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무나 유명한 장소가 되어버린 정동진은 잘못 얘기하면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명소가 되기 전만 해도 정말 한적하고 운치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닳고닳은 관광지의 모습이 된듯하여 아쉽기도 합니다.
한국에 있을적 아내와 함께 기차를 타고 정동진의 새해 일출을 보러 갔습니다. 특별 편성된 일종의 테마기차였는데요. 그 많은 사람들이 한밤중 기차를 타고 눈쌓인 강원도 산간을 지나 새벽녘 정동진에 도착했는데 춥고 좋지 않은 날씨에 일출에 대한 흥분감보다는 밤을 꼬박 지샌 피로에 지쳐 근처 커피숍에서 언 몸을 녹이며 병든닭처럼 꾸벅꾸벅 졸던 기억이 납니다. ^^
강릉까지 연결되는 영동고속도로가 더 이상 대관령을 굽이굽이 넘지 않고 터널들을 뚫고 직행하게 된지 꽤 오래됐지만 미국에 간 이후로는 이번 여행이 처음이었습니다.
안전운전에 유의하라는듯 고속도로 초입부터 사고현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대관령 아흔아홉구비를 돌지 않고 싱겁게 동해안을 갈 수 있다는 것이 좀 섭섭하기도 하더군요. 가까운 지인들의 호의로 봄볕이 따스한 어느날 강원도 옥계와 정동진의 썬크루즈 리조트 일대를 돌 수 있었습니다.
옥계는 강릉에서 남쪽으로 정동진을 지나 산길을 지나 30분쯤 자동차로 달리면 닿습니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나올 정도로 산이 험해서 바닷가에 있음에도 산골 마을로 불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터널이 뚫리고 고속도로가 연결돼 접근이 쉬워져 아름다운 해변 마을로 많은 이들이 쉬어가는 곳이 되고 있습니다.
강릉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정동진에서 금진항을 거쳐 옥계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인 헌화로는 가히 절경입니다.
승용차로 달리는 맛도 좋고 세계에서 바다가 가장 가까운 기찻길의 정취를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가는 길은 영동고속도로 강릉분기점에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강릉I.C를 지나 옥계I.C에서 빠져나가면 됩니다. 바로 만나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하고 그 다음 삼거리에서 또 좌회전한 뒤 사거리가 나오면 우회전하면 됩니다.
산과 들과 바다가 있고 아름다운 바닷가 드라이브까지 할 수 있으니 해맞이 여행지로는 제격입니다. 4일, 9일마다 열리는 옥계 5일장에 맞춰가면 시골 마을의 풍취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침내 고깃배들과 등대 방파제가 있는 옥계항에 닿았습니다.
바다와 등대를 배경으로 아스라이 산들이 겹겹이 놓인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일행과 함께 방파제 끝에 있는 빨간 등대에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여유롭습니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뭔가요.
출입금지라니..고지가 바로 저긴데..ㅠㅠ
이걸 어쩌나하고 난감했는데.. 잘 살펴보니 문이 있더군요. 차들만 막은 모양입니다. 바로 이렇게요. ^^
그래서 넘어왔습니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바다를 가운데 두고 마치 문지기처럼 서 있습니다.
방파제 안에서 마을쪽을 향한 풍경입니다.
저 앞에 빨간 등대가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쪽에도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여기가 포인트인봐요.
역시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이 제법 세찼습니다. 바람막이옷이 아니었다면 추울뻔 했습니다.
강원도의 매력은 이렇게 수려한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산이 마치 섬처럼 떠있는 산과 바다를 위한 등대같습니다.
목표점에 왔으니 등대를 배경으로 인증샷도 찍어야겠지요?
해를 받은 등대의 긴 그림자가 운치있습니다. 옥계항을 가시거든 꼭 이곳 방파제에 올라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세요.

돌아오는 길 두명의 해안경찰이 보였습니다. 이거 혹시 들어오면 안되는데 와서 그런가, 살짝 긴장을 했지만 시침 뚝떼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더니 "네, 안녕하세요!" 하며 반갑게 인사를 받습니다. ^^
갈매기들이 마치 오리처럼 해변을 부유하고 남매로 보이는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무엇인가 열심히 촬영합니다.

멀리 돌섬에 떼지은 갈매기들을 촬영하고 있군요.
그런데 이건 또 뭐랍니까.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초소가 시야를 어지럽히네요.
참 그렇지, 이 근처 바닷가에 북한 잠수정이 침투한 적도 있잖아...새삼 분단된 남북의 현실이 톱날철조망에 스친듯 가슴이 아려옵니다.
살풍경한 모습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것이지요. 언젠가는 이런 철조망이 말끔히 걷어지고 우리 바다 우리 산을 마음껏 자유로이 즐기는 날이 오기를 우뚝 선 등대를 바라보며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