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을 들을 때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이 있습니다. 자장면과 효과('꽈'가 아니라 '과')입니다.
'짜장면'과 '효꽈'가 잘못됐다며 계도(?)하려는 모습이 전 못마땅합니다. 언어란 무엇보다 사회성이 중요한데, 모든 사람들이 쓰고 있는 말을 잘못됐다며 강제로 갈아치우려는게 온당하냐 이겁니다.
북경통신을 연재하다가 왜 느닷없이 짜장면 타령을 하냐구 하시겠지요? ^^ 짜장면이 틀렸다고 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중국에서 건너간 자장면-진짜는 작장면(炸酱面)-때문이거든요.
작장면의 중국어 발음이 바로 '자장미엔'인데 이걸 근거로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라는 겁니다. 중국어에서 생겨난 외래어이기때문에 현지어에 가깝게 발음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여러분께서는 짜장면을 중국 음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짜장면은 한국음식입니다. 원형은 자장미엔이었을지언정 이미 100년전에 우리 음식으로 현지화, 토착화 된 것이니까요.
알려진대로 짜장면은 중국 산동성 출신 화교들이 인천으로 건너와 식당을 하면서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산동성 작장에 캬라멜 소스를 넣고 검은빛의 흑짜장으로 개발된 것입니다. 중국에는 이같은 짜장면이 당연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국수가 만들어졌는데 당연히 새로운 이름을 써야지 왜 뜬금없이 자장면입니까..자장가 부르며 먹는 국수라도 되나요?
그런 연유로 전 짜장면을 한국음식의 하나라고 생각한답니다. 요즘엔 한국의 짜장면이 중국에 역수출되어 중국인들도 맛있게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쨌든 짜장의 원형인 작장면을 북경에서 가장 잘한다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발걸음을 했습니다. 바로 이 식당입니다.
간판이 길기도 하지요? 영어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만족할만한 식당 북경 전통 콩된장 국수'집입니다. ㅎㅎ 오후 3시쯤 들어갔는데도 유명한 대중식당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데 계산기 같은 것을 꺼냅니다. 저게 뭔가 했더니 즉석에서 주문메뉴를 입력하면 카운터와 주방으로 전달된다고 하네요. 북경에서 뉴욕촌뜨기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그런데 테이블에 까지도 않은 생마늘이 놓여 있었습니다.
중국 음식이 기름기가 많아서 속이 느글느글할 때 입가심 삼아 같이 먹으면 좋다나요? 저도 마늘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생마늘을 고추장에 찍어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쩝쩝은 좀 그렇더군요. 입가심을 하려면 차라리 이런게 낫지 않을까요? ^^
북경인들 사이에 인기가 좋은 맥주랍니다. 입가심은 좋은데 많이 마시면 곤란합니다. 무슨 맥주가 알콜도수가 10도라고 하네요.
동행한 이천학 선생이 이 집서 유명하다는 간단한 요리를 시켰는데요. 우선 그림부터 보시지요.
오른쪽은 야채요리입니다. (제가 볼 때는 반찬수준인데, 공짜로 나오는건 생마늘밖에 없습니다.) 왼쪽이 뭔가 오묘하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이게 사실은 전통 콩요리인데요. 비지같기도 하고 묵같기도 하고 여하튼 구수한게 먹을만 했습니다.
마침내 전통 작장면이 나오네요.
3층 쟁반을 가져왔는데요. 쟁반 하나가 1인분, 그러니까 사람수대로 나온겁니다.
면에 딸려 나온것이 반찬인가 했는데 모두 넣고 비벼먹는 것이더군요.
그런데 작장면 소스가 간장종지만한 곳에 담긴 것이 너무 적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천학 선생 왈, "그게 아주 짜거든요." 그것도 모르고 좀 더 넣었더니 색깔은 좀 진해졌지만 너무 짠듯해서 아쉬웠습니다. 소스만 적당히 넣는다면 맛은 괜찮다고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장해서 이것저것 게눈 감추듯 먹고 나니 그제야 식당풍경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입니다.
오래전 북경 시내의 풍경을 그림으로 묘사한 작품이 한쪽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오후 4시가 넘어가니 식당이 좀 한산해졌습니다. 남자 손님 하나가 맛있게 작장면을 먹고 있네요.
포만감을 즐기며 식당을 나섰습니다. 나름 먹을만 했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무리 북경에서 유명한 작장면 집이라도 우리동네 보통의 짜장면 맛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우리 입맛에 맞는게 최고 아니겠어요?
<6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