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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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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 가지가지 하네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1-11-23 (수) 05:23:19

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뉴스를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과거 축구의 박종환 감독은 화끈한 성격에 거칠것없는 멘트로 기자들의 인기를 모았습니다. 한가지 질문을 하면 서너가지를 대답하니 한마디로 쓸거리가 너무 많아져서 걱정(?)인 감독이었거든요.

요즘 대한민국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도 일하는 재미가 바짝 날듯 합니다. 워낙에 예측불허의 명장면들을 우리 의원님들께서 몸으로 보여주고 계시니까요.

국회에서 한미FTA비준안이 통과된 22일 본회의장에서 최루탄(催淚彈)이 터지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뉴욕타임스를 보고 처음 이소식을 접할 때 전 여야의원들이 기가 막힌 폭력사태라도 벌여 경찰이 최루탄을 터뜨린 줄 알았는데(이것만 해도 대경실색할 일이지만) 최루탄 살포의 장본인이 야당의원이라고 해서 할 말을 잊었습니다.

 

www.nytimes.com

여당을 옹호(擁護)할 생각은 추호(秋毫)도 없습니다. 한미FTA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나라간의 이해가 얽히는 분야가 복잡다양한데 우리만 좋고 상대는 손해보라는건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미국이 의회에서 격논속에 간신히 합의를 이뤘지만 한국의 여야는 이미 정쟁의 대상이 되어 합의가 요원했던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의사표현을 이런식으로 하다니요. 여당은 야당과 끝까지 합의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반대로 야당은 어떡하든 여당의 일부라도 설득하여 부결되도록 하든가, 그런데 이게 뭡니까. 명색이 국가간 협정에 대한 표결을 언론도 통제한채 강행 처리한 한나라당은 물론, 면피용 비난일색인 야당도 한심할 따름입니다.

표결엔 총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이었습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비준에 반대한 의원은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으로 그는 농축산업이 주축인 지역구의 정서를 고려했고 자유선진당 심대평, 류근찬, 권선택, 이진삼, 임영호, 김낙성 의원 등은 당론에 따라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국회 폭력에 반대하는 ‘국회 바로 세우기 모임’ 소속인 임해규, 김성식, 김성태, 신성범, 성윤환, 정태근, 현기환 의원과 농촌지역 출신인 김재경, 김광림, 여상규, 정해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1명과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기권했습니다.

한나라당 의원 169명 중 국회 본회의에 불참한 의원은 12명으로 대구 팬 사인회 참석 중 본회의 소집 통보를 받은 이재오 의원은 상경하다 ‘상황 종료’ 소식을 들었고, 해외 출장 중인 김충환, 안형환 의원과 병원에서 정기 정밀진단을 받던 김용태 의원이 있었습니다. 원희룡 최고위원, 이경재, 조진형, 정병국, 이군현, 정희수, 홍정욱 의원도 불참했습니다. 권영진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최루가스가 터지는 상황에서 표결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입장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당 의원 대부분은 불참으로 의사표현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최루탄이 터졌을까요.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최루탄 살포의 장본인 민주노동당 김선동의원(45)는 “국민을 짓밟는 매국적 협정을 막기 위해 안중근, 윤봉길의 심정으로 저지에 나섰다. 국민의 힘으로 한미FTA를 막아달라”고 비분강개했습니다. 또 아주경제에 따르면 김선동의원은 이날 FTA반대 야간집회에 참석해 “서민들 피눈물 흘리게 할 협정문을 처리하면서 국회의원들도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루탄을 터뜨렸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숫적 열세로 FTA비준안을 뒤엎지는 못하지만 여당것들 최루탄 맛이라도 보아라, 한게지요. 민노당 대변인은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하를 ‘거사’로 규정하고 “국익을 팔아먹는 한나라당의 매국적 폭거를 저지하기 위한 정당한 애국행위였다”고 옹호했는데요. 정말 그런가요? 제가 FTA에 반대한다고 통쾌해야 할까요? 이걸 용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의 행위를 민족사의 영웅 안중근의사의 반열(班列)에 올려야하나요?

 

그는 누구보다 앞서 법을 지켜야 하는 입법가입니다. 국권을 빼앗기고 아무도 도와줄이 없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이등박문(伊藤博文)을 처단하는 것외엔 방법이 없었던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다니요. 그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지도 미행하지도, 어떠한 위해와 위협도 당하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수많은 특권을 가진, 심지어 이런 뻘짓을 하고도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가능성이 큰 국회의원입니다.

공구로 회의장을 강제로 뚫고 소화기를 난사하는 날치기국회의 난장판과 난투극이 주류 TV와 신문을 도배할 때마다 해외동포들은 불에 데인듯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급기야 최루탄까지 등장하는 모국의 국회 앞에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그러다 다음엔 어떤 일이...? 상상을 뛰어넘는 막가파 선량(選良)들이 앞으로 어떤 기상천외한 짓을 벌일지 심히 우려됩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이번 사태를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 최재천 전 민주당 의원은 트윗터에 “극단적 절멸 수준의 한나라당 날치기는 외면하고, 김선동의원의 최소한의 저항적 정당방위를 폭력으로 부각시키며 날치기 물타기하고 있는…이 미친 보수꼴통 언론들아. 제발 정신줄 좀…”이라고 남겼다는군요.

최소한의 저항적 정당방위라구요? 그말이야말로 법 절차를 능멸하고 최루탄을 터뜨린 어처구니없는 폭력을 정당화하는게 아닌가요? 날치기 날치기 하는데 18대 총선에서 ‘여대야소(與大野小)’의 구도를 만들어준 주범이 누구인가요. 야당이 한심하니 국민들이 심판하여 그 모양이 되지 않았나요? 아무리 마음에 안들어도 민주주의의 근간(根幹)인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하며 합법의 테두리에서 싸우고 여론을 얻어야 하는게 아닌가요?

훗날 정권이 바뀌어 입장이 반대가 될때 소수인 한나라당 어느 의원이 전기봉이라도 휘두르며 “애국열사의 심정으로 거사에 나섰다”면 개구리 올챙잇적 시절을 떠올리며 보듬어줄건가요? 설마하니 “고문기술자 이근안류의 패륜적 망동(妄動)”이라고 매도하지는 않겠지요?

10월유신과 각종 긴급조치로 국민을 옥죄인 독재자 박정희 정권과 ‘서울의 봄’을 총칼로 압살하고 집권한 전두환 정권때라면 몰라도 적어도 우리는 폭력적 저항(抵抗)이 정당화 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 사진=김선동의원 홈페이지

최루탄 투척으로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끄신 김의원 님, 아무리 진절머리나는 국회의사당일망정 최루탄의 화학성분이 몸에 좋기야 하겠습니까? 다음엔 환경보호를 위하여 자유당정권때 인분(人糞)을 뿌린 모 의원님을 벤치마킹 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그런데 이 와중에 하트모양을 그리며 희희낙락(喜喜樂樂)한 의원님도 계시더군요.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비준안을 처리한 뒤 국회를 빠져나오다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매국노”라고 비난하자 뒤를 돌아보며 미소지은채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혹시 팬클럽의 환송으로 착각한게 아니신지, 정말 대단한 내공들입니다.

   

한가지 기대(?)되는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일전에 모 기자와 내기하기를 “11월 이내에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100만원을 주고, 처리하면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의 아구창을 날리기로 했다”고 한겁니다. 비준안도 처리됐겠다, 여당 대표가 국회 정문앞에서 기자의 ‘아구창’을 시원하게 날리는 장면이 지구촌에 긴급소식으로 타전(打電)되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 사진=홍준표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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