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이후 지난 1년여간 한국에선 ‘보수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특히 올들어 남북화합의 분위기속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80%의 고공행진을 하고 ‘여당의 엑스맨’이라는 조롱속에 자충수(自充手)를 일삼은 야당의 행보가 어우러지며 소위 한국의 보수는 6.13 지선에서, 그야말로 ‘폭망’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번 따져보자. 한국의 보수는 정말 위기인가? 아니다. 보수는 절대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전히 대세다. 왜 그런가. 보수와 진보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보수주의(保守主義, Conservatism)의 사전적 의미는 관습적인 전통 가치를 옹호하고, 기존 사회 체제의 유지와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정치이념을 말한다. 반면 진보주의(進步主義, Progressivism)는 기존 정치·경제·사회 체제에 대항하면서 변혁을 통해 새롭게 바꾸려는 성향이나 태도를 이른다.
보수와 진보는 누가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서로의 가치가 충돌하고 어느 한쪽이 정당성과 명분에 따라 힘을 얻을 뿐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한국 정치권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보수로 보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을 진보로 인식한다. 문제는 한국의 보수와 진보 개념이 상당 부분 왜곡(歪曲)돼 있어 사람들이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과연 보수인가? 그들이 지키려는 것이 과연 전통가치와 사회체제의 유지발전인가, 사적이익과 맹목적 반공주의, 친미주의인가? 자유한국당은 ‘박근혜적폐’를 청산했는가? 뼈를 깎는 참회(懺悔)속에 거듭 났는가?
사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정책이나 인물의 면면을 살펴 볼때 민주당이 전통적 보수가치에 더 들어맞는다. 한국의 보수는 더불어민주당의 대부분과 바른미래당, 평화당의 소수를 포괄하는 것이 온당하다. 진보라고 할 정당은 정의당과 민중당 정도이다.
자신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많은 유권자들은 보수당(자한당)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진보당(민주당)에 대한 저항감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지지하는 모습을 본다.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도 사표(死票)를 우려해 범 진보정당(정의당/민중당/녹색당/노동당) 대신 민주당을 밀어주고 있다.
이승만의 자유당을 시작으로,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 새누리, 자한당에 이르기까지 역대 보수당이 지금까지 끈질기게 생명줄을 잡고 있는 것은 남북대치의 상황에서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뛰어넘는 ‘외눈 반공주의’와 ‘사대 친미주의’가 이 사회를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6.13지방선거 결과는 ‘보수의 위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진보가 생장(生長)하지 못하는 ‘진보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수많은 잠재적 진보유권자들이 걸핏하면 종북이요, 빨갱이로 매도하는 한국적 매카시즘에 짓눌려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의 TV방송들은 저마다 창의적으로 개표방송을 마련했다. 관점에 따라 한없이 가벼워보이기도 했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선거방송도 엔터테인먼트화 되버린 셈이지만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지금 우리는 현실이 상상을 넘어서는 격변(激變)의 세기속에 있다. 남북이 손을 맞잡고 통일의 미래를 열어나가야 할 평화의 시대에 낡은 이념과 고루한 사고의 색안경은 벗어던져야 한다. 선거도 게임이라면 그것은 당분간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건 ‘헝거 게임’이 되야 한다.
부디 다음 선거에서는 가짜들이 소멸(消滅)되고 건전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를 바란다. 깨인 눈과 열린 사고를 하는 유권자들이 이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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