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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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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주년기획>허드슨강의 매력(下) 뉴욕함대 퍼레이드 체험기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2-06-01 (금) 03:04:19

 

뉴욕함대 퍼레이드는 맨해튼 남쪽 스태튼 아일랜드와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베라자노 브리지에서 출발했습니다.

 

이글호가 자유의 여신상의 리버티 아일랜드 바로 앞에 닻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베라자노 브리지로 갔다가 다시 맨해튼쪽으로 항해를 했습니다. 이날 퍼레이드에 승선의 행운을 안은 각국 기자들과 초청인사 등 40명이 배터리팍 인근 '노쓰 코브'에 모인 것은 오전 6시.

 

이글호 승선이 완료된 것은 8시경이었고 출항준비를 하여 베라자노 브리지에 도착한 것인 9시40분 경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정식 퍼레이드는 시작됐고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 아일랜드를 지나 허드슨강을 따라 맨해튼 북쪽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맨해튼에서 허드슨강과 그너머 뉴저지쪽을 따라가는 코스는 눈이 물리도록 봤지만 이렇게 배에 몸을 싣고 맨해튼과 뉴저지를 좌우로 감상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쉴새없이 카메라에 풍경들을 담았습니다.

 

해상에서 해군과 해병대, 해안경비대 함정의 합동 퍼레이드가 열리고 하늘에서는 공군의 최신예전투기들과 헬리콥터들이 축하 비행을 하는 등 이날 뉴욕항 일대는 좀처럼 보기 힘든 구경거리로 넘쳐났다.

  

  

 

허드슨강을 북상하며 60스트릿 지점을 올라가자 오른쪽엔 부동산재벌 도널트 트럼프가 세운 트럼프 타워들이 병풍처럼 서있습니다.

  

  


 

허드슨강은 강폭이 아주 넓고 수심도 깊어서 초호화유람선들이 한꺼번에 두척씩 정박도 하는데요.

 

문득 3년전 겨울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UD에어웨이즈가 비상착륙하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인근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하는 과정에서 새떼가 엔진으로 빨려들어가는 바람에 엔진이 멈추고 추락직전의 상황에 몰렸지요. 공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아서 슐츠버그 기장은 눈앞의 허드슨강이 비상착륙을 해야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www.en.wikipedia.org

북으로 향하던 기수를 유턴하듯 돌려 허드슨강 상공에서 남쪽을 향한 여객기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지나 맨해튼으로 치면 48스트릿 즈음에서 수상 착륙에 성공했지요. 단 한명의 승객이 가벼운 부상으로 입고 모두 무사히 생환한 것이 바로 허드슨강의 기적입니다.

 

www.en.wikipedia.org

기장의 과감한 결단과 탁월한 조종술이 기적을 만든 것입니다. 만에 하나 그 비행기가 맨해튼 한복판에라도 떨어졌다든가, 하다못해 주택가에라도 떨어졌다면 쌍둥이빌딩 테러참사 못지 않은 엄청난 비극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한편 생각하면 하늘에서 바라보는 허드슨 강이 수상 활주로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무엇보다 허드슨강은 다리가 거의 없기때문입니다. 맨해튼과 연결된 다리는 단 하나, 조지 워싱턴 브리지입니다. 크고 작은 수많은 뉴욕의 다리들은 맨해튼과 퀸즈 사이에 있는 이스트 리버나 브롱스와 퀸즈, 스태튼 아일랜드 등을 연결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맨해튼 175가 지점인 조지 워싱턴 브리지 남쪽으로는 단 한 개의 다리도 없으니 정말 눈이 시원할 수밖에요. (맨해튼 남단에서 뉴저지와 연결되는 허드슨강 하저터널로 링컨터널과 홀랜드터널이 있습니다.)

  

뉴저지에서 맨해튼을 매일 오가는 수많은 통근객들, 엄청난 물동량을 감당하기엔 다리 하나, 터널 두 개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새로 다리를 놓는다는 소식은 들을 수가 없습니다. 필경 환경평가 등을 고려한 것이겠지요. 한국같으면 그런게 어디 있습니까. 한강에만 다리가 서른개가 넘지요? 수틀리면 허드슨강을 통째로 복개공사할지도 모릅니다. ㅎㅎ

 

물론 사람들이 자동차로만 맨해튼을 오가는건 아닙니다. 통근객들을 실어나르는 페리호들도 많으니까요. 앞에서도 소개해드렸지만 스태튼 아일랜드와 맨해튼을 수시로 오가는 대형페리호도 무료로 운행되니 말입니다.

  

 

아무튼 뉴욕이, 그리고 맨해튼이 세계에서 가장 동경하는 도시로 남을 수 있는 것은 마천루의 숲이 빚어내는 섬세한 인공미가 허드슨강의 생동감 넘치는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조건이 구비되었기때문입니다. 거기에 세계 최고수준의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으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사실 맨해튼의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정작 트럼프타워 같은 호화콘도들이 아니라 건너편 뉴저지의 빌딩 들입니다. 남쪽으로 저지시티와 에지워터의 크고작은 빌딩 콘도들은 맨해튼 못지 않은 고가입니다. 맨해튼의 ‘뷰(View)를 제대로 감상할수 있으니까요.

 

 

  

맨해튼 125가 할렘 근처에 이르면 멋진 고딕양식의 교회건물이 보입니다. 바로 리버사이드 처치(Church)입니다. 관광명소이기도 하지요. 지금은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된 진제 대선사가 연전에 한국의 간화선을 주제로 한 법문을 바로 이 교회에서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리버사이드 교회 바로 북쪽엔 남북전쟁 당시 북군을 지휘한 그랜트 장군 기념관이 있습니다. 거대한 돔형태로 만들어진 이곳도 한번 들러볼만 합니다.

 

조지 워싱턴 브리지 바로 위쪽 맨해튼 섬 최북단에는 유럽 유물들을 볼 수 있는 클로이스터 뮤지엄도 있습니다.

 

멀리 조지 워싱턴 브리지가 보입니다. 왼쪽은 뉴저지 포트리, 오른쪽은 맨해튼 섬 북단입니다.

 

 

 

조지 워싱턴 브리지는 1, 2층 다리를 지난 9년간 수도없이 오갔지만 다리 밑을 이렇게 지나친 것은 처음인데요. 맨해튼 쪽으로 등대같은 구조물도 있더군요.

 

 

 

 

뉴저지 방향인 왼쪽엔 멋진 공원도 있습니다.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주말엔 바비큐도 해먹는 모습들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빅(Big)’에서 허드슨강과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배경으로 한 이곳의 조망이 소개되기도 했지요.

 

 


반환점인 조지 워싱턴 브리지에서 이글호는 점심을 겸해 약 2시간동안 휴식을 취했습니다. 허드슨강 한복판의 섬에 오른듯 오월의 눈부신 햇살에 잠시 몸을 내맡겨 봅니다.

 

한정된 공간에 워낙 사람들이 많으니 앉을데도 마땅치 않고 답답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눈을 들면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눈물날만큼 멋진 맨해튼의 경치가 채우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USCGC 이글(Eagle)의 본래 이름은 SSS 호르스트 베셀(Horst Wessel)로 독일의 훈련함이었습니다. 길이가 295피트(90m)에 달하는 이 배는 1936년 함부르크에서 건조됐습니다.

 

進水式(진수식)엔 아돌프 히틀러와 루돌프 헤스가 나와 축하를 했다고 합니다. 배 이름도 나치당원인 호르스트 베셀을 기념하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보니 히틀러가 탔던, 그 배에 승선하고 있다는게 이렇게 참고로 베셀은 나치당 국가의 가사를 만든 나치 독일의 영웅적인 존재입니다.

 

SSS 호르스트 베셀호는 Gorch Fock호와 Albert Leo Schlageter호 등으로 이뤄진 훈련함대인 크릭스마린의 모선 역할을 했습니다. 아우구스트 틸레 선장이 이끌었는데 독일항구 키일이 모항이었습니다.

2차대전이 발발하기 3년전 유럽의 바다에서 수도없이 훈련을 했고 캐리비안 해역까지도 다녀갔는군요. 그때만해도 먼 훗날 미국 해안경비대의 훈련함으로 생도들을 이끌고 캐리비안 해역에 출항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요.

 

 

베셀호는 1939년 퇴역했지만 2차대전이 일어나면서 훈련선으로 재취역했고 1942년말까지 재취역했다. 양 갑판에 20미리 대공 기관총이 장착되는 등 무장도 했는데 소련 전투기 3대를 격추시키기도 했다. 한번은 독일 전투기 조종사가 틀린 코드를 사용하는 바람에 적기로 오인, 격추시키는 일도 있었습니다.

 

2차대전이 끝나고 독일의 선박 네 대가 전후 배상금조로 연합군에 배분되었는데 미국측 몫이 바로 호르스트 베셀이었습니다. 처음엔 독일 북부 빌헬름스하펜으로 보내졌다가 브레머하벤을 거쳐 1946년 5월 15일 미 해안경비대에 넘겨졌습니다.

  

마침내 1946년 6월 독일선장의 도움아래 미해안경비대원들이 탑승 브레머하벤을 떠나 허리케인을 뚫고 뉴욕 오렌지버그에 도착했습니다. 독일 승조원은 캠프 생크스에서 하선하고 이글호는 코네티컷 뉴런던을 새로운 모항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됐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이글호는 미국 해안경비대 생도들의 훈련함으로 활용되는데 홍보 등의 임무도 갖고 있습니다. 종종 친선대사로 외국 항구를 방문하기도 한다는군요. 평시에 6명의 장교와 56명의 승조원들이 승선하며 훈련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최고 12명의 장교와 68명의 승조원, 150명의 생도들을 수용하는데요.

 

1987년 9월 이글호는 호주까지 1년여의 항해를 하기도 했습니다. 2005년엔 USS사이판 소속 해군전함을 따라 영국 남부에 갔는데 엘리자베스 여왕2세의 방문을 맞기도 했습니다.

그해 여름 이글호는 특별한 항구를 방문했습니다. 옛 친정 독일의 브레머하벤 항구에 입항한 것입니다. 2차대전이후 69년만의 방문에서 이글호는 독일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글호의 디자인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건조사의 예술적 발전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회에 소개한 고르치 포크호가 바로 같은 선박회사에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총 중량은 1824톤이고 두 개의 긴 스틸 갑판(deck)이 있고 선실(forecastle)과 함께 장교들이 사용하는 선미갑판(quarterdeck)이 있습니다.

 

또한 보조엔진으로 1천마력의 디젤엔진이 있는데 320킬로와트의 두 대의 캐터필러 발전기가 7.5노트(시속 14km)의 속도로 5450 노티컬마일(1만킬로미터)을 운항할 수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말해주듯 이글호는 1946년 인수이후 많은 수리과정을 거쳤습니다. 1972년 7월 1일엔 정기 여름훈련을 마치고 모항인 코네티컷 뉴런던에 귀항하다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골드스타 메모리얼 브리지를 통과하는데 두개의 돛이 안전망에 걸려 부러지고 만 것입니다.

     

1982년엔 디젤엔진이 신형으로 교체되고 전기장비 레이더와 네비게이션, 라디오통신장비 등을 교체했습니다. 그러나 조타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후 2시30분경 이글호는 천천히 기동을 시작합니다. 이제 종착지를 향해 가는 것입니다. 하선 부두는 90번 부두(Pier 90)입니다. 인트레피드호가 있는 88번 부두 바로 옆이지요.

 

배를 한번 돌리기 위해선 선장과 항해사 승조원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호흡이 필요했습니다. ‘대장님, 우현 30도입니다.’ ‘대장님, 45도 지점입니다.’ 계기판을 보며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쉴새없이 보고하면 부선장은 꼬박꼬박 뒤를 돌아보며 ‘아주 좋아(Very Well!)’을 연발합니다.

 

 

그 사이에도 수십명의 승조원들이 마스트에 올라가 돛을 정비하는 작업을 되풀이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보기엔 별게 아닌것처럼 보이는 훈련함의 운항이 이처럼 많은 이들이 힘을 합쳐 절도있게 진행된다는 것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도착 지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는데 두척의 작은 배가 접근합니다. 무슨 호위를 또하나 했는데 부두 정박 작업을 돕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훈련의 일환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박하는 과정도 대단히 세심하고 정교했습니다.

 

부두에 접근해서 정박을 하고 하선하기까지만 1시간반이 걸렸다면 대충 짐작을 하실 겁니다. ^^ 바로 옆에 인트레피드 항공모함이 있어서인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배는 부두에 들어갑니다.

  

 

  

  

두척의 작은 배가 마치 쌍끌이선처럼 밧줄을 이용해 이글호의 안전한 정박을 돕고 부두에 나온 십여명의 관계자들도 밧줄을 연결하며 함께 힘을 합치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부두에 내리는 브리지를 어떻게 연결하나 궁금했는데 지게차와 도르레같은 것을 이용해서 배에다 걸치는 작업을 했습니다. 간이다리도 연결후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작업을 아주 꼼꼼이 하더군요.

 

 

간이다리 위에 연결된 밧줄이 키 큰 사람들의 머리에 닿을 수도 있겠다싶은지 그것도 다른 밧줄을 이용해 들어올리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배안에서 짚고 올라가는 발판도 세명의 승조원이 달라붙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키는데 어찌보면 너무 답답하다 싶을정도로 완벽하게 하더군요. 적당히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마치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듯 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의 안전의식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비록 아무리 가능성이 적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 배가 뜻하지않게 파도에 출렁이기라도 한다면 건너던 사람들이 추락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저렇게 철저한 안전의식은 분명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돌다리도 두드리는 이들덕분에 부두를 빠져 나온것은 5시가 넘어가는 시각이었습니다. 아침 6시 전에 모였으니 근 12시간의 여정인 셈입니다.

 

그리 강하지 않은 오월의 햇볕이지만 하루종일 갑판을 오가며 취재를 한 탓인지 얼굴이 제법 탔나 봅니다. 피부가 화끈거리네요. ^^

  

<에필로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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