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이틀밤을 보낸 재외동포 언론인들은 13일 충남 부여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이날 안희정 충남도지사와의 만남이 예정됐고 이튿날은 百濟(백제)문화탐방을 하는 일정입니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 멋스러운 롯데부여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1층 행사장에서 충남도정 설명회와 안희정 지사의 인사말을 들었습니다.
40대의 젊은 도지사답게 안희정 지사는 겸손하고 활력이 넘쳤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은 국민이 권력을 바꾸는 몇 안되는 나라라고 자부했지만 민주주의의 과제는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개별PC들의 수많은 병렬현상이 오늘날 인터넷의 바다를 만들었듯이 조선시대이후 600여년간의 중앙집중시스템에서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려면 국권이 분립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91년이후 지방자치제가 시행됐지만 16개 시도의 80% 행정은 국가업무를 위임한 사무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민선5기 도지사가 되고나서 고민이 됐다는 그는 얼마전 지방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여간의 성과업적을 말해보라길래 “없다”고 했다며 아직은 한계가 많은 지자체의 수장으로서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尊重(존중)과 信賴(신뢰), 激勵(격려)가 사람을 움직인다고 믿고 있습니다. 미움과 원한과 분열로 일을 하지 말고 동의를 얻어나가는 민주주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뼈있는 말을 했습니다. “FTA도 마찬가지다. 지도자의 외로운 결단? 이제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 보수도 진보도 똑같다. 20세기의 공포에서 충분히 못벗어난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1810년대의 조선과 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역사는 늘 반복된다. 역사를 시대적 상황 통합으로 이끌어내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대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안희정 지사는 행정수도 이전과 4대강 개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무총리실 이하 대부분의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내려온다는 약속은 “단군이래 가장 권위있는 약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왜냐면 이 문제는 지난 5번의 국민선거에서 뜨거운 爭點(쟁점)이었고 이를 약속한 후보가 모두 대통령이 됐기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는 국회와 청와대의 이전도 검토해야 한다는 말로 완전히 새로운 수도가 충남에 탄생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4대강과 관련, 금강 개발에 대해선 수질개선과 담수량, 홍수에방의 3가지 목표를 전제로 시작된 것이라며 사업 시작이 불분명했다고 에둘러 지적했지만 임기내내 관찰하며 효과를 검증하겠다는 완곡한 말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강연중 안 지사는 최근 당한 빙모상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춘천에 처갓집이 있습니다. 2주전 토요일, 아내가 ”엄마한테 안가?“ 그러는거에요. 장모님이 3년간 뇌졸중을 앓으셨는데 춘천에 간 날 바로 응급실에 실려가셨어요. 중환자실에 모시는게 더 고통스러울수도 있으니 집으로 모시자해서 가족들과 임종을 지켰습니다. 그렇게 3박4일을 보냈더니 (감기몸살) 후유증이 있네요...”
도지사 취임직후 에피소드도 흥미로웠습니다. “재작년 취임하자마자 금강둔치에 농민 3만명이 모인 곳에 나갔습니다. 겁 없이 그랬습니다. 농민 여러분! 정치하는 놈 다 그놈이 그놈이니까 믿지 마세요. 당신들의 고민은 당신들의 것이지만 ‘난 그런 놈 안될께요’ 했더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지는거에요. 동네 아줌마들한테 여러분의 고통을 제것처럼 가지고 갈께요, 하니까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데 등짝을 딱 내미는거에요. 좀 떨리더라구요. (웃음) 그 아줌마 왈, ‘근데 그말대로 하면 대간해서 어쩐되유~’ 농업은 농촌을 살릴 수 없지만 농촌은 농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안희정 지사는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질문에 “해군기지는 국방을 위해 필요합니다. 다만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야 하고 시공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안희정 지사와의 만남은 만찬으로 이어졌는데 식사후 먼저 갈 줄 알았던 안 지사는 도무지 돌아갈 생각을 안하더군요. ^^ 좀처럼 만나기 힘든 재외동포언론인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테이블을 일일이 돌며 건배도 하고 사진도 찍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부터 백제문화단지 탐방에 들어갔습니다. 백제문화단지의 규모는 엄청났습니다. 百聞(백문)이 不如一見(불여일견), 일단 사진 위주로 소개를 해드리니 언제고 이곳에 오셔서 한번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백제문화단지는 총 100만평 규모로 백제역사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위해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총 17년간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에 조성했습니다.
매표소가 있는 정양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더니 깜짝 놀랄만큼 넓은 공간이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북경의 자금성 안마당보다 넓은게 아닌가 싶더군요.
왕궁, 능사, 생활문화마을 등으로 구성된 사비성과 백제역사문화관의 규모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2006년 개관한 백제역사문화관은 전국 유일의 백제사 전문박물관으로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보여주는 상설전시실을 비롯하여 기획전시실, 금동대향로극장, i-백제 체험장 등 다양한 전시ㆍ교육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닥돌의 문양과 처마 등 세심하게 고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백제문화단지는, 국내 최초로 삼국시대 백제 왕궁을 재현한 곳으로 왕궁과 사찰의 하앙(下昻)식 구조와 청아하고 은은한 단청 등 백제시대 대표적인 건축양식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여 백제시대 유적과 유물에 근거한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문화해설사 분들을 볼 수 있는데요.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 역사 강좌를 방불케할만큼 내실있는 소개로 아주 알찬 역사공부가 되었습니다.
규모가 정말 대단하지요? 둘러보는 내내 가슴이 뿌듯할 정도였습니다.
이 석곽분은 인근에서 발견한 것을 사비궁 뒤쪽으로 옮겨 새롭게 조성했다고 합니다.
이곳을 조망할 수 있는 정자입니다. 제법 찬 공기였지만 사방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곳입니다.
맞은편에는 백제 평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생활문화단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시간관계상 이곳은 둘러보지 못하고 훗날을 기약했습니다.
다음은 황포돛배 승선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