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맨해튼에서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모두 세 군데 있습니다. 영화 등을 통해 소개된 너무도 유명한 록펠러센터 스케이팅장과 브라이언트 파크, 그리고 센트럴 파크에 있는 스케이팅장입니다.
이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고른다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는 록펠러 센터 앞 스케이팅장이라고 해야겠지요. 하지만 너무 작아서 늘 기다리는 줄이 많아서 직접 즐기기는 어려운 곳입니다.
크기로 따진다면 센트럴 파크의 스케이팅장이 가장 넓은데 넓은 공원안으로 들어가야 하니 접근성은 좀 떨어진다고 봐야겠습니다.
사실 오늘 소개하려는 브라이언트 파크 스케이팅장이야말로 뉴요커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아담한 사이즈, 타임스퀘어에서 두 블록,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에서 한블록, 그리고 이곳과 이웃한 뉴욕공공도서관까지 아마 뉴요커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늘 가까이 대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브라이언트 파크가 아닌가 싶습니다.
브라이언트 파크 스케이팅장은 지난해 10월 29일 개장됐는데 오는 27일 문을 닫습니다. 이제 시즌이 끝나가는 타임이지요. 센트럴 파크 스케이팅장은 10 달러 정도의 입장료가 있지만 브라이언트 파크 스케이팅장은 록펠러센터와 마찬가지로 입장료가 없고 스케이트화를 대여해주고 있습니다.
대여료가 13달러라고 나와 있네요. 그런데 대부분의 스케이트화가 너무 날이 안좋아서 미끄러지기 쉬운 게 흠입니다. 날갈이를 하려면 20 달러를 추가해야 하는데 어차피 물 찬 제비처럼 헤집고 다닐 공간도 없으니 그런대로 타도 무방합니다.
이런 스케이팅장에 오면 문득 그리운게 있습니다. 한국의 스케이팅장이나 스키장에 어김없이 있는 먹거리 코너말입니다. 뜨끈한 오뎅 국물에 떡볶이, 컵라면 이런게 있으면 딱인데 하고 말입니다. ^^
하지만 맨해튼 한복판 빌딩 숲 사이에서 이런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해야겠지요.
사실 이 브라이언트 파크는 사계절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이제 한 서너달만 지나면 잔디밭에서 옷을 벗어제끼고 일광욕을 하거나 독서와 오수(午睡)를 즐기는 뉴요커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 스케이팅장은 날씨가 포근한 편이어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즐기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친구들 가족들 연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타는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입니다. 세계의 수도요, 인종의 전시장인 뉴욕답게 이슬람 전통 스카프를 두른 채 즐기는 여성도 보입니다.
휠체어 스케이팅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고 신바람나게 질주하는 풍경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한국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장면이겠지요.
비록 자신의 두 다리로 얼음판을 지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다른 이들과 함께 스케이팅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인지요.
언젠가 여러분께서 겨울에 이곳을 오신다면 브라이언트 파크 스케이팅장에 들러 보세요. 단 30분이라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길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