왜왕한데 충실한 견마지로가 되겠다고 한 사람 딸 맞잔아요 뭐가 틀리다는말입니까..” (추천 7418 반대 730)
4. 도트프린터님 “'정치개입'만 한게 아니라..일제 강점기엔 나라 찾을 생각않고 혈서써가며 日의 종이 되고자 했고 日의 종으로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고..해방후엔 日을 배신하고 국군에 스리슬쩍 편입한 후엔 국군 소속으론 남로당 활동하다가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박쥐같은 인생이라지..총칼로 민주주의를 강간하고선 지 맘에 안드는 훌륭한 분들을 간첩만들고 벼랑에서 밀어서 죽인다음 실족사 처리하고.. 국민들 앞에선 모내기하고 막걸리 마시지만 실제론 딸보다 어린여자 끼고 시바스리갈을 즐겨마시던 인간이었다지..”(추천 2657 반대 148)
5. 화룡젬병님 “맞는 말을 해도 .....아무 때나 발끈 하고 지랄이야 ..” (추천 2505 반대 137)
6. 도트프린터님 “"귀태"란 좋은 표현 놔두고 "정치개입한 군인의 딸"이란 표현은.. 극찬 아닌가요?” (추천 2408 반대 150)
7. 피노키오님 “나, 이 기사 두번 읽었는데,뭐가 막말이라는 거야..아버지처럼 정보기관과 군을 정권유지에 이용한다는 건데..유전자는 살아있다는 건데...” (추천 2213 반대 121)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었다는건 이런 때 쓰는 말 아닐까.
윤 의원은 김 장관의 언급에 대해 “군의 정치개입과 똑같다. 북한 공작원들이 국민들을 공격할 소지가 있다고 해서 군이 총칼을 들고 서울광장에 나온다면 내란에 해당한다”며 “(김 장관의 발언은) 내란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두환이 12.12내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후 이듬해 5월 광주민중항쟁을 총칼로 진압했을 때 잔학한 살상이 사람들에게 퍼지자 “북괴가 퍼뜨린 헛소문을 전하는 자들을 계엄법위반으로 체포한다”고 공갈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을 명명백백(明明白白)히 밝히고 그에 따른 대통령 당선의 수혜가 일정 부분 있었음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서 정중히 사과하고 필요하다면 재신임투표로 대통령의 정당성을 묻겠다고 했다면 ‘가라 박수’라도 나올 일이다.
눈가리고 아웅이었지만 박정희도 72년 유신헌법으로 헌법개정과 정치적 신임을 결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나? 당시 박정희는 “국민들이 유신헌법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철폐하라고 투표하면 즉각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74년 말 반유신 투쟁이 거세지자, 이듬해 2월 유신헌법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 시절 군인들과 공무원들 표야 공짜로 먹고 북괴의 위협을 빌미로 심약한 국민들에게 겁을 줘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어쨌든 모양은 갖췄다. 그분의 따님은 “내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단 말이에요?”하고 쏘아부칠게 아니라 눈가리고 아웅하는 ‘촉’이라도 해야 하는게 아닌가.
트위터글 2만여건이 2천여건으로 줄어든다 해도 국정원의 죄과(罪科)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설사 트위터 글을 하나도 올리지 않았다해도 대선 여론 조작을 위해 국가기관이 조직적인 모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니까.
그런데 하늘도 놀랄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기때문일까. 우리 국민들은 도무지 놀랍지 않은 모양이다. 이 정도 일이 어지간한 국가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맨 앞에 소개한 기사에 달린 네티즌의 상위 댓글 10선을 소개한다.
1. “저 수천만원 우리의 혈세다. 내가 낸 세금이 선거개입의 알바비라니...분노스럽다.” 스카이님
2. “세금을 공작정치에 남용해서 그 덕을 본 자가 하는 말 내가 댓글덕분에 당선되었나?” (스카이님>
3. “이 정도면 대대적아고 조직적인..ㅠㅜ 21세기ㅜㅡ대한민극의 후진성을 보여주네요..다시 70년대로 돌아간 퇴보 대한민국..이러고도 이를 느끼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보수층들.노인들...우민화 정책이내요.” (파이널리님)
4. “인간으로 태어나 벌레로 살다가네” (시크릿님)
5. “참~~ !! 누구는 돈벌기 쉽다~~! 세금을 저따우로쓰다니 아우 열받네!!”(누노님)
6.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 댓글 알바가 월급쟁이 보다 났네 ㅆㅂ” (빌리지피플님)
7. “세금을 베충이에게 월급으로 지급했네....”(CBA님)
8. “다 자국민혈세.”(이0유님)
9. “부정선거가 이렇게 명백한데도 박근혜는 한마디ㅅ사과조차도 없고 민주주의 시초국가인 프랑스에서 가짜대통령 주제에 뻔뻔스럽게도 연설을 했다. 정말 쪽팔리고 국가망신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아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념을 떠나 부정선거는 철저히 규탄하고 가짜대통령을 몰라내야 하는거 아닌가? 이젠 온 국민이 일어나야 한다! 박근혜는 물러나라!” (꿈따라기님>
10. “지우고 감추고 조작하고도 저 정도면. . .전반적 부정선거다. . .”(진하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