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금요일. 화창한 봄날입니다. 맨해튼에 나갈 생각을 한 것은 타임스퀘어 인근에서 취재가 있었기때문인데 공교롭게 13일의 금요일이어서 미국인들 표정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아다시피 많은 서양인들은 13을 불길한 숫자로 떠올립니다. 13일의 경우 금요일과 매치가 되면 아주 불길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제법 되지요. 외출을 삼가고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기도 합니다. 13일의 금요일이 불길함으로 상징하게 된 연유는 예수와 12인의 제자 등 13명이 최후의 만찬을 한 것과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날이 금요일이었기때문입니다.
안그래도 5월 21일이 지구종말의 날이라며 맨해튼 일대에서 집회를 갖는 이들도 있는터라 13일은 여느 때보다 뒤숭숭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일부의 속설을 불길함의 상징으로 삼기엔 뉴욕의 날씨가 너무도 좋았습니다. 한국도 한때는 봄이 참 아름다웠는데 이젠 지나(중국) 대륙에서 시도때도 없이 불어오는 황사(黃砂) 때문에 맑은 하늘을 제대로 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겨우 황사가 걷힐 즈음이면 어느새 초여름이 다가오구요.
그에 비하면 뉴욕의 봄은 오래 지속됩니다 길었던 겨울만큼이나 봄의 화사함을 즐기는 뉴요커들로 밖은 부산합니다. 아웃도어 스포츠 시즌이 시작되고 겨우내 미뤄둔 집 안팎의 단장을 하는 이들도 많구요.
오래 지속되는 봄꽃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며 아름다운 허드슨 강을 두르고 있는 동네 기차역으로 나갔습니다. 맨해튼행 기차를 타기 위해서죠.
평상시엔 종점인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까지 가지만 오늘은 중간 지점인 마블 힐(Marble Hill)에서 내려 전철을 갈아타기로 했습니다. 시간여유도 있었을뿐더러 여러번 소개한 그랜드센트럴 터미널보다 새로운 곳을 보여드리는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한가로운 기차 안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맨해튼까지는 보통이 45분, 급행이 30분 정도 걸리는데 요금은 픽(Peak) 타임(출퇴근시간)과 오프픽(Off Peak) 타임이 서로 다릅니다. 아시겠지만 미국은 개찰구가 따로 없고 열차안에서 콘덕터(승무원)가 티켓을 체크합니다.
그리고는 별도의 표를 좌석위에 꽂아놓지요. 승객이 가는 역만큼 표시된 숫자에 펀치(구멍)을 내는 표입니다. 만약 자리를 바꾸면 이 표를 갖고 같이 움직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표를 안사고 탄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 좌석위에 있는 길쭉한 종이가 바로 승무원이 승차권 검사후 꽂아둔 검표입니다.
그런데 이따금 급한 김에 표 없이 탔다가 열차안에서 표값을 지불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격이 거의 80% 이상 비쌉니다. 저희 동네에서 맨해튼 종점까지 픽 타임은 10.5 달러, 오프픽 타임은 7.75 달러인데 열차안에서 표값을 낼 경우 픽타임은 무려 17 달러(오프픽타임은 14달러)나 합니다. 서울과 비교하면 같은 거리를 움직이는데 뉴욕의 운임이 거의 다섯배 이상은 되는것 같습니다.
기차 맨 앞칸에 탄 덕분에 열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차창을 내다볼 수 있었습니다. 허드슨강 아스라히 뉴저지와 연결되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가 보이네요.
마블 힐은 맨해튼의 북쪽으로 225가 지점입니다. 지하철 1번 종점에서 남쪽 맨해튼 방면으로 세 번째 역이기도 합니다. 1번 지하철을 타면 컬럼비아 대학과 링컨센터를 거쳐 42가 타임스퀘어를 지나 로워 맨해튼으로 갈 수 있습니다. 마블힐에서 타임스퀘어까지는 약 40분 정도 걸립니다.
좀 걸을 요량으로 일부러 50가에서 내렸습니다. 8애버뉴를 따라 내려오는데 뮤지컬 ‘마마미아’ 광고판이 보이네요.
요즘 화제의 뮤지컬 '스파이더맨'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만 맨해튼에선 역시 화려한 뮤지컬들의 광고판과 상영하는 극장들의 풍경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기 마련입니다.
길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는 이들의 코스튬도 시선을 끕니다. 공연중인 뮤지컬을 홍보하는 사람들입니다.
타임스퀘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판들이 붙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뉴요커들은 물론,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수도 없이 몰려오는 이곳에 글로벌 기업들은 가히 광고의 전쟁을 치릅니다.
타임스퀘어 북쪽 방향으로 우리 기업의 광고도 보입니다. LG가 한 건물의 옥상에 2개면의 전광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타임스퀘어에서 가장 좋은 각도의 광고판에는 삼성전자가 오래전부터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위로는 HSBC, 아래로는 코카콜라가 있네요.
타임스퀘어 앞에서 한가로이 봄볕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손 모양의 특이한 의자도 눈에 띄네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대형 전광판을 보고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길래 무엇인가 살펴봤더니 거리에 있는 자신들의 모습이 광고와 어우러진 것이었습니다. 전광판에 작게 보이는 사람들이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타임스퀘어에선 기마경찰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경찰 고유의 활동이라기 보다는 관광객을 위한 사진촬영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기드문 흑마(黑馬)네요.
오늘은 저도 기념촬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데 다른 관광객이 계속 여성 경찰과 대화를 하며 비키지 않아서 말 머리가 가려졌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말을 쓰다듬었는데 얼마나 관리가 잘 됐는지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느낌도 아주 부드럽더군요.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 들어섰더니 오늘도 거리의 악사들은 멋진 음악을 연주하며 자신들이 낸 CD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랜드센트럴 터미널로 나가는 지하철 역의 모습입니다. 기둥에 매혹적인 여성 모델 광고가 시선을 끄네요.
다시 집으로 오는 메트로 노스 허드슨라인 기차안입니다. 한 여성이 스마트폰을 갖고 열심히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네요. 이젠 좀 적응이 됐습니다만 미국인들이 신발을 신은 채 저렇게 좌석위에 발을 올려놓는 것이 참 이해가 안갔습니다. 우리같으면 차라리 신을 벗고 발을 올릴텐데요. 그러나 미국인들에겐 신을 벗는 것도 도리어 공중도덕에 어긋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른바 족향(足香)때문이지요. ^^
오늘도 허드슨강변은 일몰과 함께 천천히 저물어갑니다. 13일의 금요일은 그렇게 평화로이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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