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 출장의 한가지 중요한 일정은 재외동포언론협의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2011 재외동포언론인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강원도 춘천과 평창 태백 속초 등 강원도 일대를 순회하며 세미나와 2016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도 둘러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요. 개인적으로 8년전 한국을 떠난 이래 한번도 강원도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아주 기대가 컸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가려면 대관령을 넘어 강릉에 가거나 인제 양구를 거쳐 한계령 미시령을 넘어 속초로 가는데 높디높은 산굽이를 돌아가야 하니 네시간 다섯시간은 기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년 사이에 대관령과 미시령 등지에 터널이 뚫리고 춘천까지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강원도가 아주 가까운 곳이 되었습니다. 첫날 행선지는 낙산사와 내설악의 오색약수였습니다.
한국기자협회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의 프레스센터를 출발한 것이 오전 10시 50분경. 올림픽 대로를 타고 동진하니 2009년 완공된 경춘고속도로가 나옵니다. 예전엔 춘천 가는 길도 국도의 교통사정이 좋지 않아 호락호락하지 않았는데 과속이 걱정될 정도로 시원스레 도로가 뚫려 있습니다.
가는 동안 터널을 스무개 가량 지나는데 공사가 쉽지 않았겠다 싶더군요. 상행선과 하행선을 합하여 교량 103개, 터널 41개가 만들어졌다니 대단하지요. 고속도로 휴게소는 가평 휴게소 한군데였습니다. 60km의 구간으로 짧긴 하지만 하나는 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홍천에서 고속도로가 일단 끝나는데 홍천~양양으로 이어지는 91㎞ 구간은 2009년 5월 착공돼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2015년 말에 완공된다니 평창 올림픽을 1년 앞둔 시점입니다. 이 구간들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양양까지 자동차로 1시간 30분이면 간다니 정말 강원도가 서울의 코 앞이 되는 셈입니다.
지금만 하더라도 국도를 거쳤음에도 내설악 휴게소까지 1시간50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휴게소에 서 있는 고속버스를 보니 동서울~속초 2시간10분이라고 써있더군요.
속초를 두시간이면 닿는다니 참 대단하기도 하고 그만큼 우리가 좁은 한반도에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설악 휴게소를 지나 미시령 터널로 진입했는데 나와보니 바로 오른쪽으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예전엔 저 울산바위 한번 보려면 맘 먹고 여행준비해서 떠나야 했는데 이젠 가볍게 드라이브 하듯 와도 얼마든지 보고가는 이웃이 된 셈입니다. 너무 쉽게 보는 울산바위가 한편으로는 좀 허무하고 아쉽더군요.
속초도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건어물 젓갈 어류 등을 싼값에 구할 수 있는 속초 중앙시장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요즘은 TV드라마 촬영지를 관광지처럼 소개하는 표지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오래전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가을동화’의 무대를 만날 수 있었구요.
대포항과 설악동 입구를 지나 낙산사(洛山寺)에 닿았습니다. 관세음보살 도량으로 유명한 낙산사는 서기 671년(신라 문무왕 11) 의상(義湘)대사가 창건했으며, 관동팔경(關東八景)의 하나로 유명합니다. 경내에는 조선 세조(世祖) 때 다시 세운 7층석탑을 비롯하여 원통보전(圓通寶殿)과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담장 및 홍예문(虹霓門) 등이 유명합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4월 5일 삼척과 강릉, 고성을 휩쓴 큰 산불로 원통보전과 여러채의 전각이 소실되고 보물 제479호로 지정된 낙산사 동종이 화마에 녹아버렸습니다. 하필 식목일에 일어난 산불로 귀중한 문화유산이 대부분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지요.
그로부터 6년, 낙산사는 국민적인 성원으로 대대적인 복구사업을 벌여 화마의 흔적은 경내 박물관에 보존된 유물로 확인할만큼 아픈 상처를 씻어가고 있습니다.
낙산사 주지 무문스님은 우리 일행을 새로 조성한 범종 누각에 안내하는 등 친절한 설명을 해주고 낙산사 복원과 관련한 책자까지 선물로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풍광의 동해를 바라보면 가슴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특히 동해바다가 일망무제(一望無際)로 내려다보이는 의상대의 해돋이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관동팔경의 하나입니다. 1926년 만해 한용운이 낙산사에 머물 때 정자를 세웠다고 합니다.
의상대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절벽 위에는 저 유명한 홍련암이 다소곳이 올라앉았는데 법당 마루 밑으로 지름 10㎝ 정도의 구멍을 뚫어 수십길 아래 출렁이는 파도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낙산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1977년 점안된 해수관음상입니다. 이번에 갔을 때는 오랫동안 해풍을 맞으며 묵은 먼지를 씻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문득 아기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욕식이 떠오르더군요.
높이 16m의 해수관음상은 마치 등대처럼 신선봉 정상에 모셔졌는데 사방이 확 트여서 훌륭한 전망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낙산사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설악산 주전골의 오색약수터로 이동했습니다. 오색약수터는 근 30년만에 와보는 곳인데요.
입구에서 약수를 뜨러 500m남짓 가는 길엔 우리네 관광지가 그렇듯 식당들만 즐비합니다. 미국에서라면 환경보호때문에라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모처럼 대하는 풍경인지라 정감 넘치게 보였습니다.
오색약수는 오색천 개울가의 한 너럭바위 암반에서 솟아나는데요. 모두 3개의 구멍이 있습니다. 위쪽의 약수는 철분이 많고 아래쪽 2개의 구멍은 탄산질이 많다고 합니다.
하루 용출량은 1,500ℓ 정도이지만 사람들이 몰릴 때는 물 솟는 속도가 느려 한잔 맛 보기도 힘이 듭니다. 물맛은 톡 쏘는듯하면서 약간 비릿한 맛이 나는데 위장병과 ·신경통 ·피부병 ·빈혈 등에 효력이 있고 특히 메밀꽃 피는 가을철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정작 인상적인 곳은 약수터에서 온정골 쪽으로 2 km쯤 올라가면 있는 오색온천입니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탄산온천이 있는데 오색그린야드 호텔이 운영하는 큰 규모의 대중탕이 유명합니다.
온천은 저도 이곳저곳 많이 경험했습니다만 탄산온천은 처음이었습니다. 검푸른 탄산온천탕에 들어가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찬 물이었거든요. ^^ 아니, 무슨 온천이 이렇게 차담? 온천이 아니라 냉천이네, 하면서 벽에 붙어 있는 설명문을 읽어보고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탄산온천의 온도는 섭씨 27도. 체온보다 10도가량 낮으니 당연히 차게 느껴지지요. ^^ 따스한 물이니까 온천은 온천 맞습니다. 우리가 아는 온천이 기실 뜨거운 열탕(熱湯)아니겠습니까?
이 온천물이 오색을 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온천물에 함유된 철성분이 산화작용을 일으키기때문인데요. 처음엔 투명한 푸른색을 띄다가 시간이 가면서 회색 갈색 담갈색 붉은색으로 바뀐다는군요.
그린야드 대중탕에는 섭씨 39도의 알칼리 온천이 따로 있습니다. 해발 700미터 지대암반에서 용출한 온천수입니다. 그래서 두가지 온천수를 즐기는 유일무이한 복합온천이라는 명성도 갖고 있더군요.
이 탄산온천은 처음엔 차가운 느낌이 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따뜻해집니다. 피부의 약한 부분이 당기는듯 약간 따끔따끔한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피부에 기포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냉탕과 온탕 알칼리탕, 히노키탕까지 두세번 코스를 돌면 몸이 개운해지고 탄산온천으로 마무리하되 물로 씻어내지 말고 그대로 말릴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온천수가 피부에 좋기때문이지요.
아무튼 아주 이색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설악산을 가신다면 한번쯤 오색온천을 체험하실 것을 강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