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이해할 수 없다. 일본이 폴란드전 종료 15분을 남기고 시작한 볼돌리기 말이다. 일본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갔기 때문이다.
한번 정리해보자. 당시 일본(1승1무)은 폴란드(2패)에 비기기만 해도 무조건 올라간다. 한편 세네갈(1승1무)은 콜롬비아(1승1패)에 비기거나 이기면 올라가고, 콜롬비아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폴란드를 제외한 세팀은 두 경기 결과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폴란드가 물론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지만 마지막 경기이고 국가와 국민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개연성(蓋然性)은 있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스타팅멤버부터 주전 6명을 빼는 대담함(?)을 보였다. 16강 티켓이 아직 확정이 안됐는데 폴란드보다 전력이 나을 게 없는 일본이 주력의 절반을 쉬게 하다니…. 축구 특성상 교체는 3명만 가능하므로 급하다고 주전을 대거 투입할 수도 없다. 이것부터 이해가 안갔다. 폴란드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신을 했을까, 모종의 교감(?)을 했을까.
두 경기가 동시에 시작됐고 전반은 득점이 없었다. 후반 14분 폴란드가 사고를 쳤다. 얀 베드나렉이 한골을 넣은 것이다. 일본이 급해졌다. 이대로 끝나면 탈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콜롬비아-세네갈전에서 콜롬비아가 후반 19분 예리 미나의 골로 앞서갔다. 이 소식은 곧바로 일본의 벤치에 전해졌을 것이다. 만약 이대로 끝나면 콜롬비아가 2승1패로 1위, 일본과 세네갈은 1승1무1패로 동률이다. 공교롭게 골득실과 다득점까지 같다. 이 경우 퇴장과 경고수가 적은 페어플레이 점수에 의해 순위가 가려진다.
만회골을 잡기 위해 주력하던 일본은 돌연 종료 15분전부터 노골적인 볼돌리기에 들어갔다. 여기서 두 번째 의문점. 상대방 경기가 진행중인데 무얼 믿고 0-1 패 굳히기에 들어갔을까. 콜롬비아가 추가골을 넣을 수도 있지만 동점만 이뤄도 올라가는 세네갈은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본은 위험천만한 도박(賭博)을 한 것이다.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다간 폴란드에게 추가골을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러니 애당초 주력 멤버를 투입해 폴란드전에 임했으면 될 일이었다.
MBC 화면 캡처
세 번째 의문.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일본과 세네갈이 골득실과 다득점 승자승(두팀은 무승부)까지 같아 페어플레이 점수를 따져야 한다. 난 사실 월드컵에서 페어플레이 점수를 이번에 처음 들었다. 그런데 경기 진행중에 페어플레이 점수까지 계산했단 말인가? 워낙 일본이 치밀한지라 총 경고수가 세네갈보다 두장 적다는걸 알고 만일 동률이 될 경우, 볼을 돌리기로 작전을 짰다는건데 그날 경기에서도 경고나 퇴장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마저도 일본은 마지막 경기에서 절대 경고를 받을만한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감독이 신신당부(?) 했다면 정말 지독하게 계산을 한 셈이다.
일본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지는 팀이 노골적인 볼돌리기를 하는 ‘신공’을 보였고 비신사적인 팀플레이를 했는데 페어플레이 점수로 올라가는 ‘슈퍼신공’을 동시에 발휘(發揮)했다. ‘관리의 삼성’도 울고갈 일본축구의 관리술이다. 무식한건지 용감한건지 모르지만 아무튼 일본의 작전은 성공했다. 만일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주전들도 체력 비축했겠다, 개발에 땀나서 승리한다면 일본의 ‘개축구’는 ‘참 잘했어요’로 월드컵사에 기록되겠지.
장면 2
독일전에서 아무도 예상못한 2-0 승리 드라마를 쓴 한국 선수단이 인천공항 해단식에서 달걀과 베개 투척을 당했다. 여론은 극히 나쁘다. 16강 티켓은 놓쳤지만 세계랭킹 1위이자 지난대회 챔피언 독일에 2-0 완승을 거둬 국민적 기쁨을 선사했는데 달걀을 던지다니...더구나 그 달걀이 독일전 쐐기골 등 이번 대회에서 두골을 작렬(炸裂)한 손흥민 앞에 떨어져 더욱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관한 기사들을 읽으면서 이해가 안갔다. 당일 대부분의 기사가 손흥민에게 던졌다는 투로 ‘옥에 티’의 해프닝처럼 간단히 묘사됐기 때문이다. 일단 상식적으로 생각해봤다. 손흥민이 소감을 말할 때 떨어지긴 했지만 손흥민을 겨냥한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선수단이 도열해 있을 때도 달걀 한개가 떨어졌다. 손흥민 바로 옆엔 신태용 감독이 있었다. 신태용을 겨냥한게 손흥민 앞에 떨어졌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았다.
손흥민(왼쪽 두번째)이 신태용감독 옆에서 달걀을 던진쪽을 향해 바라보고 있다
이하 사진 <민중의소리> 캡처
아닌게 아니라 기사들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니 항의성 정보가 있었다. 달걀을 투척할 때 “정몽규(회장) 신태용은 사퇴하라‘고 외쳤는데 왜 그런 소리는 기사에 쓰질 않냐”고 한 내용이었다.
적어도 댓글만 살펴본다면 축구팬들은 단순히 신태용감독의 경질을 원하는게 아니라 축구협회의 적폐청산을 압도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비록 능력이 떨어진 일부에 대한 비난은 있을지언정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 대해선 찬사의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손흥민 앞에 떨어진 것은 선수 개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만일 정말 누군가 손흥민을 겨냥했다면 그것은 손흥민의 골로 승부도박을 벌였다가 손해난 자의 불만이거나, 국면 전환이 필요한 자 혹은 무리의 기획극이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또한가지, 투척된 베개도 궁금증이 남는다. 왜 베개를 던졌을까. 초기 뉴스엔 단순히 베개라고만 나와서 침대축구나 하라는 비아냥인지, 페널티킥의 빌미가 된 슬라이딩을 빗댄건인지 갸우뚱했는데 나중에 사진을 확인해보니 캔디모양으로 만들어진 베개였다.
4년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형편없는 경기력 끝에 돌아온 대표팀을 향해 일부 팬들이 캔디모양의 엿을 투척했다. ‘엿이나 먹으라’는 조롱(嘲弄)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캔디형 엿을 대신해 같은 모양의 베개들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렇지 4년전과 같은 캔디형 엿을 구해서 던지지 비싼 베개를 투척할게 뭐람)
이 뉴스에 반응한 해외 매체 중 영국의 대중지 한곳은 이 베개에 대영제국 국기인 유니온 잭이 디자인된 것을 보고 이번 월드컵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인 골키퍼 조현우가 잉글랜드 리그로 진출하라는 뜻으로 해석한 보도를 하기도 했다. 글쎄 그랬다면 당사자에게 정중히 베개 선물을 주면 됐지, 힘들게 던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캔디모양 베개를 구했는데 하필 유니온 잭이 그려졌던 것일뿐.
우리의 월드컵은 끝났지만 이제 진짜 월드컵이 시작됐다. 16강에 오른 팀들은 건곤일척의 단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앞으로 또 어떤 미스테리한 장면들이 만들어질지 궁금반 기대반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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