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좋은 꿈 꾸셨습니까. 태양은 매양 똑같이 떠오르지만 2016년 1월 1일의 아침을 맞았으니 희망과 기대를 안게 합니다.
올해는 육십간지의 33번째 해인 병신년(丙申年)입니다. 붉은 원숭이해라고 하지요. 지금 이글을 쓰는 시간은 아직 새해가 되기 2시간 남겨둔 시점입니다. 뉴욕이니까요. ^^
한국은 이미 아침 떡국을 먹고 점심시간을 향해 가는 시간이겠지요. 예전에 밀레니엄(새천년)이 한참 오르내릴 때 새천년의 첫날을 가장 먼저 맞는 나라가 어딘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한국도 경도상으로 따지면 꽤 빠른 축이지요.
아다시피 '날짜 변경선(-變更線, International Date Line)'은 경도 180도에 걸쳐 있는 가상의 선입니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와 웰링턴을 기점으로 하지요.
날짜 변경선은 1884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자오선회의’에서 결정한 것입니다. 이 선을 기준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하루가 남게 되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넘어가면 하루를 더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경도 180도 상에 걸친 섬이 있고 한 나라의 영토에서 하루의 시차가 나는 괴상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울퉁불퉁 선모양이 재미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아침을 맞는 지역은 키리바시 섬인데 1995년까지만 해도 섬의 동서가 날짜변경선으로 나눠졌다고 합니다. 서쪽과 동쪽이 날짜가 달랐으니 그전까지 이 지역 주민들은 자기들끼리는 날짜를 세고 살지 않았을 법 하네요.
재미있는 나라는 또 있습니다. 사모아 섬인데요. 본래 날짜변경선 동쪽에 있어서 키리바시에 비해 하루가 늦었는데 2011년 12월 30일을 기해 날짜변경선 서쪽으로 들어가도록 변경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 주민들은 12월 29일에서 자정(子正)을 넘긴 다음날이 12월 31일이 되었습니다. 날짜가 앞당겨지면서 인위적으로 하루를 증발시킨 것입니다. 날짜변경선 서쪽의 미래시간대로 옮기는 바람에 12월 30일이 영원히 사라진거지요.
전래 풍습으로 따지자면 음력으로 설날이 되야 제대로 된 丙申年이 오겠지만 아무튼 양력이 대세이니 丙申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글로 ‘병신년’이라고 하니 영락없이 욕처럼 들리는게 문제입니다.
이전의 丙申年은 1956년이었는데 그 시절만 해도 한자어를 많이 썼기 때문에 말할 때 외에는 그리 이상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언론도 그렇고 일상에서 한글일색이라서 우스개의 대상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주요 단어에 한자(韓字)를 병기하는 ‘글로벌웹진’ 뉴스로의 존재감이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붉은 원숭이해의 활기차고 지혜로운 의미가 담긴 해임에도 불구하고 한글로 쓰자니 욕처럼 보이고, 작금에 병신(病身) 같은 짓을 하는 인간들이 많아서 더 구설(?)을 빚는 것 같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속의 병신년을 한번 훑어보겠습니다. 1896년 병신년은 이른바 아관파천(俄館播遷)이 일어난 해입니다. 아관파천은 1896년 2월 11일부터 1897년 2월 20일까지 1년간 조선 고종과 세자가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 제국 공사관에서 거처한 사건입니다.
명색이 대한제국 황제가 왜 남의 나라 공관에서 기거해야 했을까요. 잘 아다시피 오늘날까지 우리 민족의 분통을 자아내게 하는 일본제국주의의 침탈때문이었습니다. 더 자세히 얘기하면 새해 첫날 울화병이 생길 수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1776년 丙申年엔 영조가 붕어(崩御)하고 정조가 왕위에 오른 해입니다. 1776년하면 우리나라보다 더 익숙한 나라가 떠오르지요. 네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이 영국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날이니까요. 같은 해 영국에서는 아담 스미스가 자본주의 시작을 알리는 저 유명한 ‘국부론(國富論)’을 저술했습니다.
1716년 丙申年엔 '병신처분'이라는 희한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것참 한글로만 보면 정말 대책이 없네요. 병신처분이라니..병신으로 만들었다는 뜻? ㅎㅎ
병신처분을 알기 위해선 회니시비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회니시비라니? 갈수록 태산이라구요? ^^
회니시비(懷尼是非)는 조선후기 숙종 대 사제관계였던 송시열과 윤증이 서로를 비방했던 사건으로, 집권세력이었던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분파되는 계기가 된 중대한 사건입니다. 본격적인 사색당파 싸움의 원조인 셈입니다.
회니시비란 말은 송시열과 윤증의 출신지역에서 나왔습니다. 송시열을 대표하는 노론과 윤증을 대표하는 소론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논쟁의 지역적 배경이 된 곳이 논산이었습니다. 송시열이 살던 곳이 회덕(懷德)이고, 윤증이 살던 곳이 이성(尼城)이어서 그 첫자를 따라 회니시비(懷尼是非)라 한 것이지요.
설명이 좀 길었습니다. ^^ 아무튼 1716년 丙申年, 숙종이 송시열과 윤증 간의 시비(회니시비)를 판단하며, "가례원류는 유계의 단독작품으로 송시열이 윤선거를 모욕한 증거가 없고, 윤증이야말로 스승을 모욕한 패륜아"로 규정하며 윤증을 격하시키고 노론의 편을 들었습니다. 병신년에 이렇게 처분하였다 하여, 이를 '병신처분(丙申處分)'이라 하였습니다. --;;
1536년 丙申年 엄청난 두 명의 학자가 탄생하니 바로 율곡 이이와 송강 정철입니다. 1236년 丙申年엔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몽골의 침입을 받아 강화도(江華島)에 피난 중 병화(兵禍)를 불심으로 막아내고자 한 것이었으며, 1차 간행한 초조대장경이 1232년 몽골의 침입으로 소실되기도 했던 터였습니다.
그 고려가 후삼국 통일을 한 해가 다름아닌 936년 丙申年이었으니 고려와 병신년의 인연은 각별하다 하겠습니다. 좀 더 멀리 가면 336년 丙申年에 크리스마스가 기념일로 첫 지정된 해였습니다.
사실 12월 25일은 기원 전부터 로마와 이집트 등에서 태양 숭배 및 관련 신화에 따라 '무적의 태양신'(Sol Invictus) 축일(祝日)로 기념하고 있었습니다. 이때가 동지(冬至) 직후인지라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을 놓고, 어둠이 물러나고 빛이 세력을 얻어 만물이 소생해 나가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12월 25일을 축일로 삼은 것입니다.
그런던 것이 예수 탄생이후 우여곡절 끝에 기독교가 공인을 받고 로마에서 크리스마스를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크리스마스의 기원은 기독교의 역사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이고,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문화로 토착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2016년 丙申年, 모국에 계신 국민들은 일단 기분 좋게 시작하실것 같네요. 올해는 4년만에 돌아온 윤년(閏年)이라서 2월이 29일까지 있습니다. 원래대로면 현충일과 광복절, 개천절의 요일이 일요일인 것을 윤년 덕분에 월요일이 되면서 연휴가 되었답니다. 연휴가 세 번이나 생긴거죠. 우리 '병신년'이 정말 큰 일을 해내지 않았습니까? ㅎㅎ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 아니 꼭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구나 관심을 갖는 행사이니까요. 바로 올림픽이 브라질의 리우에서 열리거든요. 남은 물론, 북의 형제들까지 올림픽에서 페어플레이의 멋진 활약을 하여 한민족 전체를 기쁘게 해주기를 소망합니다.
丙申年!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