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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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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비 없~다!” 오바마 뒤에 숨은 MB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0-11-13 (토) 06:42:24

‘MB 없~다!’

뉴욕타임스에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묘한 포즈로 찍힌 사진이 크게 실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12일 A섹션 12면 톱으로 실린 기사의 사진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등장합니다. 정작 사진 설명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11일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잡아주고 있다’고 돼 있습니다.

 

아니 MB는 어디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자세히 보니 오바마 뒤에 숨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었습니다. 오바마가 두 발을 코믹하게 벌린 가운데 뒤에서 차렷자세를 한 MB가 양 손으로 오마바의 양 팔을 잡고 있습니다. 김윤옥 여사는 옆에서 함박 웃음지으며 거드는 포즈를 취하고 있구요.

뉴욕타임스의 더그 밀즈(Doug Mills) 기자가 촬영한 이 사진은 정상들의 사진 관행(慣行)을 깬 것이라서 눈길을 끕니다. 오바마의 우스꽝스러운 자세도 그렇지만, 일국의 대통령인 MB의 얼굴을 완전히 가린채 허수아비처럼 보이는 모습을 톱 사진으로 싣는 비례(非禮)는 한국 매체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 뉴욕타임스 웹에 소개된 더그 밀즈 기자의 사진. www.nytimes.com

타블로이드 대중매체도 아니고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뉴욕타임스가 아닌가요. 게다가 이 기사는 1면 톱기사가 편집상의 이유로 사진과 함께 12면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1면 톱사진에 준하는 무게를 갖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이 사진을 실은 의도는 최근 한미 FTA와 관련, 이렇다할 결과를 도출(導出)하지 못한 오바마에 대한 야유(揶揄)와 부담스런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는 MB의 입장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처럼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8일 사설을 통해 G20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FTA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하게 주문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한국부터 시작이다(South Korea Is a Start)’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부시 정부때 합의한 FTA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표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초 의회 비준을 위한 적절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한국과의 FTA 타결이 향후 콜롬비아와 파나마의 FTA 협상을 위한 중대한 첫 단추라고 강조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FTA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여타국가들에 견줘 FTA 행보(行步)에서 뒤쳐진 것에 대한 경계(警戒)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습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이 FTA를 타결지었고 콜롬비아와 캐나다도 협상을 끝내는 등 미국의 수출기업들이 워싱턴의 무신경으로 상대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에게 한국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합리적인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세심한 코치(?)까지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2008년 쇠고기협상으로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등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을 들어 “압박을 가하되 합리적으로 하라”고 주문한 것이지요.

이처럼 알뜰살뜰 훈수까지 두었음에도 합의점을 구하지 못한 오바마에게 뉴욕타임스의 눈길이 고울 리 없습니다. 알려진대로 한미 FTA협상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쇠고기 추가개방과 자동차 문제입니다. 특히 쇠고기는 MB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이 대통령이 협상팀에 쇠고기 문제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했다지요,

그러나 오바마 역시 최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상황에서 쇠고기 추가개방에 목을 건 ‘비프 벨트(Beef Belt)’ 지역 의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임기 마지막 연도에 정치적 부담없이 한미FTA 1차 협상을 쉽게 끝낸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재선 도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잠재적 우군인 뉴욕타임스의 쓴소리보다 보수매체의 눈치를 더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찌보면 MB는 오바마의 정치적 수세로 인한 유탄(流彈)을 맞고 그 서슬에 얼굴이 가려지는 수모(受侮)를 겪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날 같은 면 하단에 월가의 탑 금융가들이 서울에 집결한 소식을 전하며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의 사진이 실렸다는 사실입니다. G20 정상회의와 함께 서울에서는 G20 비즈니스 서밋(B20)이 열리는데 미국에서 120명의 내로라하는 금융기업인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김승연 회장이 스테판 쉬와츠맨 블랙스톤 그룹 회장과 명함을 교환하는데 이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군요. B20은 세계 재계를 쥐락펴락하는 총수들이 참석하는 행사인데 한국에선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 SK의 최태원 회장 등 재계 규모에서 한화를 앞선 총수들이 참석했음에도 유독 김승연 회장의 사진이 달랑 한 장 실린 것이 우연일까요.

아다시피 김승연 회장은 최근 비자금 조성의혹 수사가 확대되면서 그룹의 임직원이 출국금금지 조치를 당하고, 부인 명의의 계좌 열람권을 요구받는 등 MB정부와 그닥 편한 관계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차명계좌 관리가 한화그룹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김승연 회장이 궁지에 몰린 것이 미운털이 박혀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합니다. 사실 MB 정부가 한화그룹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2007년 김승연 회장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보복폭행 사건에 연루됐을 때 당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유력시 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상공인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존경받지 못할 기업인”이라고 내리깎은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뉴욕타임스가 이같은 복잡한 맥락을 고려해서 상징적인 사진들로 편집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희한할 정도로 공교로워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오바마 뒤에서 숨바꼭질 하듯 ‘MB 없~다’하는 희극적인 포즈가 심형래의 ‘영구 없~다’로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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