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이런 식의 결말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손흥민 멱살잡자 이강인 주먹질…원팀은커녕 사분오열 태극전사’(종합)
2024.02.14. 오후 4:32 연합뉴스

더 선 웹사이트 캡처
전날 영국의 더 선(The Sun)이 놀랄만한 1보를 전했을때만 해도 반신반의(半信半疑) 했다. 더 선은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으로 과장되고 선정적인 기사로 대중의 이목을 끈다. 대표팀 내부의 일을 한국 언론도 아니고 영국 언론이 먼저 보도했다는 것도 믿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 보도를 축구협회가 즉각 사실로 인정하면서 속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건의 장본인 이강인도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곧바로 SNS에 사과 메시지를 올렸다. 그러나 내용은 두루뭉술이었다.
사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준결승 전날인 5일 저녁 이강인 등 팀의 막내급 선수들이 탁구를 치기 위해 식사를 빨리 끝내고 떠들며 놀자 주장 손흥민이 분위기를 흐리지 말라고 제지했다. 이강인이 대들자 격분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고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오른손 중지와 검지 두 개가 탈구되는 부상을 당했다.’
이강인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손흥민이 피했다는 보도도 있고 얼굴을 얻어 맞았다는 보도도 있다. 이강인의 법적 대리인은 다툼은 있었지만 주먹을 휘두르진 않았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여기선 확인된 팩트만 따져야 한다. 주먹질이 없었다고 해도 사안의 심각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아시안컵에 참가한 한국축구 대표팀에서 벌어진 막내의 엄청난 항명사태이기 때문이다. 64년만의 우승을 간절히 염원하며 국민들이 밤을 새우며 응원하는데 원팀이 되기는 커녕, 볼썽 사나운 싸움을 벌였으니 말이다.
이강인(23)과 손흥민(32)의 나이차는 무려 아홉 살. 형이라 불러도 버릇없다고 야단맞을 ‘삼촌뻘’, 게다가 대표팀의 주장이다. 하물며 해외리그에서 100골도 넘게 넣고 이미 레전드 반열에 오른 월클 스타 손흥민 아닌가.
물론 평소라면 식당 옆 휴게공간에서 탁구를 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전을 거듭하며 천신만고 끝에 준결승에 올라온 대표팀은 다음날 운명의 한판을 앞둔 상황이다. 주장의 지휘에 따라 하나가 되어 결의를 다져야 할 판국에 막내들이 히히덕대며 소란스럽게 탁구를 즐기는 모습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주장이 주의를 줬으면 즉각 멈추고 깊게 생각못해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강인은 고참들은 물론, 손흥민 주장의 권위를 깡그리 무시하는 언사를 내뱉었다. 이어진 몸싸움에 손흥민은 오른 손가락 두 개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중대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선수간 다툼으로 부상을 당하는게 말이 되는가. 이강인의 욕설에 화가 치민 손흥민이 멱살을 잡자 안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는 보도도 줄을 이었지만 전말(顚末)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사실을 유보하자.
다행히 손흥민이 극도의 자제력을 발휘해 더 큰 불상사는 막았지만 이미 팀은 총체적으로 망가져 버렸다. 당사자간 겉으로 화해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중대한 하극상(下剋上)에 고참 선수들은 그대로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다음날 경기에 이강인을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만일 이강인을 제외했다면 나머지 선수들은 죽자사자 정신력으로 극복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충격에 빠진 대표팀이 정상적인 경기를 할 리 없었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경기 직전 이강인은 문제의 탁구 메이트 정우영, 설영우와 물병세우기 놀이를 하며 장난하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포착됐다는 사실이다. 자신들의 과오를 조금이라도 느꼈다면 진중한 모습으로 결의를 다져야 할텐데 이 모습에 나머지 선수들은 얼마나 어이 없었겠는가.
대한민국은 역대 3승3무로 단 한번도 진적이 없는 요르단에게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날리지 못하고 2-0으로 완패했다.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조현우 골키퍼의 미친듯한 선방이 아니었다면 최소 5-0으로 졌어야 하는 최악의 경기였다.
이날 경기를 새벽까지 응원한 국민들은 ‘역대 최고의 선수들’로 이뤄진 대표팀이 90분간 개몰리듯 쫒기며 망신을 당한 것이 도무지 이해가지 않았다. 모든 화살은 무책임하고 무능한 클린스만 감독과 그를 선임한 정몽규 축협회장으로 향했을 뿐 설마하니 대표팀이 이정도로 콩가루 집안이었는지는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수많은 팬들이 이강인을 비난하고 있다. 국대 영구제명은 물론, 군면제도 취소하고 징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줄잇고 있다. 해당 선수들에 대한 징벌은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공식 조사를 통해 전말을 파악하고 엄중히 책임 소재를 가리면 될 일이다.
그에 앞서 한국 축구를 10년이상 퇴보시킨 빵점 관리의 끝판왕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원칙과 절차를 외면하고 독단을 휘두른 정몽규 회장은 반드시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더하여 대한축구협회도 인적 쇄신은 물론, 조직 전체를 손보는 등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부디 한국 축구가 오늘의 참담한 실패를 거울 삼아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다시 일어서주길 바란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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