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나자 청와대 이전설로 시끄럽다. 청와대 이전은 5년전 문재인 후보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논란 끝에 결국 포기(?) 되었다. 청와대를 이전한다는게 단지 대통령의 거처와 집무실의 이동이 아니라 경호문제, 국가안보시설 유지, 유사시 지하벙커 활용, 시민들의 불편 등 복잡다단한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승만이 청와대의 전신 경무대에 터잡은 이래 역대 대통령중 말년이 좋은 이들은 거의 없었다. 굳이 예외를 찾으면 김대중 김영삼 전대통령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선자가 후보시절부터 ‘적폐 수사대상’이라고 공언을 했으니 언제 검찰에 불려갈지 알수가 없다.
따지고보면 DJ와 YS 두사람도 대통령 되기전 사형판결을 받는 등 오랜 시련과 고초를 생각하면 마냥 사주팔자가 좋다고만 볼수는 없다. DJ보다는 덜 고생한 YS는 재임(1993-1998)중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등 역대 대통령중 가장 많은 재난참사들이 있었다.
1993년 3월29일 부산 구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사고를 일으켜 78명이 사망하고 198명이 부상 당했다. 같은해 10월 위도에서 출발한 서해 페리호가 침몰하면서 선장과 선원을 포함해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4년 10월 서울 한강을 잇는 성수대교가 붕괴하면서 학생과 회사원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5년 4월엔 대구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로 101명 사망, 202명이 부상을 입었고 두달후엔 서울 강남의 최고급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는 사상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사망자만 무려 501명에 이르렀고, 부상자도 937명이나 됐다.
1997년에는 대한항공 여객기가 괌에서 추락해 탑승자 229명이 사망하는 초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그야말로 육해공지하에서 10년에 한번 일어나기 힘든 초대형 참사가 되풀이된 것이다. 김영삼정권의 끝은 건국이래 초유의 IMF환란이라는 국가부도사태였다.
YS는 ‘3당합당 야합’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비난을 사고 있으나 평생에 걸친 민주화투쟁과 하나회척결로 군부쿠데타의 뿌리를 뽑고, 두명의 전직 전두환노태우를 구속하였으며, 금융실명제로 지하금융을 없애는 등 어떤 대통령보다 담대한 개혁을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매해 일어난 끔찍한 참사들과 국가부도사태로 모든 명예가 훼손(毁損)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YS 집권기에 청와대와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청와대 뒷산에 있는 불상(석조여래좌상)을 개신교 장로인 YS가 어디론가 옮겨 이같은 참사가 잇따른다는 것이었다. 괴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급기야 호주신문에까지 보도되는 일이 생기자 청와대에선 출입기자들에게 불상을 공개하는 자리까지 마련했다. 알고보니 불상은 YS가 건드린 것이 아니라 1989년 노태우시절 관저를 신축하면서 원래 자리에서 100m쯤 올라간 지금의 위치로 이전한 것이었다.
건드린건 노태우인데 화는 YS가 당했으니 억울하다고 해야 하나? 사실 이 불상은 본래 경주에 있던 것을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 1852~1919)가 1913년 자신의 관저(현 안기부 자리)에 옮겨 놓았고 후임 총독이 1939년 관저를 현재의 청와대로 이전하면서 불상도 함께 옮겨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불상을 총독관저에 놓고 빌었던 데라우치는 나중에 일본의 총리대신으로 영전이 되었으니 적어도 데라우치에겐 나쁘게 작용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흥미로운 것은 MB 집권후 숭례문 전소사건, 용산참사, 하왕산 억새화재 사건 등 대형 참사가 잇따르면서 개신교 장로인 MB가 이 불상을 건드리는 등 불교를 홀대했기 때문이라는 괴소문이 또 퍼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때도 불상은 안전했다. 아무려면 개신교 장로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청와대 불상이 노하겠는가. 모든 것은 자기하기 나름인데 내 업을 다른 것에서 찾자니 미신 또한 그럴싸하게 퍼지기 마련이다.
차제에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자. 이미 행정 기반시설이 완비된 세종시에 청와대가 들어간다면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반쪽짜리 행정도시에서 명실상부한 21세기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로 거듭 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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