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경기침체가 온다면 처음보다 더 나쁠 것이다.’
최악의 순간이 다가오는가. 3년전 금융위기(金融危機)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불경기(不景氣)가 덮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제2의 불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한결같이 “만일 경기가 나빠진다면 지난번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는 것입니다.
물론 1937년 대공황(大恐慌)과 같은 격동이 도래한다는건 믿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현 시점의 미국 경제는 2007년 12월보다 더 허약하며 직업과 소득, 산업생산 등에 걸쳐 악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성장은 둔화(鈍化)되고 회복의 기반은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RDQ이코노믹의 콘래드 디콰드로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8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단계에서 경기침체에 들어간다면 재난(災難)이 될 것이다. 지금은 지난 불경기의 타격을 아직 벗어나기도 전이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침체기에 신용버블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허리띠를 졸라매게 했습니다. 특히 고통스러웠던 것은 가구 구성원 전체가 뼈를 발라내는 고통이 강요됐다는 것입니다. 주택차압으로 집을 잃고 모텔에서 생활하거나 다리밑에서 생활하는 백인가정들이 소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지요.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일 라디오와 인터넷 연설에서 “미국의 ‘긴급한 과제’는 이제 경제를 부흥하고 직업을 창출(創出)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장기적이고 감내(堪耐)할 수 없는 재정적 위치로 인해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토로(吐露)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와 미국인들의 기본적인 회생의 능력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짐짓 자신감을 덧붙이더군요. 하지만 허무한 수사(修辭)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우리 주변의 수치들은 비관적입니다. 경기침체가 시작된지 4년 동안 노동인구는 3% 정도 늘어난 반면 일자리 숫자는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지난번의 경기침체가 시작됐을 때에 비해 실업률은 5%에서 9.1%로 늘었습니다.
해고는 면했지만 노동인구의 근로시간이 줄었고 민간섹터의 노동인구는 근로일수가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고용주들은 모든 추가적인 파트타임 일자리를 없애고 있습니다. 만일 불경기가 다시 온다면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이 해고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높은 실업률과 근로시간의 감소로 가구수입이 더 줄어들면 소비주도 경제로선 커대한 장애물을 만나는 셈입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개인 실질소득은 4% 떨어졌고 민간부문의 임금과 소득도 6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건설공급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은 2007년 12월 이후 24% 줄어든 상태입니다. 주요 경제지표 중 연방준비은행의 지표는 사상 최악이어서 2007년 12월에 비해 거의 8% 하락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 불황이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전체적인 경제규모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규모는 3년전의 경기침체에 비해 작아졌습니다. 위스콘신 대학 경제학과의 멘지 친 교수는 미국 경제가 올초보다 7%정도 축소됐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경기침체가 시작된다면 이전의 위기와 달리 정책적인 처방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대부분의 처방전(處方箋)이 오바마 정부에 의해 지난 불황기 때 시도됐기때문입니다.
이자율은 이미 영점률(零點率)이어서 더 취할 것도 없습니다. 연방준비은행은 금융시장의 모기지와 채권 등을 사기위한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유입시킨 상황입니다. 도이치뱅크의 수석 국제이코노미스트 토스텐 슬록은 “연방준비은행이 쓸만한 방법은 이미 다 시도한 상황”이라고 비관적인 견해를 드러내더군요.
의회 역시 지난번 불경기 때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적이고 정치적인 조치들을 통과시켰습니다. 2007년말 연방정부 빚은 경제의 64.4%였지만 현재는 GDP의 100% 수준이어서 추가 부양책의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덜 고통스러운 부분을 찾는다면 기업이익(企業利益)입니다. 기업이익은 인플레이션 고려시 올 1분기가 2007년 동기간에 비해 22%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 기업들은 고용 등과 같은 투자를 망설이는 경향을 보입니다.
크레딧 스위스의 닐 소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시 시장이 얼어붙으면 기업의 첫 번째 조치는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금을 보유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주급(週給)을 없애는 것이다. 대규모 해고가 예견되는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는 뉴스가 종종 있었습니다. 지표상으로는 2009년 6월 경기 회복이 시작됐다고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기술적으로(Technically)’ 라는 표현이 전제된 것입니다.
“미국의 경기가 회복됐다고 하는데 왜 한인사회 경기는 더욱 나빠지고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오늘에야 비로소 이해될듯 합니다. 이미 지구촌 경제가 하나의 유기적인 결합체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은 미국의 힘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오바마 정부의 혜안(慧眼)과 각국 정부의 노력이 병행되는 것을 전제로 경기불황이 불가피하다면 그것에서 얼마나 빨리 빠져나오느냐가 관건(關鍵)일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특히 미주한인사회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고통을 나누고 상부상조하는 ‘두레’와 ‘품앗이’의 미풍양속(美風良俗)입니다. 기업주는 일방적인 해고가 아니라 무급휴직, 파트타임 전환 등으로 노동자와 그들의 식솔(食率)을 배려하고 여유 있는 이들은 가능한 한인타운에서 소비하여 자금이 돌아가도록 하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위기는 또다른 기회이기도 합니다. 곳간이 빌 망정 따스한 인심도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민족이 충분히 발현(發現)해 주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