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준이 마라톤에서 피날레 금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이 중국 광주(廣州)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를 차지했다고 도하(都下) 언론이 보도했다
27일 폐막된 제15회 '광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금메달 76개, 은메달 65개, 동메달 91개로 4개 대회 연속 종합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www.gz2010.cn
일단 뉴스를 인용하자. 주최국 중국은 금메달 199개, 은메달 119개, 동메달 98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일본은 금메달 48개, 은메달 65개, 동메달 94개로 3위에 올랐다.
또 이란은 금메달 20개(은 14개, 동 25개)로 4위, 카자흐스탄이 5위(금 18, 은 23, 동 38)에 올랐고 인도(6위), 대만(7위), 우즈베키스탄(8위), 태국(9위), 말레이시아(10위)순이었다. 북한은 홍콩에 이어 12위에 머물렀다.
아시안게임 사상 최대인 45개국 1만 4천여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16일간 42개 종목에서 476개의 금메달을 놓고 벌여 홈팀 중국이 전체 금메달의 절반(47%)가량의 금메달을 휩쓸었고 한국은 사격(13개)을 비롯, 펜싱과 양궁 골프 볼링에서 선전하며 당초 목표했던 65개를 훨씬 넘어서며 일본을 여유있게 제쳤다.
www.gz2010.cn
그런데 종합순위라는게 흥미롭다. 본래 아시안게임이든 올림픽이든 스포츠제전에서 종합순위를 가리는 것은 없다. 언론이 흥미를 위해 국가별 순위를 매긴 것이 슬그머니 공인기록처럼 행세할 뿐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어차피 금·은·동메달도 순위 싸움인데 메달은 근거로 한 순위경쟁도 흥미로우니까. 문제는 순위를 매기는 기준이 제각각이라는데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도 그렇지만 한국 중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는 금메달수로 순위를 매긴다. 은메달 동메달은 금메달이 동률일 때만 따질 뿐이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일부 나라들은 금·은·동을 합친 총 메달수로 순위를 매긴다. 그러다보니 해당국가의 언론들이 보도하는 순위표가 서로 다르다. 가령 지난 2008 북경올림픽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나라가 어디일까. 우리가 아는 답은 중국이다. 중국은 금메달 51개로 36개에 그친 미국을 15개차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미국인에게 던지면 당연히 미국이 1위다. 금36 은38 동36으로 110개의 메달을 따내 중국의 100개(51-21-28)를 10개차로 제쳤기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총메달수에서 미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고 모든 미국인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같은 기준으로 하면 당시 금 13개로 러시아(23) 영국(19) 독일(16) 호주(14)에 이어 7위에 오른 대한민국은 8위로 한 계단 떨어진다. 총메달이 31개로 10위(금7개) 프랑스의 총메달 40개에 뒤지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도 미국식을 적용한다면 4위부터 순위가 뒤죽박죽이다. 금메달수 4위 이란이 총 메달은 59개로 카자흐스탄(79) 대만(67) 인도(64)에 이어 7위로 추락하고 금4개로 15위인 인도네시아는 총메달 26개로 두 계단 상승한다. 또 금 5개로 13위 사우디는 총 13개로 17위로 내려앉는다.
금메달 순위로 등위를 가리는 것은 ‘1등 지상주의’를 조장하는 것 같아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1등이래야 눈을 휘둥그레 뜨는 염량세태(炎凉世態)도 간과할 수 없다. 금메달수로만 종합순위를 따지는것도 불합리하지만 솔직히 금·은·동을 합친 숫자로 가리는 것도 별로 합리적이진 않다.
금·은·동의 색깔이 다르듯 똑같은 비중의 메달로 취급하는 것이 우습고 아깝게 메달 경쟁에서 밀린 4위나 5위를 무조건 도외시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구태여 메달로 종합순위를 가리겠다면 금·은·동을 비례배분하는 것도 대안이 될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지난 밴쿠버 동계 올림픽 기간중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나름 합리적인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것도 참작할만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림픽에서 경쟁하는 나라들의 진정한 스포츠파워를 수치화하기 위해선 다양한 요소들을 합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수와 GDP(국민총생산), 유아사망률, 월간 차량구입수, 평균단백질 섭취량, 일인당 알코올 소비량, 흡연률, 평균기온 등 8개 항목을 따져 2월16일 현재 메달수 상위 10개국의 순위를 매겼다.
메달수 2위인 미국은 GDP가 4만6385 달러로 가장 높은 반면 흡연률은 23.6%로 나타나 종합점수 85.2%로 8위에 랭크됐다. 메달수 1위였던 독일. 독일은 높은 알코올소비량이 참작됐지만 인구 8233만명에 높은 국민소득, 낮은 평균기온 등 동계올림픽에 유리한 환경으로 종합점수 75%로 조사대상국 꼴찌인 10위에 랭크됐다.
금메달수 3위의 한국은 인구 4800만명 국민소득 2만7686 달러로 10개국 중 9위, 평균기온은 4번째, 유아사망률은 0.05%로 세 번째로 높았지만 흡연률(35%)이 중국(35.6%)에 이어 두 번째, 개인음주량은 7.9리터로 7번째로 높았다. 그 결과 87.9%로 종합6위였다.
저널의 방법이 너무 복잡하다면 간단하게 인구비례로 기준하면 어떨까. 금메달 수를 인구수로 나누는 것이다. 가령 이번 아시안게임 상위 10개국을 인구비례로 금메달을 산정하면 한국의 76개를 기준으로 인구 15억명의 중국은 금메달이 달랑 7개로 쪼그라든다. 인구 1억2천만명의 일본도 20개가 고작이다. 11억명의 인도는 아예 소숫점 이하다.
대폭 상승하는 나라들도 있다. 4위 카자흐스탄은 인구가 한국의 3분의1로 실질적인 금메달수는 54개로 3배 늘어난다. 대만은 27개, 우즈베키스탄도 19개, 말레이시아는 18개가 된다.
결국 인구비례로 따진 종합순위는 당당 1위인 한국을 필두로, 2위 카자흐스탄(54개), 3위 대만(27개) 4위 일본(20개) 5위 우즈베키스탄(19개) 6위 말레이시아(18개)가 된다. 중국과 인도는 꼴찌 그룹에서 사이좋게 어깨동무다.
메달수로 순위를 가리는 것은 애당초 비현실적이다. 종목별로 금메달 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개인종목은 한 선수가 금메달을 여러 개 딸 수 있지만 단체종목은 여러 명이 힘을 합쳐도 금메달은 오직 하나로 친다.
수영 5관왕이 5명이 힘을 합친 농구의 금메달보다 5배 더 훌륭하다고 볼 수 없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47개나 되는 육상이 11명이 뛰어도 달랑 금메달 하나인 축구보다 47배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듯 말이다.
www.gz2010.cn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선 메달 집계의 형평성을 위해선 단체종목의 경우 엔트리 수만큼 금메달 수를 세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 같다. 축구에서 우승하면 금메달 11개, 야구에서 우승하면 9개, 핸드볼에서 우승하면 7개가 되는 것이다.
그게 무슨 짓이냐고? 그러게, 불합리한 금메달수로 종합순위를 가리니 하는 푸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