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파리 : 서울 :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전문필진 l 사진필진 l 열린기자 l Kor-Eng    
 
한국필진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237)
·국인남의 불편한 진실 (11)
·김영기의 민족생명체 (18)
·김정권(Quentin Kim)의 음악 (6)
·김지영의 Time Surfing (25)
·김해성목사의 지구촌 사랑나누기 (62)
·노이경의 사람과 사람사이 (2)
·박기태의 세계로가는 반크 (95)
·박상건의 삶과 미디어 읽기 (5)
·서경덕의 글로벌코리아 (3)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154)
·유현희의 지구사랑이야기 (12)
·이래경의 다른백년 (64)
·이재봉의 평화세상 (78)
·이춘호의 이야기가 있는 풍경 (5)
·정진숙의 서울 to 뉴욕 (22)
·최보나의 세상속으로 (7)
·켄의 글쟁이가 키우는 물고기 (6)
·한종인의 시어골 편지 (45)
·혜문스님의 제자리찾기 (27)
·황룡의 횡설수설 (85)
·흰머리소년의 섞어찌게 세상 (10)
박상건의 삶과 미디어 읽기
시인, 언론인, 언론학자 눈으로 본 서민의 삶과 언론 다시읽기.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국무총리실 전문위원 국정홍보처 사무관, 농림부 공보자문관, 국토해양부 무인도서관리위원회 위원 역임. 현재 성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사)섬문화연구소 소장, KBS강릉 ‘박상건의 섬이야기’ 6년째 진행, 저서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 여행’ 등 다수가 있다.

총 게시물 5건, 최근 0 건 안내 글쓰기
이전글  목록 수정 삭제 글쓰기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구나

글쓴이 : 박상건 날짜 : 2010-09-01 (수) 12:07:43

8월은

오르는 길을 잠시 멈추고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한번쯤 온 길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달이다.


발 아래 까마득히 도시가,

도시엔 인간이,

인간에겐 삶과 죽음이 있을 터인데

보이는 것은 다만 파아란 대지,

하늘을 향해 굽이도는 강과

꿈꾸는 들이 있을 뿐이다.


정상은 아직도 먼데

참으로 험한 길을 걸어왔다.

벼랑을 끼고 계곡을 넘어서

가까스로 발을 디딘 난코스,


8월은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한번쯤 하늘을 쳐다보게 만드는

달이다.


오르기에 급급하여

오로지 땅만 보고 살아온 반평생,

과장에서 차장으로 차장에서 부장으로

아, 나는 지금 어디메쯤 서 있는가,


어디서나 항상 하늘은 푸르고

흰 구름은 하염없이 흐르기만 하는데

우러르면


별들의 마을에서 보내 오는 손짓,

그러나 지상의 인간은

오늘도 손으로

지폐를 세고 있구나.


8월은

가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케 하는 달이다.


- (오세영,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전문)

 

▲시원한 물소리 뒤편으로 녹음이 진다. 여름날이 간다.<사진=박상건>


8월이 간다.

"오르는 길을 잠시 멈추고/산등성 마루턱에 앉아/한번쯤 온 길을 뒤돌아보게" 한다. 걸어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짧은 길모퉁이에서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이거나 구름을 바라본다. 붙잡아도, 붙잡지 않아도, 그렇게 흘러가는 세월의 바람이 나그네의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 여러 갈래 길로 나뉘는 숲길을 걸으며 속절없는 무심한 세월을 읽는다.<사진=박상건>


8개월을 거닐었다.

세밑 오기 전에 너무나 다사다난했다. 가는 길 허물기도 하고, 허물어지다 만 길에서 되돌아서기도 하고, 저마다 먼저 건너려다 함께 넘어지기도 하고, 그 길 가장자리에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빗줄기에 질퍽이는 길 걷고 걸으면서 8월,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

  


▲ 가을은 타오르는 단풍숲으로 절정을 맞는다.<사진=박상건>


8월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너와 나는 어디메쯤 와 있는가.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지금 이 길목에 서 있는가. 그래도 가을하늘은 마냥 푸를 것이고,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구름을 손짓하며 남은 4개월에 희망을 품을 것인지, 달려온 8개월 쓰라림과 아픔을 잊기 위해 배려와 버림으로 살아갈 것인지... "8월은/가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달이다."

 

▲ 무르익은 감을 따는 할머니의 풍경에서 세월과 추억과 향수를 읽는다.<사진=박상건>

8월은 간다. 멈출 수 없는 구름결에 가을로 간다.

꽃 지고 단풍 붉게 타오르고 귀뚜라미 울어예며 야단법석을 떨 산천의 가을은 푸르름 혹은 녹슬어 가는 낙엽소리로 가득할 것이다. 그 앞에서 우리는 겸허해질 터이다. 다시 눈 내리고 모든 것들이 산천초목의 밑거름이 되어 썩어 흙이 되는 모습 앞에서 너무나 경건하게 눈물 흘릴지도 모를 일이다.


 

* 8월의 끝자락에 속울음 울며 썼습니다.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이전글  목록 수정 삭제 글쓰기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발행인 : 洪性仁 l편집인 : 盧昌賢 l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2010.08.31.) l창간일 : 2010.06.05. l한국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10 / 미국 : 75 Quaker Ave. Cornwall NY 12518 USA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