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이웃..흔히 일본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결코 가깝지 않은 나라..일본.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는 선진문물을 전해주었고 늘 시혜(施惠)를 베푸는 입장이었지만 그들은 왜구(倭寇)가 되어 노략질을 했고 임진왜란, 정유재란, 근세에 들어 35년간 한반도를 강점하며 끼친 패악(悖惡)은 정말 뼛골 사무치는 원한으로 그들을 보게 합니다.
그들과는 어떤 악연이, 어떤 업보가 있길래 우리 민족이 그처럼 오래도록 당해야 했을까요. 대체 그들은 왜 끊임없이 대륙을 호시탐탐 노리며 ‘정한론(征朝論)’을 외쳤을까요. 조선을 정발하자는 논리는 대륙에 진출하자는 소리에 다름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대륙의 길목에 있기 때문에 당한 것일까요.
해답은 일본의 역사속 비밀을 파헤치면 나옵니다. 일본의 입장에서 한반도, 더 나아가 동이배달민족이 지배한 지나(중국) 대륙은 그들에게 잃어버린 고토(故土)입니다.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날조(捏造)된 사실이 아니라 일본을 통치한 조상이 바로 백제의 유민(遺民)이기때문입니다.
과거 아키히토 일왕(日王)이 백제의 후손임을 시사하며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을 느낀다고 한 것도 저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숱한 유물과 기록으로 입증되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신라와의 전쟁에서 나라를 잃고 뿔뿔이 흩어진 백제 유민들은 피눈물을 뿌리며 일본으로 건너가 언젠가는 고향땅을 다시 찾겠다는 맹세를 했습니다. 일본의 왕족과 지배세력이 된 그들의 유지(遺志)가 1천500년이 넘는 세월을 두고 대륙을 끊임없이 탐하는 회귀본능의 유전자(遺傳子)로 꿈틀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일본 국민의 상당수는 우리와 피가 섞여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역사적 문화적 정서적으로 한국과 일본만큼 가까운 나라도 없습니다. 지나대륙에도 우리 민족의 후예들이 많지만 외모와 혈통, 사고, 언어적 유사성을 볼 때 일본은 우리의 또다른 반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라간의 선호도에 관한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인이 싫어하는 나라 1위는 항상 일본이 차지합니다. 지난 2008년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인의 57%가 일본을 싫어하는 나라로 꼽았습니다. 반대로 일본국민들은 싫어하는 나라를 조사하면 러시아, 중국, 한국 순으로 나옵니다. 아마도 요즘 조사를 한다면 한류열풍의 원인으로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다소 높아졌을 것입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다 그렇지만 국가의 이미지와 그 나라 국민들의 이미지는 사뭇 다릅니다.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싫어하지만 개별적으로 접한 일본인들에 대해선 예의바르고 친절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는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의 보수우익인사들이 과거사에 대한 망언을 되풀이하고 독도를 물고 늘어지기때문에 일본 전체가 혐오(嫌惡)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지요.
이웃 일본이 미증유(未曾有)의 천재지변으로 큰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일본역사상 최대규모인 진도 9.0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것도 모자라 원전까지 폭발해 방사능이 유출돼 수백명이 피폭(被暴)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 CNN은 종일 현장과 연결하여 브레이킹 뉴스(속보)를 전하고 있습니다. 고층건물이 흔들리고 거대한 쓰나미가 마을을 삼켜버려 모든 것이 쑥대밭이 된 폐허들을 보면 전율감이 일 정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천재지변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처럼 참혹한 천재와 인재가 한꺼번에 발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일본처럼 천재지변에 잘 대비하는 선진국에서 공식 사망자수가 2800명에 수만명이 실종됐다는 것을 보면 이번 재앙(災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이 납니다.
그러나 제가 정작 놀란 것은 일본의 비극을 바라보는 우리 네티즌들의 반응입니다. 대부분 ‘꼴 좋다’ ‘고소하다’ ‘비극은 안된 일이지만 자업자득이다’..는 말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 자칫 한반도까지 미칠 수 있다는 일부의 보도에 ‘왜 우리한테 피해를 주느냐’, 며 증오심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과거에 당한 시련과 아픔은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일이지만 현재 일본 국민들이 당한 비극에 이웃으로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난해 1월 카리브해의 최빈국 아이티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뜨거운 인류애를 발휘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거니와 이곳 뉴욕 한인사회에서도 라디오 매체가 중심이 되어 보름여간 23만달러나 성금을 모아 전달해 주류사회에서도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입니다. 물론 일각에서 성금 모금도 하고 일본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퍼진다고 하지만 네티즌의 댓글을 보면 대부분 이를 폄하(貶下)하고 매도(罵倒)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개신교의 어느 유명 목사는 ‘일본이 하나님을 멀리 해서 이같은 대지진을 만났다’는 말을 했다니 아연 실색할 따름입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된다면 그것은 내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언젠가는 나의 불행이 남의 행복이 될 것이기때문입니다. 저는 이번에 일본이 직면한 비극이야말로 우리 한민족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돕고 따스한 정을 나눠야 하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일간의 불행한 과거사와 일본의 정신나간 일부 위정자들을 오늘의 일본 국민들과 동일시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그들을 도우면 그것은 우리를 향한 사랑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