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Intern)은 본래 교육실습생이란 뜻으로 미국에선 보통 대학재학중 기업이나 기관에서 업무보조를 하며 실무경험을 쌓는 것을 말한다.
인턴이란 용어가 한국에서 대중화된 것은 대략 90년대 후반부터다. 그전까지 한국에서 인턴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받은 후 임상 실습을 받는 전공의를 지칭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런 인턴이 뒤늦게 본래 뜻과 가깝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윤창중 스캔들’과 관련해 ‘인턴’이 도마에 올랐다. 그가 인턴을 가이드라 칭한 것을 두고 특별한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가이드로 인해 자신이 고생을 했다는 것을 은연중 부각(浮刻)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또하나는 반대로 피해자의 가치 절하를 시도하는 물타기 전략이라는 의견이다. 즉 가이드를 길안내 정도 하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은근한 비하(卑下)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정작 현지에서 그는 인턴 호칭을 썼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자회견에서 가이드로 바뀐 것은 분명히 의도가 있는 셈이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그가 인턴과 가이드를 어떻게 생각하든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가이드의 경우 유창한 영어와 백과사전적 상식과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관광가이드라면 라이센스까지 보유하고 있다. 아무나 쉽게 하는 가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턴은 또 어떤가. 최근 수년간 최악의 구직난에 시달리는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턴 자리도 구하기 힘든 현실이다. 2년전엔 하버드 졸업생이 어렵사리 무급 인턴이 되었다는 뉴스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대통령 순방길에 투입된 현지 인턴요원들은 한결같이 명문대를 다니는 우수한 인재들이었다. 워싱턴 DC에서 피해를 입은 지원요원은 워싱턴DC 문화원에서 6개월째 근무하던 인턴사원이 파견을 나간 케이스였지만 그녀 역시 명문대를 졸업한 재원(才媛)이었다.
뉴욕총영사관의 경우 20여명의 인턴을 선발했는데 비록 단 이틀간의 업무였지만 공개전형과 인터뷰를 통해 선발됐고 치열한 경쟁을 거쳤다는 후문(後聞)이다. 그런 인재들에게 맡겨진 일들은 단순한 길안내나 통역, 심부름 등 허드렛일이 고작이다.
지난해 대선 재외국민선거 때도 선발된 인턴 중에는 추운 날씨속에 근 일주일을 밖에서 주차관리하거나 투표자들을 위해 운행하는 버스를 하루종일 타고 다니느라 병이 난 학생들도 있었다.
얼핏 보기엔 단순업무를 하는 것 같지만 현지 사정에 익숙하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지라 중간에서 조율(調律)하는 것까지 이들의 역할은 절대 적지 않다. 국가적 대사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보람도 그만큼 큰 것이다.
더욱이 이번엔 조국의 대통령 일행을 보좌(補佐)한다는 생각에 큰 영광과 자부심을 갖고 현장에 투입됐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적잖은 인턴들이 청와대에서 나온 높으신 분들로부터 종부리듯 하대(下待)를 당했다는 것도 어이가 없다.
청와대라는 완장(腕章)때문이었을까. 결코 그들보다 모자를게 없는, 조국을 위해 봉사한다는 기쁜 마음으로 나온 젊은 인재들에게 감사하지는 못할지언정, 어찌 감히 막 다룰 생각은 한다는 말인가.
높은 경쟁을 뜷고 선발된 유능한 인재들이 이번 파문으로 느꼈을 자괴감이 어느 정도일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하물며 성추행을 당한 당사자의 충격은 말로 무엇하겠는가.

photo by NEWSIS 전신 기자
이번 사건은 250만 미주한인, 나아가 전 세계 800만 한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수많은 유학생들과 2세 젊은이들은 ‘대통령의 사람들’이 드러낸 천박한 수준에 깊은 모멸(侮蔑)과 분노(憤怒)를 느꼈을 것이다.
미국의 연방 수도 한복판에서 일어난, 세계외교사에 전무후무할 대통령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윤창중 스캔들’은 일 개인에 대한 성추행이 아니라 전 해외 동포들과 국민들에 대한 성추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