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스포츠 종목으로는 축구의 월드컵 다음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모으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오는 8월 27일부터 9월 4일 대구에서 열립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월드컵을 개최한 한국으로선 이제 모든 종류의 메이저 스포츠대회는 다 치러보는 셈입니다. 이번 대회는 예년에 비해 특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전망입니다. 아주 특별한 선수가 출전하거든요.
바로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입니다. 86년 11월 22일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출생한 피스토리우스는 선천적으로 정강이뼈 아래가 자라지 않은 장애(障碍)의 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두 다리에 의족(義足)을 한 그는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즐겼고 타고난 재능과 뼈를 깎는 노력으로 스프린터가 되었고 열일곱살이던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에 첫 출전, 100미터에서 동메달을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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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장애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08 패럴림픽 등 여러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최고의 장애인 스프린터로 성장한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2007년 일반인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빠른 장애인선수인 탓일까요. 인간승리로 귀결(歸結)되야 할 그의 도전은 엉뚱한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그의 의족이 보통의 사람다리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출전시키면 안된다는 반대의 목소리였습니다.
2008년 1월 세계육상연맹은 피스토리우스의 하이테크 의족이 스피드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 규정까지 손질해가며 그의 일반 대회 출전을 봉쇄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 로잔에 있는 스포츠중재위원회는 의족이 보통선수들의 다리보다 유리하다고 입증할 수 없다며 피스토리우스의 손을 들어줬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스토리우스는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최고기록에 기준기록에 미달됐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일반 선수들과 처음 대결을 하게 되면서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일 “피스토리우스가 최근 남아공대표팀에 발탁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최초의 의족 스프린터가 됐다”며 “400미터와 1600미터 계주에 출전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타임스는 “피스토리우스가 최근 올림픽 기준기록을 넘고 있어 2012 런던올림픽 출전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특수 의족이 보통 선수들보다 유리하다는 점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의족은 탄소섬유로 만든 특수 제품입니다. 일각에서는 뛸수록 발목의 피로도가 가중되는 일반 선수들에 비해 피스토리우스의 하이테크 의족이 유리하다면서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2008년 당시 ‘특수 의족’을 연구한 7명의 과학자 중 하나인 피터 웨이엔트 미국의 사던감리교대학 교수는 “학자들간에 의견을 달리 하지만 나는 의족이 유리하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몬태나 대의 매트 번들 교수도 “피스토리우스의 의족은 보통 선수들의 다리에 비해 두배나 가볍기 때문에 400m에서 약 12초정도 유리한 효과를 갖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조지타운대에서 피스토리우스와 같은 의족을 착용한 채 선수생활을 했던 에이미 멀린스는 “피스토리우스의 스피드가 하이테크놀러지 덕분이라고 말하는 것은 웃기는 코미디”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그녀는 “그의 의족이 보통의 다리보다 가볍기는 하지만 사람의 다리가 만들어내는 운동에너지의 폭발력은 가질 수 없다. 피스토리우스는 보통의 선수보다 유리한게 아니라 불리한 것”이라고 반박(反駁)했습니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400미터에서 45초07을 마크해 기준기록을 통과했습니다. 특히 이번 개가는 2009년 불의의 보트 사고로 턱이 부러지고 안면을 170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당한 끝에 달성한 것이라 더욱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대구세계선수권을 앞두고 피스토리우스는 “지금까지 출전한 어떤 대회보다 값어치가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룰 수 있다는게 흥분된다”는 소감을 피력했습니다. 자신을 한번도 불구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그는 “이번 대구 세계선수권대회는 2012년 런던올림픽으로 가는 길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여러분께서는 피스토리우스의 의족이 보통 선수들의 다리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지난 2008년 1월 21일 민영통신사 뉴시스에 특파원칼럼으로 송고한 글을 덧붙이며 여러분의 판단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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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의족육상스타 오스카를 위한 변명
‘4전5기의 신화’ 홍수환과 함께 70년대 복싱 경량급을 풍미한 염동균씨가 연말 ‘복싱 성대결’을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진짜 치고 받는게 아니라 기술만을 보여주는 소위 ‘메쏘드 복싱’이었지만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복싱의 부활을 위해 애쓰는 열정이 참으로 대단하다 싶었다.
염동균은 은퇴할 때 한 스포츠주간지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수 년간 왼주먹 하나로만 싸웠다는 것이다. 오른손은 여러차례 뼈가 부러져 정상적인 타격을 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한때 높은 KO율을 자랑하고 화끈한 인파이팅도 잘 하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철저한 아우복싱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왼손 잽을 날리다가 주무기인 오른손 훅이나 어퍼컷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데 고장난 오른손은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80년대 축구스타 이태호도 선수생활 도중 입은 부상을 투혼으로 이겨 감동을 준 주인공이다. 87년 리그 개막전에서 상대의 발에 맞아 오른쪽 눈을 실명하고도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외눈박이 골잡이로 명성을 떨쳤다. 공교롭게 그의 제자였던 김은중도 왼쪽눈을 거의 실명한 상태에서 맹활약을 하는 ‘사전제전(師傳弟傳)’의 인연을 이었다.
정상의 몸으로도 힘든 스포츠에서 좌절하지 않고 정신력과 훈련으로 극복한 이들이야말로 인간승리의 표상이다. 장애를 이겨낸 휴먼드라마는 ‘스포츠의 천국’ 미국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1945년 8월 보스턴 전에서 5.1이닝을 역투한 워싱턴의 투수 버트 셰퍼드는 메이저리그야구사에 기념비적인 주인공이다. 한쪽 발이 의족이었기 때문이다.
그 해 의족 투혼을 발휘한 선수가 또 있다. 한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뛰기도 한 투수 몬티 스트래톤은 사냥사고로 한 발을 잃은 후 의족을 달고 마이너리그에서 18승을 올렸다. 역시 1945년 외팔이 야구선수 피트 그레이는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외야수로 77게임에 출장했다.
NFL(프로미식축구)의 감동 드라마도 있다. 톰 뎀시는 오른쪽 발가락을 포함, 앞꿈치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지만 뉴올리언스의 전문키커로 발탁되어, 1970년 11월 8일 NFL 기록인 63야드 결승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88서울올림픽에도 출전한 ‘조막손투수’ 짐 애보트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왼손 하나로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정상급 투수로 활약한 그는 93년 9월 4일 양키스타디움에서 클리블랜드에게 노히트 노런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뿐인가. 은퇴를 앞두고 내셔널리그로 옮긴 후 규정에 따라 타석에 등장, 한손만으로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장애인 육상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1)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됐다. 알려진대로 국제육상연맹은 “일명 ‘치타’로 불리는 그의 의족이 보통선수보다 유리하므로 올림픽 출전을 불허한다”는 해괴한 결정을 내렸다.
한 독일 박사의 테스트 결과, 탄소섬유로 된 치타의 효율성은 인간의 발보다 30% 높고 에너지 손실도 10% 미만이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기자도 “안타깝지만 룰은 지켜야 한다”고 거들었다.
올림픽 참가 불허가 정당하다는 이들에게 묻는다. 피스토리우스가 ‘로보캅’이라도 되는가? 그에게 바이오닉 우먼 ‘소머즈’의 발이라도 달렸는가?
‘치타’가 강철처럼 단단하고 탄성이 좋은 하이테크의 결정판(決定版)이라고 치자. 아무리 그렇다해도 의족은 의족이다. 아무려면 내 발보다 편하겠는가.
오늘날 세계적인 육상스타들이 개발하는 데만 수십억원씩 들어간 하이테크 신발을 신고 달린다고 룰을 어겼다고 하지 않는다. 반대론자들은 오스카의 의족이 대단한 로봇발이라도 되는 것처럼 열을 올린다. 그래서 보통 선수들과 대결에서 그가 올린 승리의 가치를 내려깎고 있다.
만일 보통의 선수가 발을 잃고 오스카의 의족을 달았다면 기록이 더 좋아질까? 아마 처음엔 달리기는 커녕 서있기조차 힘들 것이다.
오스카가 의족을 자기 발처럼 쓸 수 있었던 것은 생후 한살때부터 의족에 익숙했고 20년간 피나는 훈련을 한 덕분이다. 독일 의사의 연구결과처럼 ‘치타’는 효율성이 뛰어나고 운동손실량도 적을 수 있겠지만 오스카에게는 유명선수의 하이테크 경기화에 견줄 수 없는 의족에 불과하다.
의족을 달고 100m를 10초대에 주파하고 사지가 멀쩡한 선수들을 제치고 은메달을 차지했다면 그가 발휘한 불굴의 투혼에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그가 특혜를 받은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만일 오스카에게 두 발이 있었다면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는 걸까.
‘오스카 논란’은 장애인에 대한 일반의 또다른 편견에 다름 아니다. 장애인은 일반인보다 열등하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데 대한 놀라움도 잠시, 의족이 유리하다는 연구결과에 ‘그러면 그렇지’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선수의 노력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약물따위의 부정행위를 저지른듯 치부한다.
“룰은 룰이다. 올림픽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며 올림픽 출전을 반대한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의족은 의족이다. 올림픽은 진정 누구에게나 평등해야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