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한시간뒤 손흥민도 사과문을 올렸다. 둘이 함께 어깨동무하고 활짝 웃는 사진도 함께 공개됐다. 두사람의 극적인(?) 화해로 아시안컵 기간중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은 수습 국면에 들어가는 듯 하다.

<사진 손흥민 SNS>
그러나 이것으로 마무리되기엔 이번 사건이 남긴 상처와 문제점은 너무나 많다. 관련 기사들에 달린 수많은 네티즌들의 반응을 일별(一瞥) 해도 그렇다. 개인간의 문제부터 살펴보자. 이강인이 런던까지 날아가 손흥민을 만나 사죄하고 용서를 받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사실 손흥민을 굳이 찾아가지 않더라도 천품(天稟)이 선하고 대인배인 그는 이강인을 얼마든지 용서했을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5일 밤에도 손흥민이 먼저 악수를 청하고 이강인을 보듬은 것은 어떡하든 불화를 수습하여 다음날 준결승에 임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사상 최악의 참패였고 이어진 보도대로 사건의 장본인들이 경기전 그라운드에서 물병놀이를 하고 이강인은 손흥민에게 최소패스 하는 등 고의로 경기를 망친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졌다.
아직 사건의 전말(顚末)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강인이 9살 많은 주장이자 대선배의 정당한 훈계에 반발하고 욕을 하고 심한 몸싸움을 했다는 것은 사실로 파악된다. 설사 직접 주먹으로 가격하지 않았다해도 그로 인해 손흥민의 손가락 두 개가 부러졌다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무도한 행위다.
이강인은 64년만의 우승을 염원하는 중대한 경기를 앞두고 주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패륜적 행동을 함으로써 온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백보 양보하여 그런 행동이 순간적인 감정에 못이긴 실수였다면 적어도 하루뒤 백배 사죄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누구도 간밤의 사건을 상상도 못했을만큼 이강인은 천연덕 스러웠다. 사기가 바닥까지 추락한 대표팀의 플레이는 최악이었다. 국민들은 영국의 대중지 더 선이 사건 9일이 지난 14일 이강인의 탁구사건과 몸싸움 보도를 할때까지 클린스만의 무능한 지도와 독단적인 정몽규 축협회장을 비난했을뿐이다.
축협은 더 선의 보도로 대망신 당하기 전에 대표팀의 위계와 한국축구의 내일을 위해 이번 사건을 엄밀히 조사하고 국민들에게 솔직히 고했어야 했다. 감독 코치와 선수 모두가 지켜본 충격적인 사건을 대체 얼마나 비밀로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 점에서 정몽규 회장은 모든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서 터럭같은 미련도 갖지 말고 신속히 사과 및 사퇴를 해야 할 것이다.
다시 이강인으로 돌아가자. 사건이후 이강인의 첫 번째 잘못은 보도 즉시 석고대죄(席藁待罪)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스토리에 형식적이고 두루뭉슬한 사과메시지만 올렸다. 사과도 너무 늦었지만 형들에게 미안하고 반성한다는 부실한 내용이었다.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이튿날 그의 법률대리인이 일부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면 반박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그렇게 이강인은 이후 일주일의 황금같은 시간을 침묵하며 국민들의 화를 돋구웠다. 그의 광고주들은 하나둘 손절하기 시작했고 국대선발 영구금지, 군면제 취소청원 등 사태는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달았다.
이강인은 사건발생 보름이 지난 21일에야 한결 겸손한 뉘앙스의 사과문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필경 그의 법률대리인 등 주변의 조언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너무 늦었다” “광고위약금이 겁나서 하는 행동”이라며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내가 봐도 사과문에선 전문가(?)의 흔적이 느껴진다. 차라리 문맥이 안맞고 어설프더라도 이강인이 친필로 솔직한 마음을 쓰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일부 내용도 문제가 있다. “흥민이 형에게 얼마나 간절한 대회였는지 제가 머리로는 알았으나 마음으로 그리고 행동으로는 그 간절함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나”라는 부분이다.
아시안컵은 손흥민만이 아니라 태극마크를 단 모두에게 간절한 대회였고 64년만의 우승을 염원하는 국민 모두에게 간절한 대회였다. 마치 이 대회 우승이 손흥민 개인의 빛나는 영광이 될 것으로 이강인이 생각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태 수습의 1단계로 이강인이 런던까지 날아가서 사과의 모양새를 취한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만남을 이강인이 먼저 발표한 것은 보이지 않는 실책이다. 물론 엄청난 국민들의 분노를 빨리 식혀야 하는 조급함이 있었겠지만 이런 일은 피해자인 손흥민이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면에서 훨씬 좋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하여 이강인은 깊은 반성과 사과, 앞으로의 다짐을 추상적으로 되풀이할게 아니라 “대표팀에서 속죄하고 싶지만 국민들께서 용서해줄 때까지 자숙하며 기다리겠다” “국민들께서 용서해주시지 않는다면 군 면제 혜택도 스스로 반납하고 싶다”는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자성의 태도를 보여줬다면 진정성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에 반해 손흥민의 사과문은 구체적이고 겸손한 마음과 따뜻한 배려심(配慮心)이 느껴진다. 심지어 그는 이강인의 용서를 호소하며 자신의 실수(?)도 고백하고 있다.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난 며칠간 보도에서 우리가 보았듯 손흥민은 대표팀 신인시절에도 선배에게 늘 깍듯했고 착하고 성실했다는 미담(美談)만 넘쳐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화해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로 인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상처는 여전히 깊게 패였다는 사실이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그대로 봉합(縫合)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첫 번째 조치는 다시 강조하건대 정몽규회장의 즉각적인 사퇴와 집행부 전면 교체를 통한 개혁이다. 두 번째는 축협의 학맥과 인맥, 파벌을 깨부수고 사분오열(四分五裂)된 대표팀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베테랑 감독 선임이다. 세 번째는 이강인 등 문제의 선수들을 대표팀에서 제외하고 지금 이순간 성실히 훈련하며 기량은 물론, 좋은 인성을 갖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라는 것이다.
끝으로 손흥민과 함께 대표팀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말하고 싶은게 있다.
“그대들은 너무나 운이 좋구나. 축구실력은 그보다 위에 있을지언정 최고의 기량과 인격, 소양, 선품까지 갖춘 선수는 실로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손흥민은 한세기에 날까말까하는 위대한 선수다. ‘축구황제’ 펠레와 마라도나, 메시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 축구의 보물이다. 그와 동시대에 같이 살고, 같은 팀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그대들은 정말 복이 많은 선수들이다. 살아있는 레전드와의 순간순간을 부디 헛되이 보내지 말라.”
[이강인 인스타그램 게시글 전문]
안녕하세요, 이강인입니다.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습니다.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게 중요하다 생각하였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흥민이 형에게 얼마나 간절한 대회였는지 제가 머리로는 알았으나 마음으로 그리고 행동으로는 그 간절함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특히 흥민이형이 주장으로서 형으로서 또한 팀 동료로서 단합을 위해 저에게 한 충고들을 귀담아듣지 않고 제 의견만 피력했습니다.
그날 식사 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습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팀에 대한 존중과 헌신이 제일 중요한 것임에도 제가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대표팀의 다른 선배님들, 동료들에게도 한 분 한 분 연락을 드려서 사과를 드렸습니다.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저의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더욱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 약속드렸습니다.
저의 사과를 받아주시고 포용해 주신 선배님들과 동료들에게도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의 행동 때문에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된 선수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향한 비판 또한 제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분한 기대와 성원을 받았는데도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가져야 할 모범이 된 모습과 본분에서 벗어나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서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이제까지 대한민국 축구를 지키고 빛내셨던 선배님들과 동료들,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팬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저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였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저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만큼 실망이 크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축구선수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헌신하는 이강인이 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강인 올림.
[손흥민 인스타그램 게시글 전문]
안녕하세요 손흥민입니다. 오늘은 조금 무겁고 어려운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습니다.
저도 제 행동에 대해 잘했다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질타 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팀을 위해서 그런 싫은 행동도 해야 하는 것이 주장의 본분 중 하나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저는 팀을 위해서 행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팀원들을 통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립니다.
최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내에서 불거졌던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설이 사실상 종결됐다. 이강인이 런던으로 직접 찾아가 손흥민에게 사과했고, 손흥민이 이를 받아들였다. 21일 이강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게재한 데 이어 손흥민이 이강인과 대화를 나눈 뒤 오해를 풀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또한 손흥민은 이강인이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팬들에게 이강인을 용서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그리고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중에 대표팀내 편가르기에 대한 내용은 사실과 무관하며 우리는 늘 한 팀으로 한 곳만을 바라보려 노력해 왔습니다.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란스러운 문제를 일으켜서 진심으로 죄송하고 앞으로 저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이 계기로 더 성장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obin&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B7%CE%BA%F3&sop=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