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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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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의 미학..징크스가 뭐길래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1-02-26 (토) 13:58:19

징크스(jinx)는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魔術)에 쓰던 딱따구리새(Jynx torquilla)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합니다. 불길한 징후나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일을 지칭하는데 인과(因果)의 관계가 아니라 우연(偶然)의 일치가 많다는 점에서 다분히 심리적인 현상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징크스를 믿는 이들이 많은 곳이라면 단연 스포츠계가 아닐까요. 제가 기자 생활을 스포츠로 시작한 까닭에 징크스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참 많은데요. 80년대 FC 서울의 전신 럭키금성의 고재욱 감독(현 관동대 감독)은 시즌 중 경기장에서 악수를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경기전 악수를 하면 부정(不淨) 탄다고 생각을 했던게지요. 그런데 악수라는 인사법을 마다하기가 참 어려운것 아니겠어요? 반가운 마음에 손을 내밀었는데 그걸 외면하면 상대가 오해할 수도 있고 머쓱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재욱 감독은 가능한 경기 전 사람을 만나지 않았고 설사 사람을 만나도 늘 팔짱을 끼고 있었습니다. 아예 악수할 틈을 보이지 않았던거지요.

흥미로운 것은 야구장에선 악수를 터부시 하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것은 축구의 경기수가 야구보다 훨씬 적어서 한 경기의 비중이 아주 컸기때문입니다. 그만큼 야구보다는 경기결과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었지요.

물론 징크스는 아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또한 행운의 징크스라는 역설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야구기자였던 92년 삼성 라이온스에 오봉옥이라는 마무리 투수가 있었습니다.

제주 출신으로 처음 프로야구선수가 된 오봉옥은 그해 신인으로 13승 무패 승률 100%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습니다. 신인투수로 승률 100%를 기록한 것은 전무후무한 사례입니다.

그해 오봉옥 기사를 많이 쓸수밖에 없었는데 실력도 좋았지만 행운도 많이 따라서 삼성을 지키는 ‘돌하루방’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습니다. 10승을 달성했을 즈음 오봉옥이 제게 행운의 징크스를 털어놨습니다. 유니폼 바지 뒷주머니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시즌초 우연히 시작된 500원 동전의 행운이 계속되면서 항상 그 동전을 뒷주머니에 넣었고 신기하게도 절대로 지는 일이 없었던거지요. 그러나 500원 동전의 행운은 안타깝게도 이듬해부터는 효력이 없었습니다.

미국의 스포츠선수들도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징크스를 따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두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16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토니 라루사 감독은 선수라인업을 적을 때 인쇄체로 쓰는 경우와 필기체로 쓰는 경우 두가지로 나뉘는 징크스가 있다고 합니다.

 

www.wikipedia.com

어느날 인쇄체로 오더를 썼는데 경기에서 이기면 계속 인쇄체를 고집합니다. 경기에서 패하면 필기체로 바꾸고 역시 승리가 계속되는한 지속됩니다.

사이 영상을 7차례나 수상한 불세출의 투수 로저 클레멘스는 삼진을 뜻하는 K에 얼마나 집착했는지 네명의 아들 이름이 모두 K자로 시작했습니다. 큰아들 코비(Koby)를 비롯, 코리(Kory) 케이시(Kacy) 코디(Kody) 순입니다. 마지막 철자가 한결같이 Y로 끝나는데 이는 사이(Cy) 영의 y와 맞추기 위한 것입니다.

 

www.wikipedia.com

그런데 이같은 징크스나 미신을 스포츠가 아닌 사건 변호사들이 많이 따른다는 뉴스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실려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머레이 리치맨 변호사는 재판 전날이면 항상 같은 식당에서 같은 점심을 주문해 먹습니다, 마야식 선샐러드를 곁들인 연어볶음이 그이 단골메뉴인데요. 같은 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먹어야만 재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그는 믿습니다.

피터 퀴자노 변호사도 특정 식당에서 특정 음식을 즐깁니다. 테러 용의자 아메트 칼펀 갈리아니를 변호하는 그는 배심원 평결을 기다리는 사흘내내 백스터 스트릿의 위스키 태번 식당의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같은 웨이트리스에게 체다버거와 블러디메리를 주문했습니다.

사상 최악의 폰지 사기범 버나드 메이도프의 변론을 맡고 있는 리 소킨 변호사는 재판정에서 항상 히브류 대학 넥타이를 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방법원의 데어드레이 본 도넘 변호사는 맨해튼의 법원건물을 드나들 때 펄스트릿쪽 출입구로만 다닙니다. 어떤 변호사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머리를 깎지 않고 또 어떤 이는 재판도중엔 항상 같은 펜을 사용합니다.

퀴자노 변호사는 “재판의 신들(Trial Gods)은 아주 강력하다. 우리는 믿음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에 바치는 작은 공물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NYU 법대 교수인 아더 밀러 변호사도 “이같은 믿음은 특정한 토템신앙과도 같다. 나는 코트에 갈 때 쓰리 피스 정장에 빨간 넥타이, 빨간색 포켓 스퀘어(장식용 손수건)을 반드시 착용한다”고 밝혔습니다.

2001년 이른바 총기소지가 이슈였던 션 콤즈 재판에서 벤자민 브라프만 변호사는 ‘벤델’이라는 이스라엘 산 빨간색 실팔찌를 착용했습니다. 악마의 눈을 막아준다는 속설이 있는 벤델의 효험을 봤는지 콤즈는 무죄가 선고됐고 브라프만 변호사는 지금도 이것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 피터 퀴자노 변호사(왼쪽)와 벤자민 브라프만 변호사 www.nytimes.com

대형재판에서 많이 이긴 베테랑 데이빗 런키 변호사는 “난 검정색이 죽음과 애도와 관련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검은 잉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런키 변호사는 그래서 이메일도 검정색 글자가 아니라 푸른색 글자로 작성한다고 합니다. 빨간색 역시 기피하는 컬러인데 선호하는 색깔은 청색과 녹색 흰색 등 그 자신 ‘생명의 컬러’라고 칭하는 것들입니다.

그덕인지 몰라도 그는 16개의 중요 재판에서 단 두명의 고객만이 사형언도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 두사람도 처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뢰인의 생명을 구한다는 점에서 100% 성공한 셈입니다.

많은 이들이 따르는 징크스를 개의치 않는 대신 자기만의 징크스를 만들기도 합니다. 제랄드 샤겔 변호사는 불우한 이들에게 은전을 베푸는데 “난 재판 기간중 홈리스나 거지들을 보면 절대로 외면하지 않는다. 사다리 아래도 걷는 것도, 검은 고양이가 내 앞을 지나가도 괜찮지만 구걸하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기가 불황이든 호황이든 항상 20 달러를 줬다”고 통 큰 적선가(積善家)임을 과시했습니다.

브루클린 법원의 미트라 호모지 연방검사는 2006년 마피아 암살관련 두명의 은퇴경찰 재판을 할 때 회색 옷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증인이 증언할 때는 부드러운 살구색 옷을 착용했습니다. 큰 재판에서 늘 자신이 생각하는 행운의 옷을 입는 것입니다.

 

▲제랄드 샤겔 변호사(왼쪽)와 미트라 호모지 변호사 www.nytimes.com

그러나 이같은 의식이 항상 일치된 결과를 낳는건 아닙니다. 조나단 바치 변호사는 2007년 팰러디움 나이트클럽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고객 데이빗 레머스가 무죄가 됐을 때 차이나타운의 국수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그 국수가게가 행운을 가져왔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다른 재판에서 몇 번 좋지않은 결과를 안았습니다. “모든 재판을 다 이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대꾸했지만 그는 더 이상 그 국수가게를 가지 않습니다.

하는 일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징크스를 준수하기도 합니다. 로베르토 핀지 씨는 연방 검사시절 맨 넥타이를 훗날 변호사로 전업(轉業)하고서도 계속 착용했습니다. 이 넥타이가 너무 낡아서 도저히 매기 어려운 형편이 되고서야 비로소 다른 넥타이로 교체했습니다. 그는 매일 점심으로 참치 샌드위치를 먹는 음식징크스도 따릅니다.

물론 징크스를 믿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코넬대에서 야구선수로 활약한 리차드 린드 변호사는 “대학시절 선수들이 파울라인을 밟으면 불운하다고 피하는 것을 봤다”고 회고하며 “당신의 심장을 수술하는 의사나 당신이 탑승한 747 항공기 조종사가 항상 같은 속옷을 입는다는 것을 알아서 무엇을 할거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리치먼 변호사는 지오반니 레스토랑에서 일주일째 점심을 해결했지만 배심원단은 일주일간의 심리 끝에 그의 의뢰인에게 유죄평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브롱스에서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도 같은 식당 같은 테이블에 앉겠다고 말하고 있네요. “그래도 하던 것은 계속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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