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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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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사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릴까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2-11-24 (토) 02:30:17

 

‘아름다운 양보일수는 있어도 아름다운 단일화는 아니다..’

 

새누리당의 촌평입니다. 안철수 대선후보가 문재인 민주당후보와의 단일화협상 결렬(決裂)후 전격적인 사퇴를 선언하는 메가톤급 뉴스가 전해지자 야권단일화를 예의 주시하던 박근혜후보의 새누리당이 남긴 한마디는 ‘안철수사퇴’의 후폭풍을 계산한 복잡한 속내가 엿보입니다.

 

민주당은 내놓고 소리지를 수는 없어도 환호작약(歡呼雀躍)이겠지요. 원하는대로 그림이 됐다고 안도할 수도 있습니다. 단일화 구도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새누리당은 아연 긴장입니다. 그러나 단일화가 피할 수 없다면 내심 문재인이 되길 바라던 바였으니 회심(會心)의 미소도 나올 것입니다.

 


photo by 뉴시스 박동욱기자

 

지난 일년간 대한민국에서 불어닥친 ‘안철수현상’을 관심깊게 지켜보면서 이번 대선을 기대했던게 사실입니다. 안철수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정권을 교체하려던 유일한 주자였으니까요.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라고 합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보수와 진보라는 대조적인 이념구도를 갖고 있는듯 하지만 본질적으로 비슷한 정당입니다. 보수와 진보는 어느 하나가 절대선이 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두 정당이 제대로 된 보수도, 진보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패와 부도덕, 협잡과 권모술수, 기득권 나눠먹기 등 온갖 구태에 물든 정치꾼들의 온상인 두 정당이 보수와 진보라는 타이틀을 갖는다면 진짜 양심적인 보수/진보주의자들은 혀깨물고 자진(自盡)할 일입니다.

 

야권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부르짖었습니다.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가 꼭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87년 대선에서 김영삼 김대중 두 야당지도자의 분열(分裂)로 ‘33.3% 지지’의 대통령이 탄생했듯이 안철수와 문재인이 단일화하지 않는다면 박근혜가 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안철수의 지지자들은 안철수가 야권이라서 지지한 것이 아닙니다, 안철수는 부패한 기존 정당을 뒤엎고 진정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가 야당과의 단일화를 전제로 선거캠페인에 들어간 것은 중대한 실책이었습니다. 안철수 캠프가 ‘정권교체’를 야권단일화로 규정하며 폭넓은 지지층의 스펙트럼을 스스로 제한했기때문입니다.

 

새누리에 비해 민주당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치철학을 같이 할 수 있는 상대가 민주당에 더 많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대다수 국민들이 꿈꾸는 정권교체는 정당의 교체가 아니라 낡은 정치와의 결별입니다.

 

한국나이로 쉰한살인 안철수가 살아온 궤적(軌跡)을 보면 그는 성공한 기업가요, 나눔의 미학을 아는 제대로 된 ‘보수’입니다. 그가 대권도전을 선언하고 직업난에 정치인이라고 표기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이땅에 양심적인 정치인이 하나 탄생하는구나 하는 흐뭇함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단일화해야 된다고 말한 것에 갸우뚱해졌습니다. 그것은 군사정권하에서 민주화투쟁에 헌신한 김대중 김영삼 두 후보시절의 관점이기때문입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문민정부가 탄생한지 20년이 지났고 야당의 정권교체도 이뤘으며 재집권까지 경험해보았습니다.

 

얼마전 한 네티즌이 두사람의 단일화협상과 관련, 이런 리플을 달았습니다. “나, 노무현의 참여정부때 취직해 200만원 월급을 받았고 이명박 정부에 와서도 맨날 이꼴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가 되도 똑같을 거다.”

 

맞습니다. 야권에선 재앙으로 생각할 박근혜가 집권해도 대한민국이 부패공화국으로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용공좌파 세상이 되어 국가안보가 허물어지지 않습니다. 박정희시절 빨갱이로 취급받던 김대중이 정권을 잡았다고 ‘고려연방제’가 되었습니까? 제주해군기지는 노무현정부때 입안됐고 서해교전도 벌였으며 친재벌정책을 펼쳤습니다.

 

안철수도 별수 없을거라구요? 동의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변화의 바람은 불 것입니다. 안철수가 당장은 아니어도 정치선진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擔保)하는 하나의 밀알이 될테니까요. 정치경험이 없다는 상대의 공격에 안철수는 “그만큼 빚진게 없다”고 대꾸했습니다. 대단히 중요한 말입니다. 우리 정치의 구태는 대선후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통해 수많은 전리품을 나눠주는데서 답습돼 왔기때문입니다.

 

박근혜와 문재인, 미안한 얘기지만 두 후보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둘 중 한사람이 대통령이 되다고 해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안에서 킹메이커를 자처한 수많은 세력의 이권(利權)다툼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박대통령이든 문대통령이든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는 결과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안철수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애초에 그는 국민들이 불러낸 후보였으니까요.진짜 힘이 국민에게서 나오니 논공행상을 해도 국민들을 위해 했을 것입니다. 자당 후보가 되야 온갖 벼슬과 특혜가 주렁주렁 매달릴 새누리와 민주당 인사들이 집요하게 안철수를 깎아내렸음에도 지지도가 굳건했던 것은 진심을 아는 국민들이 있었기때문입니다.

 


photo by 뉴시스 박동욱기자

 

그런 안철수가 왜 별로 이롭지도 않은 야당의 프레임에 스스로로 가두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안철수는 ‘반새누리 비민주’의 슬로건 아래 과거와 절연하는 모든 양심적인 인사들을 캠프로 모았어야 합니다. 전력(前歷)이 있다한들 참회(懺悔)의 진정성을 보이는 모두를 흡수했어야 합니다.

 

안철수야말로 여야의 구태(舊態)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적격자였습니다. ‘진심캠프’ 이름 그대로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 그대로 국민에게 다가가면 됐습니다. 굳이 정권교체를 부르짖지 않아도, 시시한 단일화 협상을 통해 이꼴저꼴 겪지 않아도 국민의 마음은 절로 모였을 것입니다. 3자구도가 아니라 10자구도라 해도 지지율은 올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철수가 스스로를 야당으로 국한시키면서 여당의 지지층을 잠식(蠶食)하는데 한계를 드러냈고 중도층의 실망을 가져왔습니다. 굳이 단일화가 필요했다면 무소의 뿔처럼 꿋꿋이 가다가 그것이 최선이라고 느껴질때 결정하면 됐을 일입니다.

 

왜 후보등록전에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고 시한을 정해놓았는지 요령부득입니다. 그가 상대하는 세력은 정권을 잡기 위해 수단방법을 안가리는 노회한 정치모사꾼들이 득실대는데 말입니다. 아니나다를까 단일화라는 먹이감을 미디어에 던져주자 ‘피로감을 준다’, ‘몽니를 부린다’며 음해의 융단폭격이 가해지지 않았습니까.

 

안타깝지만 그의 사퇴선언을 아름다운 양보라기보다는 야바위판 기존 정치에 대한 무력감의 표출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제 문재인으로 단일화됐으니 문후보를 성원해달라’는 사퇴의 변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지지자들이 우~하고 몰려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필경 투표를 포기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겠지요.

 


photo by 뉴시스 박동욱기자

 

하지만 희망을 버리지는 않습니다. 안철수가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선언했음에도 문재인은 안철수의 지지층 확보를 위해 손을 잡고 가려할 것입니다. 그러기위해선 안철수의 사퇴에 준하는 고강도의 뼈를 깎는 내부 개혁을 전제로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총리’의 구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스맨 총리가 아니라 실권이 주어지는 총리말입니다.

 

문재인의 한계(限界)를 안철수의 외연(外延)으로 넓히는 것입니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될 수 있겠지요. 궁국적으로 새정치를 위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의 논의가 이뤄진다면 좀 돌아가는 길이 될지언정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05:54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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