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50대 한인이 홀로 유모차를 밀며 LA부터 뉴욕을 달리는 ‘대륙횡단(大陸橫斷)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뉴욕 베이사이드에 거주하는 강명구(58) 씨. 그는 29일 “다음달 1일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해 3150마일(약 5040km)을 달려 5월31일 뉴욕에 골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명구씨의 대륙횡단 마라톤이 성공하면 2010년 권이주 당시 뉴욕한인마라톤클럽 회장이 한인 최초이자 만65세의 최고령 아시안으로 완주(完走)한 이후 두 번째 올리는 개가이다. 특히 그의 도전이 주목받는 것은 지원차량 등 일체의 조력자나 보호장비 없이 나홀로 달린다는 사실 때문이다.
권이주회장이 도전할 때는 범동포사회의 후원회가 조직된 가운데 선도차와 보호차 등 두 대의 차량이 붙고 4명의 지원팀이 함께 했다. 당시 권회장은 3월23일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해 95일만에 5천여km를 완주했다.
혼자서 달려야하기 때문에 강씨는 텐트와 취사도구 등 캠핑장비와 여벌의 옷 등 최소한의 물품을 실을 특수 유모차(아이언맨 유모차)를 구입했다.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달리는 조깅족을 위해 생산된 이 유모차는 바퀴가 크고 100파운드(약 45kg)의 무게까지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광활한 미 대륙을 혼자서 달리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가 나홀로 대륙횡단 마라톤의 계획을 처음 알렸을 때 권이주회장이 반대한 것도 그때문이었다.
강명구씨에게 권이주 회장은 마라톤의 롤 모델이다. 두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강명구씨가 권회장보다 열두살 적은 띠동갑(닭띠)이고 지천명(50세)의 나이를 넘어 마라톤에 입문했다는 사실도 똑같다.
권이주회장이 2010년 3월 통산 100회 마라톤을 뛴 메릴랜드 대회에서 당시 만 53세의 강명구씨는 처음 공식 마라톤을 완주한 인연도 있다. 이후 대부분의 마라톤대회에서 함께 단골로 뛰는 멤버였고 일본전범기퇴출 평화울트라마라톤과 지난해 12월 남북평화통일 울트라마라톤을 달렸을때도 같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륙횡단마라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권회장으로서 아무런 도움도 없이 혼자 뛰겠다는 강명구씨를 만류(挽留)할 수밖에 없었다. 차량들이 무섭게 질주하는 도로 갓길을 뛰어야 하는데다 변덕스런 날씨와 사실상 노숙을 해야 하는 문제, 야생동물의 공격과 범죄의 위험 등 많은 문제들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명구씨의 의지는 단호했다. 그는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대륙횡단 울트라마라톤은 꼭 한번 도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돈도, 도와줄 사람도 없었고 배낭을 매고 뛸 수 없어서 꿈으로만 갖고 있었는데 조깅용 유모차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평생의 꿈을 위해 운영하던 작은 비즈니스도 일단 접었다. 팔순(八旬)의 노모와 만혼(晩婚)의 아내도 오랜 설득 끝에 허락을 받았다. 권이주회장도 그의 굳은 결심을 확인하고 상세한 조언을 하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30일 비행기를 타고 출발지인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강명구씨는 2월1일 열리는 헌팅톤마라톤을 출발점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 대회에 출전하는 한인 마라톤 달림이들의 성원속에 아이언맨 유모차를 끌고 대장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혼자서 뛰는만큼 준비는 철저하다. 차량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단 코스는 자전거 레이서들이 대륙횡단을 할 때 달리는 도로 위주로 잡았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배터리 문제를 위해 휴대용 태양열 패널을 장만했다.
달리는 위치와 이동경로가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장비도 마련했고 매일 페이스북에 사진과 자료들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물론 권이주회장 등 지인들과도 상시 연락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요인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강명구씨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강도도 당해봤지만 어디서나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은 있다. 진짜 걱정은 불의의 부상이나 달리면서 몸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거운 유모차를 앞세운채 달려야하기 때문에 하루 26마일 정도를 달릴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 정도라도 매일 정규 마라톤을 완주하는 거리가 된다. 권이주 회장은 “첫 고비는 처음 한달이 될 것”이라며 “특히 아리조나와 뉴멕시코주는 100마일을 달려도 집 한 채 볼 수 없는 길이 많아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고립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에 따라 새벽엔 겨울처럼 춥고 낮엔 한여름이 되는 엄청난 일교차(日較差)도 견뎌야 한다면서 ”록키 산맥과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는 구간에선 절대 무리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마라톤에 입문한후 6년간 30회의 공식마라톤 완주와 두차례 50마일 산악마라톤을 달린 그는 “마라톤을 뛸때마다 마음 깊은 속의 기쁨과 환희가 느껴진다. 어렸을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마라톤 문학’의 꿈도 풀어나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러나 이번 대륙횡단마라톤이 단지 개인의 꿈을 위한 도전만은 아니다. 강명구씨는 “조국 대한민국이 올해로 분단 70 년이 되었다. 점점 잊혀져가는 통일(統一)이라는 화두를 미 대륙을 가로지르며 남북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일상생활로 끌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100세 장수시대를 맞는 첫 세대인 5060 세대는 은퇴를 고려할 나이가 아니라 더욱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지혜로 사회에 기여를 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여야 하는 나이라는 희망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