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펼쳐진 새해 이브 라이브쇼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무성의한 립싱크 사건이 뒷말을 낳고 있다.
새해 전야(前夜)인 12월 31일 자정 직전 타임스스퀘어에선 ABC-TV가 주관하는 새해 축하 라이브공연 ‘라이언 시크리스트와 함께 하는 딕클라크 새해 록킨 이브’가 펼쳐졌다.
해마다 새해를 카운트다운하는 크리스탈 볼 드롭 행사가 열리는 타임스스퀘어 공연은 현장에만 100만명이 몰리고 미 전역에 생중계된다. 이날 행사는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끝내는 반기문 총장이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과 함께 볼 드롭 스위치를 누르게 돼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볼 드롭 직전 출연한 머라이어 캐리의 립싱크 해프닝이 행사의 빛을 바래게 했다. 머라이어 캐리는 이날 밤 11시 40분 경 ‘올드 랭 사인’을 부르며 무대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모션’과 ‘위 빌롱 투게더’를 연이어 부르면서 뭔가 어색한 동작을 계속했다. 무대를 걸어다니며 율동도 노래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급기야 후반부 노래가 나오는데도 마이크를 내리며 등을 돌려 현장의 관객들과 시청자들을 당혹케 했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퇴장했다. 그녀가 내려오는 순간에도 노래는 계속 나오는 어이없는 장면이 지속됐다. 라이브로 노래를 하는 줄 알았던 사람들은 립싱크를 대놓고 무시하고 무대를 내려간 팝스타의 돌출(突出) 행동에 황당함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머라이어 캐리는 SNS를 통해 찡그린 이모티콘과 함께 “빌어먹을 일이 벌어졌다”고 했으나 내막을 밝히지 않았다.
다음날 캐리의 매니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무대에 오르기전부터 캐리의 마이크 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전적으로 제작사의 실수라고 비난했다.
이 매니저는 “우리가 세 번이나 마이크가 작동이 안된다고 지적했지만 제작사는 일단 무대에 오르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 매니저는 “이 문제를 조사해달라고 FBI에게 요청하지 않겠지만 생각해보라. 머라이어는 이날 무대의 가장 큰 스타였다. 그녀는 제작사에 호의를 베풀었는데 그들은 자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하지만 제작사인 딕 클라크 프로덕션은 머라이어 캐리의 행동은 자신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생방송에서 아주 드물게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긴 하지만 사운드 장비가 잘못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날 해프닝으로 현장에서 크리스탈 볼 드롭 스위치를 누르기로 한 드블라지오 시장과 반기문 총장 부부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기해야 했다.
진행자 라이언 시크리스트는 새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기 직전 드블라지오 시장과 반기문 총장이 크리스탈 볼 드롭을 한다고 한 차례 언급했지만 정작 방송 화면에 이들이 비친 것은 2초도 채 되지 않았다.
카운트다운에 맞춰 크리스탈 볼은 내려왔고 새해가 되는 순간 오색 꽃가루가 날렸다. 여느때처럼 현장의 사람들이 포옹과 환호성을 하는 가운데 뉴욕찬가 ‘뉴욕 뉴욕’이 울려퍼졌고 하늘엔 폭죽이 연이어 터졌다.
새해는 반갑게 찾아왔지만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엔 흉악한 일본전범기가 연상되는 디자인이 쉴새 없이 노출되어 한인들을 비롯한 동북아 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이상 사진 ABC-TV 캡처
‘역대 최악의 새해축하 쇼’라는 불명예(不名譽)가 붙게 된 현장에선 하필 반기문 전 총장이 있었다. 공교롭게 4년전 2012년 12월 31일 타임스퀘어 전야 행사에서 싸이가 무한도전 팀과 강남스타일 공연으로 최고의 축하쇼라는 평가를 받던 장면이 자꾸만 오버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