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농구는 왜 환락(歡樂)의 카지노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드래프트를 할까.
뉴욕타임스가 매년 7월 라스베가스에서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행사를 하는 한국프로농구를 흥미롭게 바라본 기사를 25일 인터넷판에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라스베가스 데저트 오아시스 하이스쿨에서 진행한 드래프트 과정을 통해 한국프로농구리그와 이에 도전하는 미국 농구선수들의 스토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하 사진 KBL 홈페이지
타임스는 "KBL이 해마다 7월 10개 팀 임원들과 코칭스탭, 스카우트와 함께 라스베가스의 고교 체육관에 와서 외국인선수 초청 트라이아웃을 한다"면서 "팀별로 두명의 선수들을 선발하는데 대우는 아주 좋다. 1라운드는 월봉이 3만달러, 2라운드는 2만달러이며 세금도 면제(免除)된다"고 소개했다.
타임스는 "사실 이같은 행사는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세계 어느 나라의 농구리그도 7월에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가스까지 와서 드래프트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 정보가 없는건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곤자가대 스타출신 매튼 볼딘(27)은 트라이아웃 등록을 하면서 "이게 뭐가 뭔지 확신이 안선다"고 털어놓았다. 그를 포함 이번 트라이아웃엔 120여명의 선수들이 등록했다.
등록 선수들은 오리엔테이션에서 KBL 소개 동영상을 통해 전주 KCC 이지스의 포워드가 덩크하고 부산 KT 소닉붐의 가드의 3점슛, 원주 동부 푸르미의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감상했다. 볼딘에겐 모든게 처음이고 낯설지만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KBL의 변호사는 선수들에게 표준계약서를 페이지별로 설명하며 중요하다는 말을 12번도 더 했다. 마리화나를 포함, 약물검사도 통과해야 하며 트라이아웃 첫날 아침 8시에 출석을 체크하고 모든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KBL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정 동안 체육관을 이탈하면 자격이 박탈(剝奪)될 수 있고 화장실에 갈 때도 코치에게 말하고 가라고 일러두었다.
타임스는 삼성의 관계자로부터 "지난 시즌 LG세이커스의 데이본 제퍼슨이 플레이오프게임에서 한국 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스트레칭을 하는 무례를 범해 퇴출(退出)된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불행히도 그는 문화적 실수를 저질렀다. 그건 아주 민감한 영역이다. 삼성은 팀에 우선하는 선수들을 본다"고 밝혔다.
멤피스 출신으로 NBA 디벨롭먼트 리그에서도 뛴 조 잭슨(23)은 신장 6피트의 포인트가드다. 그는 첫날 13개 슛 중 9개를 성공시키며 21점을 올리고 덩크슛까지 해서 팀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잭슨은 여전히 NBA에서 뛰고 싶어하지만 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한달 수입은 D리그의 두배이기 때문이다. 그는 D리그 출신으로 유타재즈와 지난 1월 계약한 엘리아 밀샙이 ‘너무 NBA에 집착하지 말라’고 충고하더라고 말했다.
잭슨처럼 볼딘도 트라이아웃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 신중해하는 모습이었다. 이탈리아 팀과도 얘기가 있었던 그는 "KBL이 괜찮다고 들었지만 유럽리그가 한국에서 경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한 경기에서 40득점하면 레알 마드리드가 사인하자고 나올까?"하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얼마전만해도 KBL은 빅맨들을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을 했지만 스피디한 게임과 볼거리를 주기 위해 6피트4인치 이하의 선수 1명을 뽑도록 새 규정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잭슨이나 볼딘같은 선수들에게 좋은 뉴스였지만 토미 스미스같은 빅맨들에겐 기회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나쁜 뉴스였다.
타임스는 "KBL 베테랑인 리카르도 라틀리프 같은 선수들은 이미 한국리그에서 입증된 선수라는점에서 트라이아웃 결과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그는 첫 게임에서 5분 뛰었고 슛을 한번이 던져 실패했지만 재발탁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피닉스에 거주하는 토미 스미스(34)는 피닉스에서 승용차를 네시간 운전해서 왔다. 이곳에서 그는 과거 몽골에서 뛸 때 휴대폰 광고에 함께 출연한 LA레이커스의 가드 출신 스머시 파커(34)를 만났다.
파커 말고도 아는 선수들에 제법 눈에 띄었다. 87번 게리 플라워스는 도미니칸 리그에서 겨뤄본 적이 있다. 37번 팀 피켓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트레이닝 캠프에서 만났다. 7번 가드 앤소니 로버트슨은 카타르에서 손발을 맞춘 사이다.
2003년 시카고 불스가 2라운드에서 지명됐던 스미스는 풍상이 많았다. 불스에서 나온후 해외리그 생활을 했지만 2009년 가중폭행죄로 2년간 수감되기도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단을 운영하는 그는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싶어한다.
스미스와 함께 몽골에서 셀폰 광고에 출연했던 스머시 파커는 "몽골은 내 생애 최악의 리그였다. 그곳에 가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면서 한국행을 소망했다.
KBL 베테랑 리오 라이온스는 "한국리그는 미국 선수들을 잘 대해준다. 유럽의 형편없는 리그에 간 선수들은 처음엔 한국에 돈을 벌러 가지만 농구하기 정말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드래프트 당일 아침 스미스는 호텔방에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늦잠을 잔 것이다 에이전트에게 "알람이 안켜져 이제 일어났다. 지금 가도 되냐?"는 문자메시지를 부랴부랴 날렸다. 그는 카지노 게임 기계들이 즐비한 로비를 지나 2층의 행사장으로 서둘러 갔다. 무대 중앙엔 '2015 K.B.L. Tryout & Draft'라는 배너가 붙어 있었다.
1순위 삼성은 예상대로 라틀리프를 선택했다. 안드레 스미스는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에, 라이온스는 10순위로 울산 모비스 피버스에 지명됐다.
2라운드에서 팀들의 관심이 가드들에게 몰리자 토미 스미스는 기대감이 엷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 다른 기회를 찾아봐야겠다"고 낙담(落膽)했다.
고양 오리온스는 14번으로 멤피스에서 활약했던 잭슨을 뽑았다. 잭슨에겐 인생전환의 순간이었다. 여섯자리 연봉을 받게 된 것이다.
선수퇴출사건을 겪은 LG세이커스는 2라운드에서 볼딘을 뽑았다. LG의 김진 코치는 "작년에 우리 팀이 곤란을 겪어서 이번엔 그 점을 최우선으로 반영했다"면서 다양한 능력의 볼딘이 좋은 팀 멤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볼딘은 얼마전만 해도 한국리그를 거의 들어본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8월초에 한국에 간다. 그는 "부모님이 드래프트 결과를 전해듣고 너무 좋아하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