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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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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강 노을에 취한 바비큐 파티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1-07-17 (일) 12:57:34

 

어릴적 살던 집은 서향(西向)이었습니다. 매일 저녁나절 서편 하늘로 넘어가는 해님을 볼 수 있었지요. 뉘엿뉘엿 서산너머로 고개를 숙이며 저물어가는 태양이 주위를 불콰하게 물들이면 공연히 눈물이 날 것 같은 아름다움에 가슴을 떨었습니다.

 

노을이 붉은 것은 태양의 광선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은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긴 저녁나절 공중에서 산란(散亂)되고 파장이 긴 빨간색만 남기때문이라고 하지요. 정말 다행입니다. 노을이 파란색이라면 파란 하늘과 무슨 대비를 이루겠습니까. ^^

 

어린 시절 저의 가슴을 달뜨게 한 노을을 뉴욕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매양 보는 노을이 뭐가 그리 대수냐 하시겠지만 제가 사는 동네의 노을은 특별했습니다. 도도히 흐르는 검푸른 허드슨강과 장엄한 팰리세이즈의 계곡, 그 위로 드리운 희뿌연 구름과 하늘을 붉은 빛의 프리즘으로 물들이는 대자연의 파노라마는 어떤 언어로도 형언하기 힘든 감동이니까요.

 

뉴욕주 웨체스터의 답스페리(Dobbs Ferry)는 용커스 바로 위에, 허드슨 강변에 있는 인구 1만명도 안되는 작은 타운입니다. 뉴욕 플러싱에서 30~40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에게는 낯선 동네입니다. 그것은 허드슨강변에 폭 파묻혀 있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87번 익스프레스웨이에는 옆동네인 아슬리(Ardsley)만 이정표에 나오기때문입니다.

 

그런 답스페리가 최근들어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동기는 6년전 이곳에 있는 유일한 퍼블릭 스쿨인 답스페리 하이스쿨에 한인 교장선생님이 부임했기때문이죠. 바로 이기동(Keith Yi) 선생님입니다.

 

이기동 선생님은 비단 답스페리만이 아니라 업스테이트 뉴욕 퍼블릭 하이스쿨 최초의 아시안 교장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백인들과 유태인의 아성(牙城)으로 한인학생들이 거의 없는 이곳에 한인교장이 최초의 아시안교장으로 부임한 것은 하나의 사건이기도 했지요.

 

이기동 선생님 부임후 답스페리는 공부와 스포츠를 잘하는 학교로 더욱 성가(聲價)를 높였는데요. 2006년 뉴스위크가 선정한 미국의 3만여개 공립고등학교중 49위에 랭크되는 등 해마다 100위 안팎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명문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학교의 간판종목인 풋볼은 뉴욕주에서 여러차례 우승하기도 했구요.

 

 

2007년에는 Fox 채널이 스튜디오를 학교에 마련해 두시간동안 아침 생방송프로인 굿모닝 아메리카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답스페리와 한인사회에 커다란 족적(足跡)을 남긴 이기동 선생님이 다음달 25년의 미국 교직인생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갑니다. 제주 서귀포에 오는 9월 개교하는 영국의 명문사립교 노스런던 스쿨의 전체 교감으로 부임하기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촐한 석별(惜別)의 자리가 15일 저녁 답스페리강변 워터프런트 팍(Waterfront Park)에서 열렸습니다. ‘글로벌웹진’ 뉴스로의 필진이기도 한 이기동 선생님을 격려하는 모임이었습니다.

답스페리 인근에 사는 몇몇 뉴스로 필진 가족들이 자리를 만들었고 뒤늦게 뉴스로 공지메일로 알려드렸더니 감사하게도 몇 분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모임을 금요일 저녁으로 한 것은 요즘 낮기온이 한참 뜨겁기도 하거니와 허드슨 강변의 아름다운 일몰(日沒)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강물에 일렁이는 햇빛과 귓전을 간질이는 미풍(微風)의 흔들림, 산마루 너머 마침내 저물어가는 태양이 그려내는 찬란한 황혼(黃昏)의 세상..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이라면 지나친 과장일까요.

 

 

산정을 태울듯 입맞춤을 하는 태양은 불과 5분이면 모습을 감추지만 지고난 후의 하늘은 환상적인 붉은 빛의 여운을 남깁니다. 화려한 까치놀의 잔영(殘影)이 옅어지며 사위(四圍)가 어둑어둑해지면 이번엔 반딧불이의 놀라운 군무(群舞)가 시작됩니다.

 

모국에선 전북 무주 등 물맑고 공기좋은 계곡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반딧불이를 뉴욕에선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번쩍이며 유영(遊泳)하는 반딧불이의 축제를 해마다 이맘 때면 넋을 잃고 보곤 합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제주에서 국내 최대 반딧불이 서식지가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떴습니다만 네티즌 댓글들이 하나같이 개발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환경파괴로 그곳도 머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네요.

아무튼 뉴욕에 온 직후 인구밀도가 높은 플러싱 주택가에서조차 반딧불이를 흔하게 볼 수 있어 감동과 함께 충격을 받았습니다. 언젠가 집안에 들어온 반딧불이를 생포(?)해 몸통이 형광등처럼 반짝반짝하는걸 한참 감상하고 놓아주기도 했지요.

얘기가 엉뚱하게 빗나갔네요. 다시 이기동 교장선생님 환송 바비큐 파티로 돌아옵니다. ^^

워터프런트 팍에는 바비큐 팟 테이블이 여덟 개 정도 있습니다. 모임시작은 6시지만 혹시라도 자리가 없을까싶어서 4시반쯤 나가서 테이블 3개를 차지했습니다. 바비큐를 위해 차콜도 넣고 그늘속에서 손님들을 기다렸습니다.

 

▲ 미국농구일기를 쓰는 크리스 입니다. 가을에 대학졸업반이 되지요

가장 먼저 도착한 분은 한인수 프로님 가족입니다. 웨체스터 카운티의 넘버원 한인 골프인스트럭터랍니다. 이어 오늘의 주인공이신 이기동 선생님 내외분이 오셨네요.

 

▲ 이기동 선생님(왼쪽)과 한인수 프로입니다. 고기 빨리 올려놓으셔야죠?

뉴저지 포트리 한사랑교회에서 시무하시는 신재영 목사님도 사모님과 함께 일찌감치 오셨는데 길을 잘못 들어 목적지를 찾는데 조금 애를 먹으셨던 모양입니다.

 

▲ "우리 집이 허드슨강 너머 저쪽이요" 신재영목사님(오른쪽부터)과 안삼석님, 한인수님 

‘부산갈매기’라는 필명으로 미국의 직장문화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시는 안삼석 님 내외도 어느새 오셔서 불판 하나를 맡아 고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신재영 목사님을 모시고 오는 사이에 답스페리 아랫동네(Hastings on Hudson) 사시는 재이 V. 배 여사님과 맨해튼의 김치김 작가님이 오셔서 정담을 나누고 계시네요.

 

 

▲ 멋진 모자를 쓰신 심갑석님이 이기동선생님과 답스페리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조만간 뉴스로 필진으로 데뷔하실 심갑석님도 동부인을 해서 오셨습니다. 심갑석 님은 나중에 자세히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만 반평생을 ‘태극기 연구’에 바친 분입니다.

 

또다른 뉴페이스로 김행진님 부부가 계신데요. 김행진님은 답스페리에 있는 사립명문교 마스터스(Masters) 스쿨에서 최고의 수학선생님으로 인정받고 있답니다.

 

송정훈 전 한인보험협회 회장님과 연극배우 김성아님의 합류를 끝으로 오늘의 참석인원 21명이 모두 모이게 되었습니다.


 

한쪽 불판은 생등심으로, 또 한쪽은 돼지등갈비, LA갈비와 삼겹살도 있었고, 혹시라도 인원이 늘어날 것에 대비한 이탈리안 소시지와 김치와 오이피클, 된장국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바비큐 파티의 결정판이었습니다. ^^

 

아름다운 풍광(風光)으로 눈이 즐겁고,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로 입이 즐겁고 정담(情談)으로 귀도 즐거우니 무릉도원(武陵桃源)에 비기겠습니까.


 

식사가 끝날 무렵 모종의 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이기동선생님에게 뉴스로 필진의 정표를 전달하는 순서입니다.

 

 

이기동 선생님은 대단한 골프애호가인데요. 그래서 무엇을 드릴지 별로 고민(?)할 일이 없었습니다. ^^

 

어떤 기념품인지 궁금하시죠? 바로 요겁니다. ^^

    

기념품과 함께 이날 참석하신 분들이 이기동선생님께 보내는 축하 메시지가 담긴 카드도 전달했구요.

 

전달식을 마친후 케익에 불을 붙일 시간입니. 재이V.배 여사께서 웨체스터에서 가장 유명한 케익전문점에서 특별히 맞췄답니다.

 
 

▲ 재이V.배 님이 김성아님, 써니(허드슨다이어리)와 함께 초를 꽂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살랑살랑, 불을 붙이기가 참 어렵더군요. 꺼지면 다시 붙이는 일을 되풀이하면서 파안대소(破顔大笑)를 터뜨리며 촛블을 끄는 순서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Good Luck!' 이기동 선생님의 행운을 비는 케익입니다.

 

이기동 선생님은 모임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특히 이곳이 지난 6년간 답스페리 하이스쿨 졸업식이 거행된 바로 그 장소라는 점이 더욱 뜻깊다 하셨습니다. 해마다 답스페리 하이스쿨은 졸업식을 이곳에서 열거든요. 강당도 있고 체육관도 있지만 신혼부부들의 사진촬영장소로도 인기있는 워터프런트팍처럼 좋은 곳이 또 어디 있겠어요. 

 

 

어둠은 더욱 짙어집니다.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Falling in Love'의 무대였던 답스페리 역사(驛舍)의 가로등 불빛이 반짝반짝 운치있네요. 저 멀리서 둥근달도 슬그머니 고개를 치켜 올리네요. 

 

이때 심갑석님이 준비한 또하나의 이벤트가 시작됐습니다. 천체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는 시간입니다.

 

마침 보름이었습니다. 동편 하늘로 환한 보름달이 어찌나 장하게 뜨던지요.

  

한국에 있을 때 '코스모피아'라는 사설 천문대에서 이웃들과 함께 별자리도 관찰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나더군요. 북두칠성을 비롯하여 맑은 하늘엔 별자리도 또렷이 반짝였습니다.

도란도란 얘기에 취해 밤 10시가 넘도록 모임은 파할 줄 모릅니다. 신재영 목사님, 이기동 선생님, 안삼석 님 내외분부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서서히 끝나는가 싶던 모임은 '태극기 전문가'인 심갑석 님의 즉석 태극기 강연이 이어지며 다시 뜨겁게 재점화 됐습니다.

 

 

현재의 태극기는 심각한 오류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본래 태극기의 원형은 몇가지 모델이 있는데 광복후 태극기가 제정 공포되는 과정에서 태극의 방향이 거꾸로 향하고 사괘 중 리(離 해)와 감(坎 달) 의 위치가 서로 바뀌어 우리 민족과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 선생님은 현재의 태극기와 따로 제작한 대형 태극기를 직접 갖고 나와 비교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얼마전 뉴욕식물원의 한국가든에 태극기를 직접 그려서 팻말과 함께 설치한 김치김 작가의 노고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흥미진진한 태극기 론은 나중에 상세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끝도 없이 이어진 화제덕분에 이날 모임은 자정이 다 되서야 끝이 났습니다. 그것도 아쉬움속에 억지로 일어난 것이지만요. ^^

하늘과 산과 강, 아찔한 노을과 정담에 취한 답스페리의 특별한 바비큐 파티였습니다.

   

삶은 하나의 전장(戰場)이라 하지요.

미국에서 사반세기 쌓은 교육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야흐로 모국의 꿈나무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실 이기동 선생님의 무운장구(武運長久)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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