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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꿈은 축구선수였지만 정작 배구선수를 하고 만, 당근 기자노릇은 축구였으되 야구 육상 사격 역도 배드민턴 농구를 섭렵하다 방송영화계를 출입하며 연예와 씨름한 방랑의 취재인생.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전하는 스포츠와 연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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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가 오서에게 금메달을 주지 않은 까닭

글쓴이 : 로빈 날짜 : 2010-09-09 (목) 05:30:43

  

‘아~ 그랬구나.’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온 국민을 환호케 한 김연아(金姸兒)의 금빛 연기를 지켜본 후 나는 한가지 드라마틱한 장면을 그리고 있었다.

시상식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스승 브라이언 오서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는 깜짝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기왕이면 오서 코치를 시상대(施賞臺)까지 불러내어 세계 각국의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는 깜짝 이벤트를 은근히 바랬었다.

직업이 기자인지라 소위 그림이 되는 장면을 기대한 것이지만 김연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라커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까했지만 역시 그러한 뒷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았다.

아다시피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현역시절 비운의 피겨스타였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홈경기장인 캘거리에서 이른바 ‘브라이언 전쟁’으로 불린 브라이언 보이타노(미국)와 경합을 했지만 은메달에 머물고 말았다.

비록 자신은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22년만에 자신의 제자인 김연아가 그것도 캐나다에서 열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것은 오서 코치의 기쁨이자 영광이었을 것이다. 스승의 한(恨)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김연아가 오서 코치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는 해프닝을 펼쳤다면 세계인들에게 또다른 감동을 안겨줄 멋진 장면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김연아가 아직 어려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그럴 생각도 있었지만 쑥스러움에 그만 기회를 놓쳤을까?’..공연히 미련 섞인 추측을 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한달 사이에 김연아와 오서 코치의 진실공방(眞實攻防) 등 난감한 구설을 보면서 ‘아하, 사실은 서로 만만찮은 감정의 골이 있었구나’하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두 사람이 편안한 관계였다면 금메달을 걸고 태극기를 바라보며 눈물을 펑펑 쏟은 김연아가 누구보다 고마운 스승을 위해 특별한 세리머니를 안했을 리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김연아가 유력한 금메달후보이긴 했지만 아사다 마오는 국제 피겨계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일본의 대표주자이고 급상승세를 타는 무서운 라이벌이었다.

김연아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심사위원단이 피겨 불모지(不毛地)의 어울리지 않는 스타를 위해 호의적인 점수를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어려웠다. 어쩌면 김연아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살얼음 위에 서있었던 것이다. 하물며 스승과도 일정한 갈등을 갖고 있었다면 김연아는 정말 엄청난 어려움을 뚫고 국민적 여망을 이룬 셈이다.

물론 오서 코치가 김연아의 금메달에 공헌했음은 분명하다. 그는 어찌됐건 주최국 캐나다의 스타출신이고 김연아가 행여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외풍의 방패막이 구실을 할 수 있었다.

주류 언론들의 호의적인 보도 또한 김연아를 대신한 오서 코치의 적극적인 인터뷰가 한 몫을 거들었다. 오서 코치는 기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김연아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야 했겠지만.

 

김연아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11월 뉴욕주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열린 ‘스케이트 아메리카’대회였다. 두 차례 인터뷰를 했는데 처음은 믹스트존에서 그냥 선채로 한 인터뷰였고 두 번째는 일정을 끝낸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한 인터뷰였다.

 

그런데 둘째날 다른 곳에 들렀다가 시간이 늦어 황급히 프레스룸에 달려갔는데 막 인터뷰가 끝나가는 상황이었다. 공식 인터뷰야 자료를 통해서도 받을 수 있는 것이지만 김연아와의 인터뷰가 꼭 필요했다. 뉴욕 한인동포들에게 전하는 인사말을 녹음하려 했기때문이었다.

코디네이터와 통역이 데리고 들어가는 것을 붙잡았지만 친절하게도 김연아는 따로 1분간 인사말을 해주었다. 김연아 덕에 두 차례나 동계올림픽이 열린 레이크 플래시드도 처음 가봤지만 피겨스케이팅에서 우리 선수가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이 정말 뿌듯했다.

 

김연아 팬클럽들이 보내온 수많은 배너와 휘장들이 체육관 벽면을 장식한 가운데 기품있고 우아한 백조처럼 링크를 누비는 김연아를 보고 솔직히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첫날 경기가 끝난 후 팬들은 체육관 밖 입구에서 김연아가 나오길 기다렸지만 도핑검사와 인터뷰 등으로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다른 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자동차까지 렌트해서 달려왔다는 한 모녀가 여러 시간 기다리는 안타까운 모습도 보였다.

꿩대신 닭이라고 오서 코치가 나오자 팬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부산한 모습이었다. 오서 코치는 젊은 날의 날렵한 모습은 간 곳 없이 펑퍼짐한 체구의 중년 아저씨가 되버렸는데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즐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였다. 하지만 도무지 김연아 근처에 나타나지 않아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물론 만나봐야 인터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일년전인가 김연아를 피겨스케이팅의 세계로 이끈 첫 스승과의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김연아와 어린 시절 함께 찍은 사진을 요청하자 ‘어머니 박미희 씨가 옛 사진을 일체 유출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얘기에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다.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사진까지 단속을 하냐’는 불뚝심이 들기도 했지만 과거의 사소한 이미지 하나로 별별 이야기거리를 만드는 요즘 인터넷의 세태를 생각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박미희 씨의 꼼꼼한 스타일을 확인하면서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의 계약이 끝나고 독자 회사를 차린 것도 나름 이해가 갔다. 매니지먼트사가 감동과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박미희 씨에 대해선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대개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것들이 자가발전된게 아닌가싶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우연히 접한 박미희 씨의 스타일(?), 그리고 김연아의 꾸준한 성금기탁 등 사회를 위한 나눔의 모습을 보노라면 왠지 모를 믿음이 간다.

영화홍보대행사 올댓시네마를 연상시키는 올댓스포츠가 제대로 된 스포츠 마케팅사로 거듭나서 많은 ‘김연아 키드’들을 위한 산실이 되지 못하란 법은 없다.

알려진대로 김연아는 토론토를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훈련지를 옮겼다. 사실 처음엔 의아했다. 수많은 한인들이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김연아가 한국에서처럼 피곤한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때문이다.

어쩌면 로스앤젤레스는 김연아의 변신(變身)을 위한 무대로 최적화된 곳인지도 모르겠다. 만일 김연아가 적절한 시점 프로선수로 전환한다면 로스앤젤레스는 한국과도 상대적으로 가까울뿐더러 엔터테이너에게는 더없이 어울리는 도시가 아닌가.

그러나 김연아가 런던 올림픽까지 도전하겠다는 뜻을 굳힌다면 좀더 면밀한 계획아래 훈련장이 마련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팬들의 성원(聲援)이다. 이제 김연아가 믿을 것은 자기 자신과 팬들밖에 없다. 이번 진실공방에서도 드러났듯 그녀를 견제하는 세력은 생각보다 많고 견고해보인다.

김연아는 한국 빙상계로선 수백년에 한번 나올 보물같은 존재다. 기왕이면 그녀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스케이터가 될 수 있도록 팬들과 국내 언론이 도와주자. 세태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한결같은 믿음과 격려를 보내주길 바란다. 김연아는 우리 연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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