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TV 캡처
‘우리가 남이가’
2014년 5월 21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의 은신처로 알려진 경기도 안성 금수원을 진입했을 때 정문에 '김기춘 실장, 갈데까지 가보자' '우리가 남이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우리가 남이가’는 김기춘 당시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이 연루됐던 '초원복집 사건'에서 등장해 유명해진 말이다.
1992년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김기춘 당시 법무장관은 기무사 등 정부 기관장들과 부산 초원복집에 은밀히 모여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해 영남권 득표율을 높이자"고 모의한 것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다.
유투브 캡처
‘우리가 남이가’에 세상은 세월호의 실소유주이자 구원파를 이끄는 유병언 전회장과 당시 박근혜정권이 은밀한 유착관계에 있었고 구원파에서 유 전회장의 구속을 막기 위해 현수막을 통해 압력을 가한 것으로 이해했다.
유병언 전회장은 그로부터 두어달 후 순천의 한 농지에서 반백골의 미스테리 시신(屍身)으로 발견됐다. 시신의 진위 논란속에 유병언 전회장의 죽음도 세월호의 실소유주 논란도 사실상 수면밑으로 가라앉았다.
코로나19 전염사태로 온 나라를 벌집 쑤신 듯 몰아넣은 신천지교회 이만희 총회장이 2일 경기 가평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색의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박근혜 시계’는 신천지와 박근혜정부,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시사했고 이만희 총회장이 관련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총회장의 시계가 주목을 받자 진위(眞僞) 논란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근혜 시계'가 제작 당시 은장 한 종류로만 만들었고 금장은 만든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총회장이 차고 다니는 건 가짜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하 사진 KBS TV 캡처
그러자 ‘박근혜 시계’가 소위 명품도 아닌데 누가 가짜를 만들어 돌리겠냐는 상식적인 반박이 터져나왔다. 설사 가짜라 치더라도 코로나19로 국민의 공적이 되다시피한 그가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온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고 느껴진다.
‘박근혜 시계’가 수많은 사진기자들에게 노출된 것은 국민에게 사죄 의미로 큰 절을 할 때다. 만 89세의 고령에도 쌀쌀한 날씨에 반팔 와이셔츠를 입은듯 손목시계가 아주 쉽게 드러났다. 그 순간 수많은 플래쉬가 터졌다. 큰절도 한번 더 해 시계는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앉아서 기자회견 하는 동안에도 팔을 치켜올릴때마다 시계가 노출됐다.
그가 일부러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온 것이라는 또한가지 정황은 시계판속 날짜가 31일이었다는 점이다. 2월은 윤달로 29일까지 있는데 3월 2일이니 시계 날짜가 이틀이 지나 31일로 표시된 것이다. 만일 그가 평소 애용하는 시계였다면 날짜가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애저녁에 옳게 고쳤을 것이다.
이만희 총회장이 의도적으로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왔다면 비단 박근혜 정부 인사들만이 아니라 현 여당과 권력층, 유명인사 등 각계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이낙연 전 총리 사례에서 보듯 권력의 비호(庇護) 내지 유명인사를 통한 이미지 홍보가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사죄의 기자회견에서 큰 절을 두 차례 했음에도(이것도 박근혜 시계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중간중간 호통을 치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오늘 신천지의 모습에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현수막을 내건 구원파의 데자뷔가 떠오르는 것이다.
과연 검찰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 수사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을까. 온 나라를 패닉으로 몰고 가고 국가적 방역시스템을 일거에 무너뜨린 신천지 사태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검찰이 끝까지 가차없는 수사를 벌일지, 또다른 용두사미가 되버릴지 귀추(歸趨)가 주목되고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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